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관왕, 디지털 치료제 기업 ‘히포티앤씨’의 비결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이 아닌 디지털 제품이 약물과 같은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 2017년 페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 중독 디지털 치료제 리셋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처음 허가를 받았다. 이후 전세계에서 디지털 치료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국내 디지털 치료제 기업 히포티앤씨(HippoT&C)가 혁신상 2개를 탔다. 히포티앤씨 정태명 대표가 처음 디지털 치료제 국가 과제를 시작한 것이 2018년. 1995년부터 현재까지 성균관대 소프트웨어대학 교수로 지내며 정보보호 분야 권위자가 된 그가 최근 디지털 치료제에 푹 빠졌다.

처음 디지털 치료제 과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한 의사 2명이 공동 과제를 해볼 것을 제안했기 때문. 친분에 거절할 수 없어 시작했던 일인데 할수록 빠져들었다.

“4년 전 의사 두 명과 골프를 치다가 디지털 치료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1500만원 규모 과제가 있는데 같이 해보자고 해서 처음 시작했다. 경쟁형 과제였는데 1등을 해서 2차 지원금 450만원까지 받게 됐다.”

정태명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 가지를 말했다. 첫 번째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보보호, 플랫폼 등 오랫동안 쌓아온 컴퓨터 관련 지식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마침 시장이 좋아 돈도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ADHD),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만큼 힘든 사람들도 도울 수 있다. 3가지가 합이 맞아 돌아가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CES2022에서 2개 부문(Virtual & Augmented Reality, Digital Health & Wellness) 혁신상을 받은 히포티앤씨 제품은 어텐션케어(AttnKare)다. 어텐션케어는 ADHD 증상을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진단,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어텐션케어-D는 VR 미션을 수행하면서 반응하는 어린이의 행동을 AI로 분석해 국제 표준인 ADHD-RS의 18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이를 기반으로 어텐션케어-T는 태블릿으로 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게임을 제공한다.

ADHD 대상 기존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 아킬리 인터렉티브(이하 아킬리)의 앤도버가 있다. 해당 제품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태블릿 게임으로 2020년 FDA의 임상 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아킬리가 받은 총 투자액은 약 2억3000만달러(한화 약 2837억500만원)다.

정태명 대표는 경쟁사로 아킬리를 언급하면서 히포티앤씨 제품이 우세하다고 자신했다. 아킬리는 개개인의 환자 특성과 다양한 ADHD 증상을 고려하지 않고 집중력 향상에만 목표를 두기 때문.

어텐션케어 이외에도 우울증, 자폐증, 공황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부터 당뇨발, 녹내장, 피부 질환까지 다양한 질병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각종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든든한 의사 자문팀이다.

모 유명 정신의학과 의사에게 진료를 한 번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시간 진료비는 100만원에 이른다. 정태명 교수가 바라는 것은 이러한 사람이 가진 전문성을 AI에 넣는 일이다.

다음은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태명 히포티앤씨 대표

히포티앤씨는 어떤 회사인지?

히포티앤씨를 설립한 때가 2020년 4월 3일로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는 회사다. 현재 직원이 33명이며 개발자 10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2020년 7월 31일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고 2021년부터는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 국가 사업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웅진플레이도시에 어텐션케어 체험관을 개장했으며, 이후 12월 프리시리즈(Pre-Series) 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로 지내고 있는 컴퓨터 정보보호 분야 권위자인 걸로 안다. 그간 경력이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정보보호와 매니지먼트 이런 것들이 전부 다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자료 구조, 알고리즘 기본 지식을 사용해서 정보보호에 활용한다. 정보보호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길로 온 것이 아니다.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분야이니 정보보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도 없다. 컴퓨터라는 큰 범위 내 정보보호라는 그릇에 담은 것이고 이제는 디지털 치료제를 담는 것이다.

AI, VR, 시스템, 디자이너, 간호사, 심리학 전문가까지 직원들의 전문 분야가 다양하다. 특히 직원 외 의사 자문팀이 규모가 큰데?

의학 자문팀이 현재 16명 정도 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에 있어 우리나라 첫 번째 대가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전문가다. 김태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 전문가다. AI로 녹내장 사진을 읽고 녹내장을 진단하는 것을 98% 정확도로 만드는 논문을 쓰고 있다. 박지웅 서울시보라매병원 성형외과 교수와는 당뇨발이 썩는 것을 조기에 찾아내는 깔창을 개발한다. 현재 관련 제품 임상을 이 병원에서 하고 있다.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 관련된 디지털 치료제 개발 같이 하고 있다. 이외 각 분야 전문 의사들과 창업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의사 자문단을 넓게 확보한 비결이 궁금하다.

첫째는 친근감 있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이고 둘째는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주주로 참여하거나 공동 연구비를 받고 함께 성과를 내는 것과 같이 잘 되면 같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1년에 공동 연구비를 4억, 5억원 준다고 했을 때 4년이면 10억이다. 이래야 공동 연구를 하는 재미가 있고 그러다보면 인간적으로 친해진다. 특히 의사들이 이 일을 하는데 의미가 있어야 한다. 각 분야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면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발로 족부를 절단하는 일을 계속하는 의사는 환자들이 빨리 병원에 찾아와 자르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든다. 현장 니즈에서 나오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성균관대 교수 한 명과 의사가 파트너가 돼서 회사와 상관없이 연구를 한다. 연구로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는데 되겠다 싶으면 회사에서 붙어서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ADHD 디지털 치료제를 첫 제품으로 만든 이유는?

ADHD 의심이 되더라도 부모들이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병원에 가더라도 부모가 설문지를 작성하고 아이들은 4~6시간 동안 심리 검사를 받는다. 마지막에 임상의가 종합 판단하에 최종 진단을 한다. 문제는 모든 의사가 다 좋을 수는 없다. ADHD 약을 파려는 의사라면 당연히 ADHD 약을 먹어라고 할 것이다. 약물 치료는 보통 메틸페니데이트로 하는데 부작용도 있어 오래 못 먹으며 20% 정도는 약이 안 듣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과학적인 베이스라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약물 치료 이외 많이 쓰는 방법이 행동 치료다. 우리 디지털 치료제는 행동 치료의 일환으로 VR을 쓰고 게임을 한다. 게임을 하는 동안이 눈동자, 손, 몸 움직임과 게임을 하는 능력 등 데이터를 모은다. 이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진단 스펙트럼 그래프를 만든다. 28가지를 분석해서 의사에게 주면 의사가 최종 판정을 내린다. 진단이 끝나면 18가지 특성을 종합해 치료를 한다.

경쟁사로 미국 아킬리를 꼽았다.

아킬리 제품과 비교해보니 우리가 이길 것 같다. 왜냐하면 아킬리는 집중력만 다루며 환자 증상과 상관없이 게임을 점점 잘 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는 맞춤형으로 한다는 점이 우선 다르다. 또한 게임 도중에 미션을 넣어서 단순 게임 이외 생활 지도를 한다. 계획표를 짜보라고 하고 평가를 하는 식이다. 이렇듯 여러 기능들이 더 많다.

어텐션케어 제품 임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2021년 11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탐색 임상을 수행하기 위해 IRB 신청 중에 있다. 올해부터 임상전문 CRO인 사이넥스와 삼성서울병원 정유숙 교수와 삼성창원병원 오수환 교수에 의뢰해 식약처 주관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복지부 의료보험 수가 책정을 추진한다. 진단을 하는 어텐션케어-D는 일회용으로 비처방 PCR 테스트 같은 것처럼 의료기기이지만 처방 없이 쓸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치료제인 어텐션케어-T는 의사 처방에 의해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임상 시험 때 아킬리 제품을 함께 써서 비교해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미국 FDA가 주관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SaMD) 형태의 무작위대조시험(RCT) 임상시험계획승인신청을 하고 인허가를 추진하며 히포티앤씨의 디지털 치료제를 미국 현지화할 예정이다. 어텐션케어로 2022년 CES 혁신상을 탔다면, 2023년도에는 우울증 제품, 2024년도에는 자폐증 제품으로 해마다 CES에서 상을 타려 한다.

어텐션케어 다음으로는 우울증 디지털 치료제인 블루케어(BlueKare)를 선보일 예정이라 들었다.

스마트 밴드 제품에서 혈압, 맥박, 심박변이도(HRV)와 같은 생체 데이터와 누워있는지 앉아있는지를 측정하고 대화하는 음성 톤 데이터를 수집해 AI로 분석하면 우울증 특징이 나온다. 이렇게 나온 결과를 대시보드를 통해 의사에게 전달해준다. 진단 후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로는 환자 맞춤형으로 심호흡, 명상, 산책, 스트레칭 같이 우울증에 좋은 것들을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준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산책, 심호흡을 아무리 권장해도 하지 않는다. 사이버펫을 만들어 AR로 보이는 강아지를 따라하게 하면서 스트레칭과 산책, 심호흡 같은 것들을 유도하는 게임을 만든다. 청기백기 게임에서는 청기를 들면 날숨, 백기를 들면 들숨을 쉬도록 하는 식이다. 제 때에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가상의 의사가 전화를 한다.

블루케어 다음으로는 자폐증 디지털 치료제인 오티케어(AutiKare)와 당뇨발 깔창 스마트틴솔(SmarTinsole) 중 하나가 나올 것 같다. 오티케어는 올해 정부과제로 시작하려고 얘기 중이다. 아이들의 영상, 음성, 대화, 게임 데이터를 부모가 보내주면 AI가 분석해서 자폐증 단계를 판단해준다. 치료제로는 그냥 보여주기만 하는 수동형 콘텐츠가 아닌 인터렉티브하게 게임하는 것과 보호자 코칭을 구상하고 있다. 스마트틴솔은 온도, 습도, 압력, 맥파, 혈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하는 깔창이다. 다중 복합 데이터를 깔창 센서로부터 수집해 AI로 당뇨발 증상을 조기 진단한다.

원격의료법으로 인해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원격의료법에 대해 나는 걱정이 안 된다. 원격의료는 2, 3년 안에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의사들이 반대하더라도 사람들이 원한다면 될 수 있다고 본다. 보험 수가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보험이라는 것이 1억, 2억이 드는 것을 100만원, 200만원으로 해주는 역할을 한다. 3만원 제품을 2만원, 1만원에 해주는 것에서는 큰 역할을 못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 아킬리 제품이 4만5000원이다. 보험 적용을 하면 3만원이다. 아이 집중력을 개선해준다는데 1만5000원 때문에 제품을 안 쓰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기존에 장악한 제품이 많지는 않은지?

현재 FDA 인증을 받은 것이 20개쯤 된다. 전세계적으로 아직 시장이 열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장을 장악한 기업도 아직 없다. 초기에 만든 것들은 부족함을 보이기도 한다. 1등 제품이 나오더라도 시장을 다 먹는다고도 할 수 없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마약 중독 치료제로 시작했는데 불면증, ADHD 등 여러 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4, 5개 정도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을 끝낸 국내 디지털 치료제 1호는 언제쯤 나올까?

올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아닌 의료기기로 시작한 뉴냅스라는 기업이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되기 쉬울 것으로 예상한다. 임상은 빨리 끝날 수도 늦게 끝날 수도 있다. 제품이 얼마나 안정적이냐에 따라 다르다. 올해 한 개는 나오고 많으면 두 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또 나올 것이고 2, 3년 안으로 5개 정도는 나올 거라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성은 기자<sag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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