‘승객 골라 태우기’는 정말 카카오T만의 잘못일까?

서울시가 발표한 ‘플랫폼택시 승객 골라 태우기’ 실태조사 결과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정면 반박했다. 서울시가 해결책으로 내놓은 ‘목적지 미표시’ 방식 역시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택시 업계에서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피크타임의 택시 공급 부족과 지속적인 기사 이탈”로 보고 있다. “승객 골라 태우기 행위는 택시 플랫폼 등장 이전부터 문제가 되던 것”이란 설명이다.

서울시 “카카오T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유도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2개월간 ‘플랫폼택시 승객 골라 태우기’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카카오T 앱이다. 현재 서울 택시 7만2000여대 중 약 90%가 카카오T 앱을 사용한다. 승객으로 가장한 조사원이 카카오T 앱으로 택시 841대를 직접 호출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조사는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이뤄졌다.

그 결과, 서울시는 “카카오T가 택시 목적지를 표출하기 때문에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라고 지난달 24일 발표했다. “일반택시를 호출한 뒤 배차에 성공된 건을 분석해보면 장거리(81.8%)보다 단거리(66.4%), 주말(88.1%)보다 평일(63.3%), 아침(79%)·저녁(83.2%)보다는 밤시간(58.6%)에 배차 성공률이 낮았다”라는 분석이다. 특히 ‘평일 밤시간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콜의 배차 성공률은 23%로 가장 낮았다.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카카오T가 택시기사에게 콜별 목적지를 공개하기 때문에 골라 태우기가 가능한 것”이라 추정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목적지 미표시’를 제안하는 등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호출 성공률과 목적지 표시는 관계없다”

서울시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튿날 카카오모빌리티도 입장문을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이번 조사는 해당 기간 내 택시 운행 건수의 0.005%에 불과해 오차범위가 크다”라는 입장과 함께 “승객 골라 태우기 문제는 카카오T 플랫폼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피크시간대에는 택시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화되어 기사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행해지는 택시 업계의 오래된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서울시가 골라 태우기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목적지 미표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택시기사들이 호출 자체를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목적지 미표시는 해결책이 될까?

서울시가 요청한 목적지 미표시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등장해온 주장이다. 2018년 서울시 교통위원회 등을 통해 “대표 택시 플랫폼인 카카오T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목적지 미표시를 수용하라”는 요청을 이어왔다. 또 지난해 서울특별시의회 우형찬, 정진철 의원은 “목적지 미표시 의무화” “승객 목적지 표시 금지 사업개선명령”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목적지 미표시를 적용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는 ‘티머니온다’, ‘아이엠택시’, ‘타다’ 등이 있다. 승차거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티머니온다는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1km 근방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된다. 승객을 태우고 나서야 목적지를 알 수 있다.

서울시가 티머니와 손잡고 출시한 목적지 미표시 택시 플랫폼 ‘S택시’. 시범운영 1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목적지 미표시의 실효성에 관련해서 현장의 목소리는 갈린다. 기자가 취재차 만난 현직 택시기사 A 씨는 승객 골라태우기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목적지 미표시가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시가 티머니와 함께 ‘지브로’, ‘S택시’ 등 목적지 미표시 택시 앱을 출시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며 “기사들이 앱을 꺼놓거나, 일부러 업데이트도 안 했다. 앱이 느리고 불편한 데다 기사는 동선을 짤 수 없으니 수익이 확 떨어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기사 B씨 역시 “솔직히 택시기사들은 카카오T에 목적지 미표시가 도입되면 피크타임에 굳이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B씨는 “안 그래도 영업이 어렵고, 피크타임도 너무 짧은 요즘에는 (목적지 미표시가 도입되면) 그냥 다른 일 찾아 떠날 사람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목적지 미표시가 택시 기사의 영업 동인을 떨어트릴 것으로 우려했다.  다만, 택시 기사 중에서도 아이엠택시와 타다 기사의 경우에는 월급제 직원이기 때문에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은 심화되기만

택시는 수요가 폭증하는 피크타임이 정해져 있다. 배회 영업은 그 자체로 비용이기 때문에 아예 피크타임에만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기사도 있다. 그런데 최근 팬데믹 영향으로 피크타임이 짧아짐과 동시에 영업난이 겹치며 많은 기사들이 이탈하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택시기사 수는 24만90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 택시기사 수는 26만7189명으로, 2년 사이 2만여명이 감소한 숫자다. 또 법인택시 기사 수는 7만540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법인택시 면허대수인 8만5336대에 비해 한참 모자란 수다. 현장에서는 “교대근무가 필요한데 사람이 모자라 1명이 주간·야간 내내 운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라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사들은 한정된 피크타임 동안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바쁘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목적지 미표시를 시행하면 시민들의 불편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서울시와 티머니가 실패했던 플랫폼처럼 “앱을 일부러 꺼놓는” 상황이 발생하면 배차 성공률은 지금보다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택시 합승 부활, 전기택시 구매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택시기사의 수익 창출을 돕고, 신규 택시기사를 모집해 공급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모 택시업계 종사자는 “합승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전기택시 보급도 결국은 기사 유치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피크타임 외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 활동이 가능하게끔 배달·배송 등 도심 물류 서비스가 가능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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