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자 한국 게임사의 최전성기를 이끈 IP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출시 15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달성하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장르의 인기를 이끌었죠. 엔씨소프트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게임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리니지가 낳은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리니지가 한국 게임 산업과, 사회에 남긴 모든 것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한국 게임의 역사를 나누는 여러 분기점이 있을 텐데요. 리니지도 분명 그중 하나입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리니지의 위상은 두말 할 것도 없는데요. 리니지M의 출시가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니지 3형제(리니지M∙2M∙W)’가 구글플레이 순위 3위권 내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리니지의 대항자로 일컬어지곤 하지만 ‘리니지 왕조’는 그렇게 쉽게 몰락하지 않았습니다.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엔씨가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그 주요 이유 중 하나인 ‘린저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린저씨란 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엄청난 과금을 한 이용자들을 일컫는데요. 판교의 거대한 엔씨의 사옥은 모두 린저씨들의 돈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린저씨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때때로 게이머들은 엔씨가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거나, 혹은 게이머에 무성의한 대응을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그 배경에 린저씨처럼 리니지에 다소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는 팬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하나 의문이 생깁니다. 그들은 왜 이런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리니지를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요? 1억원을 써도 부족하다는 리니지를 왜 계속 하는 걸까요?

린저씨들의 리니지에 대한 애증은 단순히 ‘게임 중독’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엔 설명이 부족합니다.

리니지’의 대박, 엔씨를 대한민국 톱 게임사로 만들다

먼저 태초의 리니지, 그 시작점으로 건너가 보겠습니다. 엔씨의 첫 작품인 MMORPG 리니지는 1998년 9월 3일 출시됐습니다. 그로부터 2년 전 넥슨의 ‘바람의 나라’가 MMORPG로 첫선을 보여 서비스되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만해도 MMORPG 라는 게임이 생소하던 시기였죠. 그런 상황 속 리니지는 출시 3개월 만에 ‘대한민국 게임 대상’을 받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본격적인 MMORPG 시대를 열게 됩니다.

엔씨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엔씨는 리니지 출시 5년 후 후속작인 ‘리니지2’를 만들었고, 리니지2는 엔씨를 글로벌 게임 회사로 발돋움 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리니지로 성공의 맛을 본 엔씨, 2008년에는 ‘아이온: 영원의 탑’,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 2017년 ‘리니지M’, 2019년 ‘리니지2M’를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에는 ‘리니지W’를 공개하며 리니지 세계관 혹은 비즈니스 모델(BM)을 확장했죠.

리니지의 BM은 처음부터 확률형 아이템이 아니었다

리니지가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돈도 많이 번 것은 아니었습니다. 리니지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면 ‘확률형 아이템’ 많이들 떠올리죠. 그러나 리니지의 BM이 처음부터 확률형 아이템 같은 부분 유료화는 아니었습니다.

한양대 연구진의 ‘온라인게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리니지가 태어난 1998년은 해외에서 수입한 게임이 주를 이루었던 시기로, 한 번의 구매로 완결된 콘텐츠를 즐기는 콘솔게임이나 패키지게임이 전성기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그러나 온라인게임이라는 다중접속 방식을 선택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국내 게임사에게 일회성 구매를 특징으로 하는 수익구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업데이트를 통한 추가적인 상업적 이득을 취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콘솔게임 같은 한 번의 결제는 매출로 이어지기 쉽지 않았던 것이죠. 이때 엔씨의 김택진 대표는 커져가는 PC방 시장에 주목하며 ‘월정액’이라는 구독형 과금 형태를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합니다.

그렇게 당시 엔씨는 리니지를 한 달에 30시간 이상 사용한 개인 사용자에게는 2만9700원을, PC방에서는 회선당 4만4000원에서 6만6000원의 월정액을 부과하는 정책을 만들었고, 2019년까지 이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월정액 역시 수익 증진에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달 마다 콘텐츠 이용료를 치르는 형식의 월정액은 청소년 이용자들에겐 문턱으로 작용했고 이용자의 숫자를 끊임없이 늘리는 것 또한 아무리 리니지라도 어려움이 있었죠. 그러나 부분 유료화 모델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됐었습니다. 게임 내 아이템만 팔면 되니까요. 심지어, 시작은 공짜라 누구나 접속은 해볼 수도 있고요.

2001년 넥슨의 ‘퀴즈퀴즈’가 유료 아이템의 판매를 결정하고, 수익적 성공을 거두면서 게임 업계 내에서도 부분 유료화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리니지는 2017년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을 출시하고 2019년 월정액 시스템을 폐지하면서 부분 유료화 BM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전에도 ‘포인트’를 통해 부분 유료화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방법이 존재하긴 했었으나, ‘리니지M’의 출시로 본격적인 효과를 보기 시작했죠.

그러나 엔씨의 손가락도 이때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 게임의 제한 없는 결제 한도에 힘입어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리니지 BM의 문제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2021년 1월,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 롤백’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출처: 엔씨)

그리고 2021년 1월, 일명 ‘리니지M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이라고 불리는 게임 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불만이 터졌습니다. 문양은 리니지M에서 캐릭터 능력을 키우는 강화 시스템입니다. 30개 구멍이 뚫려있는 판 속, 구멍 하나를 채울 때마다 능력치가 오르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이 구멍 하나하나를 채우는 과정이 모두 ‘확률형’입니다. 과금 없이 문양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통상 구멍 30개를 모두 채우는 데 평균 4000만~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같은 문양이 총 6개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엔씨가  ‘기억 시스템’이라는 문양을 채우기 위한 비용을 줄이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왠만한 고액 과금러들이 기억 시스템을 채운 상황에서, 엔씨가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제도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거액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이용자들에게는 게임 내 형평성에 어긋나는 시스템이었죠.

이는 매출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2021년 엔씨의 상반기 매출은 1조5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5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695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리니지M의 독주도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에 매출 1위 자리를 내 주면서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문제의식도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이용자들은 ‘트럭 시위’를 나서는 등 불매 운동을 선언했죠.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리니지 이용자들은 리니지와 엔씨를 불신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엔씨의 매출도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왜 아직도 리니지 시리즈가 게임 순위 1, 2, 3위를 독차지하고 있을까요. 이렇게까지 신뢰가 바닥나면 못해도 10위 권 밖으로는 게임이 밀리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닌가요? 그러나 10여 년간 리니지를 플레이한 이용자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럼에도 리니지 만한 게임이 없다”


리니지만의 특수한 세계관 : 혈맹 문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리니지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경대 남송우, 권유리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리니지가 게임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단지 게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의 맥락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랜 게임 시간과 광범위한 게임 환경에 놓인 인간이 연대감과 이기주의, 전투와 배려 등의 온갖 과정을 현실과 동일하게 겪는다”는 것을 그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출처: 엔씨

리니지는 ‘성을 차지 한다’는 전쟁 콘셉트의 이용자 간 결투(PvP, Player VS Player) 형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 속 리니지 내엔 ‘혈맹’이라는 세력 구도가 존재하는데요. 이는 크게 성을 차지하는 ‘성혈’과 반대 세력인 ‘반왕’으로 나뉩니다. 이들은 대부분 서로 대립 관계에 놓여있으며 공성전과 필드전을 펼쳐 세력 싸움을 벌입니다.

여기서 핵심은요. 이는 엔씨가 만들어 낸 시스템이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 만들어 낸 커뮤니티이자 문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혈맹 시스템은 리니지2의 등장으로 더욱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리니지1은 혈맹이 존재하더라도 1대1 대인전 중심이었다면 리니지2는 아예 길드 간 싸움(GvG, Guild vs Guild), 혈맹 대 혈맹의 집단 전투 중심으로 시스템이 바뀐 것이지요.

이용자들은 이런 혈맹 간의 싸움을 통해서 얻는 혈맹 내의 끈끈한 정을 높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 속에서 내 몫을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경쟁심리도 자연스레 갖게 되죠. 기여도에 대한 강제성은 없으나 그럼에도 구성원들은 조직에 기여하고 싶어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합니다.

리니지의 이러한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깡패 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적과 싸운다는 위기 상황이 내부 결속을 강하게 만든다는 인간사의 원리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리니지 내에선 “억울하면 강해져라”라는 말도 있을 정도죠. 그리고 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 혈맹 내 우두머리도, 약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도 아닌 바로 제작사 엔씨입니다. 그런 엔씨는 굉장히 세심한 과금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내용은 속 기사[스물다섯 리니지 下] 한계를 드러낸 리니지 BM, 달라지는 2022년은?에서 이어집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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