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바꾼 토스인슈어런스, 보험시장 혁신은?
지난 2018년,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법인보험대리점(GA)인 토스인슈어런스는 출범과 동시에 보험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설계사를 사실상 반(半) 프리랜서로 두고 있는 기존 GA와 달리, 토스인슈어런스는 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GA에서는 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판매할수록 수입이 많아지는 구조다. 따라서 고객에게 비싼 상품을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토스에서는 비대면 설계사(텔레마케터)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왔다. 설계사를 고정급을 받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고객에게 고수익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등의 부조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토스인슈어런스가 최근 행보를 달리했다. 정규직 설계사 조직을 해산하고 위촉직 설계사를 영입했다. 지난 3일 토스인슈어런스는 법인보험대리점(GA) 키움에셋플래너와 키움에 소속된 본부 1개를 영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키움에셋플래너에 소속된 매출 1위 사업단이다.
3월 중 사업단 소속 설계사들이 토스인슈어런스에 합류를 시작해, 순차적으로 총 200명이 토스인슈어런스에 합류한다. 이로써 토스인슈어런스는 비대면 설계 서비스에서 대면 설계 서비스로 확대한다.
키움에서 토스로 영입된 설계사들은 위촉직이다. 토스인슈어런스에 소속이 되어 있으나 성과에 따라 수익이 책정된다. 즉, 기존 보험사처럼 설계사가 가입 건당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로, 많은 상품을 판매할수록 수입에 유리하다.
그간 기존 보험시장의 구조를 지적하며 줄곧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해오던 토스인슈어런스는 왜 갑자기 노선을 바꾼 것일까. 그리고 비대면에서 대면 중심으로 서비스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토스인슈어런스는 기존 보험시장이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형성되어,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 또한 대면을 선호하는 등 전통 보험시장의 관례를 깨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토스인슈어런스 관계자는 “보험시장 자체가 대면이 90% 이상이다 보니 (텔레마케터를 통한) 비대면 영업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대면 중심 전략이 부재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텔레마케팅에서 대면으로의 확장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토스의 설계사 정규직 채용 시도가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정규직 설계사의 고정급에 비해 토스인슈어런스가 가져가는 수수료 비용이 적었다는 이야기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고정급에 비해 발생하는 수수료가 높으면 성공적이지만, 직접 운영해보니 쉽지 않다는 것을 토스 측에서 절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렇다면 약 2년 간 토스인슈어런스가 내세워 온 보험시장의 혁신은 이대로 막을 내리는 것일까. 이에 대해 토스인슈어런스 측은 부조리한 가입 유도 등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보험 상품별 차등 수수료를 없앴다. 전통 GA에서는 상품별 수수료가 달라, 설계사가 고객에게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하기도 했다. 토스인슈어런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어느 상품이든 동일한 수수료를 매겼다고 전했다.
두 번째, 무리한 영업을 막기 위해 설계사에게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매일 제공한다. 토스인슈어런스 관계자는 “소속 설계사에 하루에 두 개씩, 한 달에 40개의 고객 DB를 제공해 고객에게 무조건 상품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컨설팅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고수익의 상품을 판매하는 필요성을 없애, 설계사가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해 업계에서는 토스인슈어런스의 변화에 대해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GA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를 정규직에서 위촉직으로 전환하면 사실상 토스에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줄어든다”며 “토스가 추구하는 대로 고객에게 적절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줬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사에게 제공하는 고객DB 또한 질적으로 좋지 않다면, 크게 메리트 있는 장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상품의 수수료 차등을 없애거나 고객 DB를 주는 시도가 전통 보험 업계에서 없었던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GA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몇 가지 장치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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