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디스플레이] 적과 ‘OLED’ 한 배 타는 삼성-LGD, 속내는?

[편집자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을 기업 전략과 경쟁 구도, 시장 배경과 엮어서 설명합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소식이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익숙하지 않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기업의 전략과 성장 배경을 알면 왜 그 제품을 출시했는지, 회사의 전략과 특성은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는 시장 상황과 전망을 살펴볼 수도 있죠. 하나씩 함께 파고 들어가보면 언젠가 어려웠던 기술 회사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삼성전자가 2분기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하는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측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는 아니지만,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이미 확실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이전부터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해져 온 바 있죠. 각 회사의 경영진도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한 바 있는데요, 오랜 기간 전자업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손을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지, 인사이드 디스플레이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디스플레이 독차지할거야” 시장 넓히는 중국

삼성과 LG가 협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42.7%, 한국이 30.5%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이 40.2%, 중국이 31%로 한국이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앞서고 있었는데 2020년부터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더니, 지금은 중국이 완전한 1위가 됐죠.

2000년대 중반부터 2016년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금은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 특히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LCD(Liquid Crystal Display) 디스플레이란 화면 뒤에 백라이트와 컬러필터를 배치해 화면을 구현하는 패널을 말합니다. 현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각 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마진이 남지 않더라도 싼 값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LCD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지원금을 받지 않았던 우리나라 기업은 이 가격에 맞춰 제품을 납품할 수 없었습니다.

IT기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패널을 탑재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결국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가격이 더 저렴한 중국산 LCD 패널을 써 원가를 절감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기업은 점차 LCD 패널 시장에서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이후 어느 정도 LCD 패널 시장을 장악했다고 판단한 중국은 다시 원래 가격대로 LCD패널 가격을 올려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중국의 독무대니까, 어떻게 하든 중국 패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중국은 LCD 디스플레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기업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취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갈 것을 예고했습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를 말합니다. OLED는 유기물을 통해 자체 발광이 가능하도록 만든 디스플레이인데요, 뒤에 백라이트와 컬러필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시장을 중국이 공략하겠다고 이야기한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죠.

우리나라 먹여 살리는 대형 OLED 시장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아직 대형 O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부문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분기 OLED 패널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3.8%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시기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는 시장점유율 20.6%를 기록하면서 2위가 됐습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중국은 LCD 패널을 중심으로 납품할 것이고,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두각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중국 기업은 6세대(1500×1850㎜) OLED까지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그보다 더 큰 8세대(2200×2500㎜)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가 OLED 대형 패널 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은 OLED TV 패널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국은 가성비 좋은 제품을 주로 납품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업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결국 대형 OLED 시장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TV시장이 LCD에서 OLED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아직 TV 시장에서는 OLED보다는 LCD가 보편적으로 탑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OLED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OLED가 LCD에 비해 기술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OLED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 LCD 디스플레이 기반 TV보다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용되는 기술력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역시 원가 절감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전문가는 “8세대 OLED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다면, 원가는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 OLED TV

적과의 맞손, 잘 될까?

그 가운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협업한다는 사실은 업계에 이미 공공연한 사실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한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경쟁사에 OLED 패널을 공급하게 되는 겁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같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보니, 경쟁이 심하겠죠. 또한, LG 측은 삼성전자가 QD(퀀텀닷, 자체 발광하는 미세한 반도체 소자)을 탑재한 LCD 기반 TV를 ‘QLED TV’라고 명명한 것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양사는 서로를 적과 같은 존재라 여겼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손을 잡은 것은 각 기업이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 국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서로 경쟁 구도를 이어 오긴 했지만,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시장을 잠식해 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양사는 결국 단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에게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이 필요한 이유는 신제품 QD-OLED TV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QD-OLED는 OLED 기반에 QD를 적용한 디스플레이인데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OLED 패널이 필요합니다.

현재 OLED TV용 패널은 LG디스플레이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역량(CAPA)이 부족한 상황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삼성이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부족한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양사가 협업하게 된 배경은 삼성전자가 QD-OLED TV 제품 출시를 서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마지막 관문은 가격 협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사는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측에 “LG전자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OLED 패널을 공급하라”고 요구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과연 두 기업 간 협상은 잘 이뤄질 수 있을지, 그리고 중국 시장으로부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보호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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