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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대선 후보의 게임정책, 이래도 될까

IT 매체의 기자 입장에서 올해 대선은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 대선후보들이 게임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선거 캠프에 게임 관련 조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 10일 게임・메타버스 특보단을 출범했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게임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재명 후보가 게임 공약 발표를 한다고 하자, 윤석열 후보도 일정을 앞당겨 공약을 발표한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대선 후보들이 갑자기 게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말하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과거 선거에서는 주로 40~50대가 캐스팅보트를 쥐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특이하게 20대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대남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고, 표심도 이슈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

정치인들이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비난할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표심만 따르는 정책은 위험하다. 얼마전까지 정치인들은 게임과 관련해 학부모의 표심에만 주목했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게임을 못하게 막는 정책을 내놓았다. 게임 셧다운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게임중독을 마약, 도박, 알코올 중독 등과 함께 취급하는 4대 중독 관리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들이 게임에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반갑지만 아쉬운 것은 게임을 ‘젊은이들의 놀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게임은 이용자적 측면 이외에 경제나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에 주목하는 후보는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82조원에 인수한다는 발표가 나왔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오브듀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게임을 만든 유명 게임사다. 아재(?)들에게는 청춘을 불살랐던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로 더 유명한 이 회사가 82조원에 팔렸다.

82조원,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감이 잘 오지 않으니 국내 회사의 시가총액과 비교해보자. 현대자동차 시가총액 41조원 정도된다. LG전자는 21조원, 포스코가 23조원이다. 그러니까 마이크로소프트는 현대차, LG전자, 포스코의 모든 주식(대주주 지분만이 아니라 모든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으로 게임회사를 샀다.

이건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이라는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2020년 “게임에 올인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을 회사의 미래, 나아가 IT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0년까지 운영체제에 올인해왔고, 그 이후에는 클라우드에 올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올인하는 사업은 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게임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게임은 단순히 젊은층이 좋아하는 오락이 아니다. 최신 기술의 총집합체이며,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시험대이고, 미래에는 우리 삶의 제2의 터전일 수도 있다.

사티아 나델라 회장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게임은 메타버스의 출발점이다. 아니 게임은 이미 메타버스다. 게임 유저들은 오래 전부터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함께 플레이하고, 거래를 해왔다. 리니지에서 아이템 거래로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이 있다. 게임 기술과 산업의 발전없이 메타버스 발전은 없다.

인터넷의 발전도 게임과 밀접하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웹3.0이라는 키워드가 떠들썩하게 이슈가 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에 휘둘리지 말고 이용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도록 하자는 움직임이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도 게임이다. P2E(Play to Earn) 게임이 바로 웹3.0을 실현한 모습이다. 그런데 국내 게임업체가 게임하면서 돈도 벌 수 있도록 P2E 만드니까 정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라고 금지시켰다.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해외 서비스를 찾아 떠난다.

10여년 전 텐센트가 우리나라 게임사들을 찾아다니며 중국에서 유통할 수 있도록 사정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이후 셧다운제, 4대중독법, 중국판호금지 등으로 국내 게임산업은 줄곧 그늘져 있었다. 그동안 텐센트는 한국기업이 감히 넘보지 못할 회사가 됐다. 2020년 텐센트 영업이익은 83조원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 36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의 게이머는 전 세계에서 게임을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유저들이다. 그런데 한국의 게임산업은 유저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가 줄곧 게임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선후보들이 게임에 관심 갖는다는 게 신기하긴 하지만, 표심만 따라다니는 관심이 아니라 산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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