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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코드 찍으니 종목 추천” 이색 마이데이터

직장인 A씨는 스마트폰에 열 개 안팎의 금융 서비스 앱을 설치했다. 평소 금융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A씨는 마이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서비스가 흥미로워 보이거나 유익해 보이면 곧바로 가입해 써보곤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마이데이터의 취지를 살린 서비스를 찾기 힘들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사용자의 정보를 모아 관리, 분석해주는 서비스이지만 대부분 자산관리나 이에 기반한 금융상품 추천에 그친다.

반면,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서 기업들은 사용자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 금융사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 동의 하에 핀테크 포인트, 페이 결제 내역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다. 그럼에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체감하기 힘들다. 기업들이 과거보다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허용됐지만, A씨는 크게 와 닿는 서비스가 없다고 말한다. 그저 비슷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A씨가 얼마 전 눈에 띄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발견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일상 속 투자’라는 슬로건 하에 내놓은 ‘모이다’는 사용자의 소비 데이터를 활용했다. 핵심은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종목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색적인(?) 서비스에 호기심이 생긴 A씨는 앱을 설치하고 자산 연동을 해봤다. A씨의 신용·체크카드와 포인트, 증권사, 은행계좌 등이 연동됐다. 그 중 A씨는 ‘소비한 기업 투자하기’에 주목했다. A씨의 소비내역을 바탕으로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의 기업을 종목으로 추천해줬다.

지난달 가장 많이 물건을 구매한 기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데이터는 연동된 소비내역을 바탕으로 한다.

실제로, 작년 12월 A씨는 올리브영에서 두 차례 물건을 샀는데, 이를 바탕으로 추천 종목에 CJ가 나왔다. 즉, A씨는 작년 12월 소비 중에서도 CJ의 올리브영에서 가장 많이 물건을 구매한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A씨는 자신이 CJ 사의 상품을 총 얼마 치 구매했는지, CJ의 최근 주가, 뉴스, 관련주, 기업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A씨는 모르고 있었지만, 알고보니 CJ라는 기업에 관심이 있었고 이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알려줌으로써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의도다. 한투증권의 일상 속 투자 서비스는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한투증권은 “생각보다 투자 기회는 우리 생활 가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주변에서 내가 샀던 것이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투자를 하고 싶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용자에게 내가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알려주는 것이 투자의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마이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의 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마이데이터를 체감할 수 있다. 이 점이 한투증권에서 노리는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고도화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사용자가 CJ(올리브영)에서 무엇을 샀는지, 그 중에서도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한투증권은 이 서비스를 위해 카드사의 데이터를 가져오는데, 이때 가격과 구매처 데이터만 가져올 수 있다. 상품명은 전자금융업자(핀테크기업)로부터 가져올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구현한 곳은 없다.

모이다의 바코드 인식 서비스.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니, 해당 기업의 정보가 나왔다.

따라서 대안으로 만든 것이 ‘바코드 인식 서비스’다. 상품 바코드를 촬영하면 해당 상품을 만든 기업과 정보가 나온다. A씨가 얼마 전 구매한 치약의 바코드를 인식하자, 곧바로 화면에 LG생활건강이 떴다. LG생활건강의 주가와 연관 키워드(상품명 등), 관련 기사와 관련 주, 함께 구매한 종목, 기업정보, 매출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투증권의 모이다는 기존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달리 자산관리 기반의 상품추천이 아닌, 소비 기반의 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혹은 종목 추천을 해준다는 점에서 접근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A씨 입장에서는 새로운 관심사와 투자 대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투자가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A씨 입장에서 관심 있을 법한 기업을 알려주는 것 까지는 좋지만, 문제는 다음 단계다. 왜 이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지, 투자를 한다면 어떤 효율이 있을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투자를 처음하거나 잘 모르는 A씨 입장에서는 차트와 기사 등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투증권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이겠다는 큰 그림에서의 서비스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금은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변에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더 나아가서는 자산배분을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붙이는 등 로드맵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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