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경제의 활성화로 골목상권의 숨구멍은 매순간 좁아지고 있다. 쿠팡,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책임지고 이마트도 낮부터 밤까지 물건을 배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퀵커머스의 등장으로 골목상권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자칫 동네 책방 사라지듯 동네 슈퍼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퀵커머스는 30분-1시간 이내로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배달의민족 B마트가 대표적이다. 익일 배송이나 당일 배송을 넘어 분・시간 단위로 배달을 약속한다. B마트는 빠르게 성장 중이며, 쿠팡도 쿠팡이츠마트 서비스를 개시했다. GS와 이마트24도 편의점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한국마트협회는 지난해 퀵커머스가 진출 중인 식자재식품 시장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만약 퀵커머스 업체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다면 진출이 제한될 수 있다.

과연 대기업이 이끄는 퀵커머스와 동네슈퍼는 공존할 수 없을까?

배달의 민족 앱 내 B마트 1

쿠팡이츠 앱 내 쿠팡이츠마트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말 배달의 민족 앱 내에서 처음 개시한 퀵커머스 서비스인 B마트는 출발 후 빠르게 매출이 증가했다. 기자가 강남대로 한 건물에서 배달의 민족 앱을 켜자 단건 배달을 내세운 B마트1에서 25-35분 후 도착한다는 알림이 떴다. 이처럼 빠른 배송시간을 내세운 B마트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작해 현재 서울, 경기권, 대전까지 진출했다. 쿠팡이츠마트도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인다. 쿠팡이츠마트는 지난해 중순 처음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배달의민족과 마찬가지로 쿠팡이츠 앱 내에서 서비스를 운영한다. 같은 장소에서 쿠팡이츠 앱을 켜자 쿠팡이츠마트 배달 예상 시간은 11-16분으로 뜬다.

GS리테일도 전국 각지에 있는 GS25편의점을 이용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우딜’ (우리동네 딜리버리)로 퀵커머스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롯데, 오아시스마켓, 이마트24 또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거나 출시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이 포함된 상품매출 부문은 전년 대비 328% 증가한 약 2187억원을 기록했다.

퀵커머스업체의 30분 내외 배송 시간은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퀵커머스업체가 보통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이하 MFC), 즉 자사 물류창고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B마트, 쿠팡이츠마트 둘 다 오직 온라인 주문만을 위한 소규모 물류창고인 MFC를 운영한다.이용자들이 동네슈퍼 대신 B마트나 쿠팡이츠마트에서 식자재 배달을 할 수록 골목상권은 위협받을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으로서는 퀵커머스 업체가 자본력에서나 서비스면에서나 넘어서기 어려운 벽이다.

현재 업종 중 퀵커머스사업이 가장 큰 영항을 미치는 업종은 도소매업이다. 음식점 경우, 배달업체가 자신만의 업장을 운영하지 않기에 소득에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음식점은 직접 고용한 배달원 없이도 음식을 배달할 수 있고 배달 플랫폼은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다. 수수료 논란도 있지만 윈-윈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B마트와 쿠팡이츠마트는 음식배달과 달리 동네슈퍼와 경쟁관계에 서게 된다.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프랜차이즈학회 연구에 따르면 2019년 하반기 B마트와 요기요의 요마트 출시 후, 출시 지역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퀵커머스 업체가 출점한 강남구, 관악구, 영등포구 3개구 모두 출점 전후를 비교했을 때, 22시-04시 슈퍼마켓 이용비율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퀵커머스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고퍼프, 고릴라스 등 퀵커머스 업체 다수가 진출한 뉴욕 당국도 퀵커머스업체가 지역 소규모 상점들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퀵커머스가 지역 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 기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인스타카트와 같은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스타카트는 자체적인 물류창고가 아닌 동네 슈퍼마켓에서 식자재를 구매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앱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면 구매 직원인 쇼퍼가 지역 슈퍼마켓에서 주문한 식자재를 구매해 배달한다.

지역 상권이나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이 사업을 확장하자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과 지역 소상공인이 인스타카트와 적극적으로 제휴했다. 그러나 인스타카트는 판매자에게 받는 수수료도 배달 당 평균 10% 수준으로 낮지 않아 파트너들의 불만도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도 중소상공인과 상생을 내세운 플랫폼이 있다. 동네마트 장보기 플랫폼인 로마켓과 더맘마가 대표적인 예시다.  

로마켓은 6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2020년 공식 출시된 동네마트 장보기 앱이다. 위치 기반으로 근거리 마트와 고객을 연결한다. 시작할 당시 가맹마트가 50여개 정도였지만 현재 200여개에 달한다.

로마켓은 배달원이 있는 동네슈퍼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용자가 로마켓 앱으로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면 주문이 동네 슈퍼로 전달된다. 가맹 수수료는 1%다. 


재고관리를 위해 로마켓은 가맹마트 판매관리시스템(POS)에 원격지원으로 로마켓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품 가격 등 재고관리가 앱에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가맹점은 앱을 통해 주문을 받고 물건을 즉시 배송한다. POS만 있으면 누구나 앱을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기 등 신선식품 경우 매장에서 담는 양에 따라 그램수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경우 주문 후 금액이 조금이라도 변동된다면 소비자가 변동정보를 문자로 확인해 동의한 후 결제하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있다.    

더맘마는 맘마먹자 앱을 통해 가맹 마트와 자사 직영점의 식자재, PB상품을 판매한다. 맘마먹자 앱으로 주문이 들어오면 가맹마트는 주문을 받아 배송한다. 

더맘마 관계자는 “식자재 이커머스 사업은 계속 대기업의 영역이었다며 지역 중소형 마트들은 개별 앱을 만들 여력이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지역 마트에게 필요했던 이커머스 솔루션을 더맘마가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자사 앱이 계속 성장하면 가맹마트의 매출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11일 한국마트협회가 주최한 ‘중소유통대전’에서 한국마트협회장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더맘마 관계자는 “동네마트 이커머스 도입과 확산에 기여하며 동네마트와 지역경제 상생에 이바지해 협회장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우딜도 일종의 상생모델로 볼 수 있다. GS리테일이 본사 창고를 별도로 운영하는 방안이 아니라 기존 편의점 가맹점을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퀵커머스는 아직 시장형성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적지 않은 논란에 휩싸일듯 보인다.  

지난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우아한형제들 김범준 대표에게 “B마트 사업을 철수하고 중소 상인과의 상생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