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생산량 33% 증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계는?
2021년 중국 반도체 생산량이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지속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 여파 등 시장 상황과 중국 반도체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 굴기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한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은 17일(현지 시각) 중국이 2021년 내 생산한 반도체는 3594억대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2613억대의 반도체를 생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며 “이는 중국 반도체 굴기와 자급자족에 대한 노력의 결과를 나타낸다”고 보도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도 “중국이 260억달러(약 20조966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생 웨이퍼 제조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 등 국가 차원의 특혜를 제공하며 반도체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생산라인에서는 7나노 미만 선단(Advanced) 공정이 적용된 첨단 반도체가 아닌, 구형 반도체 위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SIA에 따르면, 중국이 새롭게 증설한 웨이퍼 생산라인 중 다수는 아날로그 칩과 MEMS(미세 전자기계시스템)와 같은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이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도 레거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일환으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인해 ASML로부터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7나노 미만의 선단 공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EUV 노광장비가 필수로 있어야 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지만, EUV 노광장비에 탑재되는 부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따라서 ASML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중국에 EUV 노광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DUV(심자외선) 노광장비에 대해서는 따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 EUV 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 장비는 중국 내 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레거시 반도체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심한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만 놓고 보면 중국 반도체 굴기가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해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AI 반도체, 서버용 반도체 등 고성능 칩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선단 공정 기술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 선단 공정을 적용해야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비는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제재로 중국이 이 기술을 도입하지 못한다면, 반도체 기술 경쟁력 부문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 정부 상황과 규제 여부도 지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지난 해 12월 15일에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미국 정부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KLA,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장비기업이 SMIC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추가 제재가 가해질 경우,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반도체 산업이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투자한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도체 산업은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단시간 안에 중국이 다른 국가를 따라잡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