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동맹 말하는 尹-바이든, 기준 마련 필요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이번에도 ‘반도체 동맹’이었다. 윤석열 당선인도 반도체 산업과 한미 동맹을 강조했던 만큼, 양국 간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강조하며 반도체 주권을 차지하려 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기준도 어느 정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당선인이 10일 바이든 대통령과 20분 가량 통화를 진행했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본래 통화는 11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백악관의 요청으로 하루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양국 간 동맹을 강조하며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백악관 측은 윤 당선인에게 “미국과 한국 간 경제, 국민 간 동맹은 철통 같다”며 “긴밀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지나 러몬도 미국 장관이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반도체 수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그간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웠다.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당선인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가입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물론 사드 배치가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은 낮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나, 공약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했다.

반도체 부문도 마찬가지로 미국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조와 당선인의 기조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인데, 윤 당선인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을 암시적으로 견제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중국이 우리 반도체 기술을 따라오기 위해 연구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는데, 잠깐 눈 돌리는 사이 앞날이 암울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도 지속해서 우리나라에 반도체 러브콜을 보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 통화하기 전,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술기업을 모아 반도체 공급망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삼성전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에게 “삼성전자가 텍사스에 170억달러(한화 약 21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반도체 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도체만한 산업이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간 윤 당선인은 국가 안보적 시각으로 반도체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해 왔다. 그 일환으로 전국에 반도체 거점을 세우고,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민관 협동 반도체 기금 ‘코마테크펀드(가칭)’을 조성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국제 공급망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세제 지원 등으로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진정한 반도체 주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국을 대상으로도 일정 기준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지난 해 말,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미국 측이 요청한 정보에는 고객사 정보와 같은 민감한 사안도 포함돼 있어 국내 기업도 곤혹스러웠던 바 있다.

 

여전히 미국은 반도체 주권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민감 정보 제공을 요청하고 핵심 기술을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동맹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우리나라가 반도체 주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스스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다음 날 1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선 축하 서한을 보내며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협동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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