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지그재그, 당근마켓까지…2021년 한 해 버티컬 커머스의 성과
‘다 무신사랑 해’ 유아인을 내세운 무신사, 전국에서 ‘당근이세요?’ 한 마디로 거래할 수 있는 당근마켓, 산지직송을 말하는 김혜수를 내보인 발란까지, 이들 플랫폼은 모두 2021년 한 해를 휩쓴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공통점은 모두 한 분야에 특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패션, 중고거래, 명품 등 한 분야에 집중한 플랫폼을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또한 빠르게 성장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4조 3000억원 정도였던 버티컬 이커머스 시장은 2년만에 약 6조 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1년 11월 기준 36.5%로 종합 쇼핑몰 점유율 절반을 넘었다.
이제는 거물로 성장하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어떤 추세를 보였는지 거래액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패션 플랫폼
패션 버티컬 플랫폼은 2021년 한해 동안 유독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등 대표적인 기업들은 모두 지난 한 해 거래액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내 많은 패션 플랫폼은 패션 뿐 아니라 스타일 전반을 책임지는 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 패션 플랫폼계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무신사는 2021년 거래액이 2조 3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무신사 스토어, 자회사인 스타일쉐어, 29CM, 무신사 솔드아웃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무신사는 자사 거래액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10~2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브랜드의 매출 신장과 럭셔리, 스포츠, 아웃도어, 글로벌 컨템포러리 브랜드 등 이전보다 다각화한 입점 브랜드의 인기가 상승한 점을 꼽았다.
무신사는 지난해 3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 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 투자 받았다. 당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조 5000억원으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현재는 4조원 안팎까지 기업가치가 올랐을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도 지난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그재그의 2021년 거래액은 1조원이다. 전년 7500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카카오스타일은 지그재그가 지난 한 해 6500곳 이상 업체를 입점했다고 밝혔다.
지그재그와 같은 여성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와 브랜디도 높은 거래액 수치를 보였다. 에이블리의 2021년 거래액은 7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버, 마미 등 남성, 육아를 위한 쇼핑 플랫폼을 계속해 런칭한 브랜디는 총 거래액 5000억원을 달성했다.
2021년 한 해 패션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실은 바로 활발한 인수합병이다. 무신사, 신세계, 카카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노리고 패션 플랫폼을 인수했다. 이들이 인수한 기업은 모두 여성 고객 중심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7월 여성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했다. 스타일쉐어의 지분 100%를 확보해 스타일쉐어와 그 자회사인 에이플러스비의 플랫폼인 29cm는 무신사의 자회사가 되었다. 무신사는 주요 고객층이 여성인 두 플랫폼 인수를 통해 소비자층 다각화를 목표로 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 부문을 카카오 스타일로 인적분할해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도 패션 커머스업계에서 뒤쳐지지 않는 동시에 MZ세대 고객을 확보하고자 W컨셉을 인수했다.
명품 플랫폼
지난 한 해 명품 플랫폼도 큰 성장률을 보였다. 대표적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은 모두 2021년 거래액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해외나 면세점이 아닌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점이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 플랫폼 내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제품보다 더 많은 제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고객들이 명품 플랫폼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꾸준하게 제기되는 가품 유통 논란이 발목을 잡지만 세 플랫폼 모두 적극적인 사전검수, 보상제도, 공식 판매처를 통한 구매 등 신뢰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병행 수입 방식을 활용하는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은 2021년 거래액이 3528억원으로 전년 2500억원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5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케이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에게 총 13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2300억원을 인정 받았다.
해외 공식 매장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트렌비는 2021년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한해 거래액이 108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021년 11월 한달간 거래액만 5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트렌비의 빠른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트렌비 관계자는 12월 월간 거래액도 8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란은 2021년 거래액이 315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발란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저가 추천, 당일 배송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10월 시리즈 B투자에서 325억원 투자금을 유치했을 때 기업가치를 2000억원 이상으로 인정 받았다.
세 명품 플랫폼 모두 플랫폼을 알리기 위해 탑급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머스트잇은 주지훈을, 트렌비는 김희애와 김우빈을, 발란은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모델 기용 이후 3사 모두 거래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발란 경우, 지난 10월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한 이후 4분기 거래액이 2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766% 증가한 수치다. 트렌비도 지난 9월 김희애를 모델로 기용한 후 11월에 전년대비 3배 가량 높아진 거래액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팬데믹 중 공급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 분야 중 하나는 중고거래 시장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중고거래 시장은 20조원으로 2008년 4조원 대비 5배나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중고거래 플랫폼은 중고나라, 번개장터, 그리고 당근마켓이다. 세 플랫폼 모두 다른 특징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은 당근마켓이다. 현재 사용자수가 2200만에 달한다. 2021년 연말총결산 데이터에서 전한 바로는 지난 한 해 올라온 거래 게시글만 1억 5500만건이 넘는다.
또한 당근마켓은 지역 중고거래 뿐 아니라 지역 업체 홍보, 지역 생활 정보 공유 등 하이퍼 로컬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인근 주민에게 가게를 알리고 소통하는 채널인 비즈프로필은 2021년 2월 첫 선을 보인 이후 11개월만에 1300만 명의 이용자수를 확보했다.
지난 8월 당근마켓은 시리즈 D 투자에서 1789억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 받았다. 당시 투자에 참여한 DST글로벌 존 린드포스 파트너는 당근마켓이 지역 내 개인 간 중고거래를 일상으로 만들어 한국 모바일 C2C 시장을 새롭게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도 성장세를 보인다.
중고거래의 원조라고 불리는 중고나라는 2020년 연간 거래액 5조원을 달성했다. 중고거래 C2C시장을 크게 활성화한 것은 당근마켓이라고 평가받으나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에서 카페로 시작한 이후 중고거래 시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인지도가 높다. 지난해 3월 당시 누적 가입회원 수도 2330만 명에 달했다. 중고나라는 지난 3월 롯데 쇼핑이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비대면 중고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중고나라를 인수했다.
번개장터는 2021년 연간 거래액이 1조 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누적 가입자수는 1700만명이다. 번개장터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브랜드 중심 중고거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 ‘에스브릿지’, 중고 의류 셀렉트 샵 ‘마켓인유’에 투자하는 등 카테고리별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지난해 더현대서울, 코엑스에 이어 역삼 센터필드에 브그즈트 컬렉션을 오픈하는 등 다양한 행보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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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는 지난달 11일 8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4000억원 가량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신규 투자자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관계자는 “이용고객 중 MZ세대 비율이 경쟁사 대비 월등히 높고 취향에 기반한 중고 상품 거래, 안전한 결제 및 배송 등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번개장터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