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에서 3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답니다. 앞선 나이키 운동화 ‘조던’ 컬렉션 컨셉의 BZGT 랩 1·2호점과 달리, 3호점은 ‘프리미엄 컨셉 스토어’로 매장 이름도 BGZT Collection(브그즈트 컬렉션)인데요. 프리미엄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제게 친히 초대장을 보내주셨네요. 장소는 역삼역 가까이 위치한 ‘더 샵스 앳 센터필드’입니다. 이름이 어렵습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센터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프리미엄 센터 속 프리미엄 스토어, 이 더블 프리미엄의 위용에 조금 겁이 났습니다.

번개장터는 브그즈트 컬렉션에 대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명품 수요 트렌드와 함께 자신의 취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MX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공간”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근데 저도 MX세대거든요? 같은 세대로 묶였다고 해서 다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에 딱히 관심 없는 저조차 최근 “백화점 명품 매장 입장하는 데만 1~2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 “특정 제품은 백화점 성골* 리셀가가 판매가보다 수백만원이 비싸더라” 등의 소식은 익히 들은 바 있습니다. 아래에서 소개하겠지만 관련해 직접 맛보기 체험도 해봤고요. 확실히 주변 친구들의 명품 소비가 늘었다고 느끼고 있었던 참입니다.

* 성골 : 명품 브랜드의 시계, 가방 등 인기 제품을 백화점에서 직접 구매에 성공한 구매자, 또는 구매행위 자체를 의미. 신라시대 신분제도인 골품제의 최상위 계급인 성골을 비유한 표현. 그 아래 진골, 피골 등이 있으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오전 10시 첫 시간으로 예약해 컬렉션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답게 입구가 으리으리합니다. 대저택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요. 마치 대형 백화점 명품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 운동화가 메인인 브그즈트 랩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규모는 77평이고요. 총 3가지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 번개장터 측의 안내와 함께 순서대로 구경했습니다. 참고로 이곳에 준비된 상품은 ‘새 제품’입니다. 중고가 아니라요.

외국 저택과 같은 몰딩 장식 디테일로 차별화한 BGZT Collection 입구. 그러나 기자는 외국 저택을 가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

 

처음 보는 물건이 가득한 ‘라운지’

브그즈트 컬렉션은 각각 라운지, 젠틀맨존, 레이디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라운지는 의자와 테이블, 취향 선반 등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리빙룸 컨셉으로 명품 브랜드에서 내놓은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소품 등을 진열해 놨습니다. 처음 매장에 도착해 소파와 쿠션이 에르메스 제품인 줄도 모르고 그 위에 제 겉옷과 가방을 대충 던져놨는데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진실을 알게 된 후에는 조금 민망했습니다. 동대문 출신 야전 점퍼에 페브리즈라도 좀 뿌리고 나올 것을(에르메스야 미안해!).

라운지 전경. 쿠션마다 심상치 않은 ‘H’가 새겨졌다는 것을 파악했어야 했다.

에르메스 홈 & 데코 제품 외에도 루이비통 골프백, 티파니&코의 라이프스타일 토이 제품, 애슐린 아트북 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데요. 특히 ‘민트 감성’ 티파니&코 소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 최근에 핫하다는 향수도 시향 할 수 있습니다. 뉴욕을 접수하고서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스킨케어 브랜드의 각종 샘플러도 선물로 받았습니다만, 올인원 제품마저 “아, 그냥 내일 바를까”하는 저 스스로와 싸워 이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선물 감사합니다.


티파니&코의 인테리어 소품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라 한다. 가격도 상당하더라.

에르메스 제품들 아래 향수 시향이 가능한 코너도 준비돼 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아이들이 있는 곳 ‘젠틀맨존’

다음은 ‘젠틀맨존’입니다. 컨셉은 “남성 고객 취향에 맞춰 고급스럽지만 편안한 무드의 스픽이지 바(speakeasy bar) 컨셉으로, 바 테이블에 앉아 살롱에 온 듯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착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스픽이지 바가 무엇인고 해서 찾아보니 ‘1920년대 금주령 당시 미국에서 유래된 간판도 없고, 입구조차 찾기 힘든 비밀스러운 주점’을 뜻한다고 하네요. 여기서 밀담을 나눌 주제는? 바로 롤렉스 시계입니다.

스픽이지 바 컨셉의 젠틀맨존.

 

놀라워. 짜릿해.

2019년 초였을까요. 제겐 아픈 추억 하나가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2019년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계셨기에, 어머니와 두 아들은 서로 힘을 모으기로 했죠. 각자 매달 적금을 들어 아버지께 멋진 은퇴 선물을 드리기로요. 뭐가 좋을까 하다가 결국 아버지께서 가장 선호하시는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를 선택했습니다. 시계 구매는 가족 중 유일하게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제가 맡게 됐습니다. 우린 몰랐어요. 당시, 그리고 지금도 롤렉스 사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줄은.. 게다가 아버지가 원하는 모델이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였답니다..

그렇게 약 7개월의 시간 동안 시계를 찾아 헤맸습니다. 직장인이었기에 언제 입고될지 모르는 시계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았죠. 주말에는 오픈런* 전사들과의 대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각종 카페에 가입해서 실시간 정보 공유도 했고요. 그래서 성골 했냐고요? 아니요.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결국 아버지께 사정을 설명한 뒤 현금으로 드렸는데요. 더 좋아하시더군요.(오히려 좋아) 이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왜 했냐고 하면, 제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이들이 여기 젠틀맨존에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 오픈런 : 매장이 오픈(open)하면 바로 달려간다(run)는 의미.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개점 시간 전부터 기다리다가, 개점과 동시에 돌진하는 구매 방식. 초기에는 몸싸움도 불사했으나, 최근에는 줄 서기·번호표 제도가 정착됨.

젠틀맨존에서 만날 수 있는 롤렉스 시계는 약 40여종이라고 합니다. 평균 가격은 3000만원 대이고요. 가장 비싼 시계의 이름은, 잘 보세요, ‘18캐럿 에버로즈 골드 오이스트 퍼펙츄얼 여성 데이트저스트’입니다. 줄이면 ‘18에골오퍼여데젓’이겠네요(뇌절 ㄴㄴ요). 판매가는 7540만원입니다. 허허.. 세상이 참 재밌죠? 이 또한 누군가에겐 당연한, 또 다른 이에겐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일 것입니다. 명품과 리셀의 세계는 참 심오합니다.

’18캐럿 에버로즈 골드 오이스트 퍼펙츄얼 여성 데이트저스트’는 7540만원입니다.

그럼 대체 브즈그트 컬렉션 구매팀은 위 제품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오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는 먼저 ‘샤넬’ 이야기를 마치고 해 보겠습니다.

“지금 거기로 갈게!”라는 반응의 ‘레이디존’

마지막 ‘레이디존’은 샤넬 제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컨셉은 “라이브러리 컨셉으로 제품과 오브제가 아트웍처럼 구현된 드라마틱한 공간으로, 샤넬의 스테디셀러 제품부터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빈티지 또는 런웨이 컬렉션 제품으로 구성된 공간”이라고 합니다. 샤넬 가방 70여개와 샤넬 의류 26여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레이디존은 샤넬팬들의 마음을 마구 설레게 한다.

브즈그트 컬렉션 초대장을 받고서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 저는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다루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저는 롤렉스에 이어 샤넬 오픈런 경험자입니다. 자그마한 클래식 지갑을 구매해 선물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새벽 첫차를 타고 도착한 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는 이미 20명이 넘는(…) 선배님들이 계셨습니다.

우리 오픈런 전사들은 서거나, 앉거나, 캠핑용품을 활용하거나 각자의 개성대로 줄을 섰는데요. 저는 차가운 백화점 대리석 바닥에 앉아 가지고 온 책 ‘앵무새 죽이기’를 펼쳤습니다. 미국의 인종차별을 다룬 불후의 명작과 함께 세계 3대 럭셔리 브랜드 매장 입장을 약 4시간 동안 기다리는 진귀한 경험을 했더랬죠(그리고 제품이 없어 5분 둘러본 뒤 돈가스 먹고 집에 감).

레이디존에는 저를 비롯한 오픈런 전사들이 간절히 만나보고자 했던 제품들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여러 제품을 구경하던 중 모 샤넬 팬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는데요. 매장을 한 번 훑어주니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 당장 거기로 합류하도록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샤넬 팬에 따르면 “최근 샤넬 가방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정작 인기 있는 가방은 재고가 없어 실제 만나보기가 쉽지 않다”라고 합니다. 반면 브그즈트 컬렉션은 별도의 프라이빗 상담실에서 제품 구경을 시켜주거든요.

특히 이 사진을 보내면 샤넬 팬들이 미쳐 날뛰는 것을 확인했다.

의류도 준비돼 있다.

 

어디서 구해왔을까?

그럼 이 귀한 제품들을 번개장터는 대체 어디서 구해오는 것일까요? “전담 구매팀이 존재하며, 국내외 매입을 통해 전체 물품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경력의 검수팀이 반복적인 검수 작업을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한다. 앞서 구매팀 또한 철저히 공식적인 판매 채널을 통해서만 매입을 진행한다”라는 것이 번개장터의 공식 답변입니다.

관련해 샤넬 팬은 “사실 자본만 충분하다면 특별한 제품들도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다. 오픈런을 하는 이유는 백화점에서 보증하는 정품을 공식 판매가로 구매할 때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지, 어떻게든 해당 제품을 손에 넣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높은 리셀가를 주고서 무리하게 제품을 구매하면 ‘피골’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하더군요.

번개장터는 사실 ‘판매’에 관심 없다

브그즈트 컬렉션 매장에 준비된 제품들은 모두 판매가가 책정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번개장터 측은 판매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품 태그마다 따로 가격을 표시하지도 않았고, 제품 소진을 대비해 재고를 충분히 준비해 둔 것도 아닙니다.

번개장터 측에 따르면 “제품마다 2~3개에서 최대 10개 정도의 재고를 보유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매장이 ‘고객 체험을 통한 번개장터 브랜딩’에 목적이 있다고 밝힌 만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 이후 방문객들의 체험이 어려워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판매가 주목적이 아니기에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비치용 제품만 남긴 뒤 매진을 알리는 방식이 있겠네요.

별도 공간으로 준비된 상담실에서 제품 관련 설명 등을 들어볼 수도 있다.

오픈런에 대한 대비도 마쳤습니다. 브그즈트 컬렉션에 특정 재고가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 이곳 또한 오픈런 전사들의 돌진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해 번개장터 측은 “현장 방문 인원 조율과 함께 네이버 플레이스를 활용한 예약제를 도입하여 유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간대를 구분해 보다 많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샤넬 팬 또한 “브그즈트 컬렉션에서의 구매는 성골로 쳐주지 않을 것이기에 오픈런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이라 말하네요.

핫하다는 NYC 출신 스킨케어 제품 샘플. 기자도 프리미엄 휴먼이 될 기회를 얻었다.

 

번장은 ‘취향’에, 당근은 ‘이웃’에 집중

국내 중고거래 앱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인 번개장터와 당근마켓은 점차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취향을 잇는 중고거래 앱을 표방하는 번개장터는 연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였는데요. 소비자로 하여금 기존 본인의 취향을 확고히 하거나, 나도 몰랐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차원입니다.

또 ‘개인 취향에 따라 나만의 소비 스타일을 자유롭게 누리는 행위가 진정 멋진 소비며, 번개장터가 좋은 파트너가 되어주겠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퍼뜨리는 중이죠. 특히 희소성과 보존상태를 부가가치로 삼는 리셀 시장을 취향이란 키워드로 풀어내는 전략은 유효해 보입니다. 최근 번개장터의 몸값이 급등하여 4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이는 작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규모입니다.

한편 당근마켓은 여전히 ‘이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는 그저 동네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 활동 중 하나일 뿐”이라는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의 말처럼 지역 소상공인들의 당근 앱 내 마켓 개설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출시한 ‘당근페이’는 ‘내 근처’ 탭의 지역 상점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라 밝혔으며, 라이브 스트리밍 관련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란 소식이 들리는데요. 오래간만에 오프라인 매장 구경도 하면서, 중고거래로 시작한 양사가 점차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감동수기 -끝-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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