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자 한국 게임사의 최전성기를 이끈 IP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출시 15개월 만에100만 회원을 달성하면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장르의 인기를 이끌었죠. 엔씨소프트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게임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리니지가 낳은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리니지가 한국 게임 산업과, 사회에 남긴 모든 것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주]

해당 기사는 ‘[스물다섯 리니지 上] ‘린저씨’들은 왜 리니지를 버리지 못할까?’와 이어집니다.

“억울하면 강해져라”

지는 것이 억울하면 그에 대항하는 힘을 기르라는 말입니다. 리니지 내에서는 아주 유명한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억울하면 접어라”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능력을 키워야하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돈을 써야만 하는데 이를 못 견디는 이용자들을 비꼬는 말로 쓰입니다.

형제여, 나는 ‘돈을 써서’ 더 강해지겠네

“형제여, 나는 더 강해지겠네. 우리의 피와 눈물로 얼룩진 깃발을 다시 올리고, 찬란한 영광을 맞을 그 날을 위해” 작년 11월 출시된 리니지W의 콘셉트 티저 영상의 대사입니다. ‘혈맹’ 문화의 리니지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는 문구이자, 떠난 이용자들의 심기를 울리는 대사죠. 그러나 린저씨들은 이를 그렇게만 바라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 돈 쓰라는 이야기”라는 평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리니지M의 ‘변신/마법인형 카드’ 합성 시도 캡처 (출처: 엔씨)

리니지는 단순히 레벨 업만 한다고 승자가 되는 게임이 아닙니다. 리니지에는 어느 정도 레벨에 도달하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단계에 봉착하는데요. 이는 모든 MMORPG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리니지는 캐시 장비, 클래스, 컬렉션, 숙련도, 스킬 등의 요소를 모두 갖춰야만 ‘강함’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리니지의 핵심 과금 요소는 역시 ‘변신/마법인형’ 시스템 입니다. 리니지M에서는 ‘캐릭터 변신’이라는 자신의 캐릭터를 몬스터의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용자가 이 능력을 써 몬스터로 변신을 하면 캐릭터의 능력이나 특징까지 몬스터의 모습이 되고, 전투에 큰 영향을 주는 강화 효과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사실상 돈을 지불해 ‘확률형’ 카드를 뽑아야만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카드는 ‘고급’, ‘희귀’, ‘영웅’, ‘전설’, ‘신화’로 등급이 나뉘어져 있으며, 여러 변신 능력을 소유할 수 있는 ‘컬렉션’이라는 것 또한 존재해 리니지의 주요 과금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변신 뽑기 성공 확률은 고급 등급에선 3~5%이지만, 희귀 등급은 0.1~0.03%, 영웅 등급은 0.02~0.01%, 전설 등급은 0.0005~0.0003%까지 낮아집니다. 전설 등급 카드를 얻기 위해선 최대 6000만원을 지불해야 하고, 전설 등급 카드 2개를 합성해야 만들 수 있는 신화 카드는 최소 3억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리니지2M 내 숙련도 시스템 캡처 (출처: 엔씨)


이 뿐만이 아닙니다. 리니지2M의 숙련도 시스템은 특정 무기를 사용해 사냥하면 해당 무기의 숙련도가 올라가 추가 능력(스탯)을 부여하는 시스템인데요. 능력을 올리는 과정에서 꽤 많은 금액을 들여야 합니다. 숙련도 시스템은 총 9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1단계를 열 때마다 스탯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숙련도의 효과는 원치 않을 경우 다시 비용을 지불해 랜덤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용자는 원하는 스탯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과금을 이어가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리니지의 과금 유도 문제는 2015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마다 엔씨는 “게임 내에서 사행성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이용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양 사태’, ‘리니지M 트럭시위’를 기점으로 리니지의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자 엔씨의 과금 정책에 대한 불만이 엔씨의 다른 MMORPG ‘트릭스터M’, ‘블소2’로까지 이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용자들의 엔씨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졌고 결국 이는 매출로 이어졌죠.

엔씨는 지난해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5%나 감소하는 등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모바일 게임(4%), PC 온라인게임(7%)의 매출 감소가 이뤄졌지만, 기존 주력게임이었던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실적 하락이 영업이익 감소를 가져온 큰 변수였습니다. 4분기 리니지M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1% 감소한 888억원을 기록했으며 리니지2M 또한 전분기 대비 21% 감소한 1025억원을 기록했죠.

소통으로 터진 다른 게임들

리니지를 포함한 다수 MMORPG가 이용자 불신이라는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면, 이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임도 있습니다.  스마일게이트RPG의 MMORPG 게임 ‘로스트아크’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는 ‘착한 게임’이라고도 불리는 ‘로스트아크’는 지난 2월 글로벌 게임 서버 출시 하루 만에 스팀 동시 접속자 132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세계 RPG 게임과 국산 MMORPG로서는 전례없는 기록으로 평가됩니다.

자료제공: 스마일게이트RPG

스마일게이트 측은 “진입 장벽이 높은 MMORPG의 장르적 특성과 한국 MMORPG에 대한 일부 선입견을 극복하고 국내 이용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뤄낸 결실”이라고 자평합니다.

실제로 이는  ‘빛강선’ 이라고 불리는 금강선 로스트아크 디렉터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년 연말 유저 간담회 ‘로아 온 페스티벌’을 여는 등 이용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진행하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용자들에게 시위 트럭이 아닌 ‘커피’ 트럭까지 받았을 정도니 그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 지 가늠할 수 있겠죠.

넥슨의 대표 프렌차이즈 IP ‘던전앤파이터(던파)’ 또한 늦게나마 이용자와의 소통에 나서며 미뤄왔던 ‘모바일 던파’ 출시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던파는 기존 게임을 이끌어왔던 강정호 디렉터가 운영에서 이탈하면서 ‘던파 모바일’의 출시가 지연되는 등의 위기의 늪에 빠진 적 있는데요. 이때 원작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하는 윤명진 디렉터가 총괄 디렉터의 자리에 오르면서 역경을 극복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윤 디렉터는 승진 이후 곧바로 이용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송을 가지며 던파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의 ‘소통 부재’의 던파의 모습을 벗어나고자 노력했습니다. 윤 디렉터는 활발한 의사소통 뿐만 아니라 미루고 미뤄왔던 던파 모바일 출시도 빠르게 진행시키기도 했죠. ‘던파 모바일’은 오는 24일 그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달라져야 하는 2022년

달라지는 시장 상황에 엔씨 또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엔씨도 최근 ‘리니지W’, ‘리니지2M의 개발자들이 직접 생방송에 등장하며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지난 1월에는 리니지2M의 개발자가 생방송 ‘라이브 톡’을 열어 클리뉴얼 소식과 업데이트 방향성 등의 기획 의도를 전달했고, 2월에는 리니지W의 개발자가 생방송 통해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업데이트 계획을 설명했습니다.

엔씨의 신작 ‘TL’ (자료제공: 엔씨)

아울러 지난 14일 엔씨는 “리니지IP에서 벗어나겠다”며 신규 IP의 티징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공개한 티징 영상에는 ‘프로젝트E’, ‘프로젝트R’, ‘프로젝트M’, ‘BSS’, ‘TL’ 다섯 종인데요. 신작 IP들은 MMORPG뿐 아니라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열, 수집형 RPG 등의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는 엔씨의 측의 말입니다.

엔씨는 “이제 개발 단계부터 고객들과 다양한 형태로 소통을 확대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개발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하며 ‘탈 리니지’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문제제기에도 엔씨는 아직까지 그 위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월 셋째주 기준 ‘리니지W’는 구글플레이 순위에서 20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리니지M’ 또한  3주 연속 2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PC방 점유율에서도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이 11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게임 시장 속에서 엔씨의 게임 운영은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소수의 이용자에게 과도한 과금을 하게 만드는 것이 게이머와 게임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도 조명이 됐죠.

P2E(Play to Earn) 게임이 점점 주류가 돼가는 요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돈을 써야하는 P2W(Pay to win) 구조는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엔씨에게는 향후 미래가 달린 2022년입니다. 달라지는 엔씨의 행보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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