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넓게 장악하든지, 외길 장인이 되든지…

AI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분별할 필요성도 늘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쟁력을 가진 AI반도체 기업은 둘 중 하나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넓게 장악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장인이 되거나.

2017년 4월 설립된 디퍼아이는 그 중에서도 한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외길 장인’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디퍼아이는 로봇, 드론 등에서 이미지를 비롯한 비전 데이터를 처리할 AI반도체를 개발한다. 다른 AI반도체 기업이 범용 NPU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전 시스템이라는 특정 사업에만 갇힌 것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디퍼아이는 전략적으로 칩 수요가 높은 니치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쓰기 쉬운 AI반도체를 사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내 사업 분야에 특화돼 있으면서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해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반도체가 있다면, 대중은 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디퍼아이는 비전 시스템 시장을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상헌 디퍼아이 대표를 만나 AI반도체 시장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헌 디퍼아이 대표

한 우물만 ‘깊게’ 판다

그간 대중에게 알려진 AI반도체는 범용 단일 칩이 대부분이었다. 엔비디아 GPU나 주요 AI반도체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NPU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목적은 자사 단일 칩 에코시스템을 넓히는 것이다. 어떤 AI 애플리케이션이든 자사 칩을 통해 쉽게 알고리즘을 실행하도록 기본 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인 것이다. 주요 GPU·NPU 기업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스택, 컴파일러 개발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는 이유다.

하지만 AI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도 늘어나는 가운데, 디퍼아이는 틈새시장을 깊게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상헌 대표는 모든 분야를 만족시키는 단일 칩을 개발하는 것보다, 한 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디퍼아이는 시각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NPU 기반 SoC(System on Chip)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분야를 한정 짓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비전 시스템 구현에 필요한 요소를 갖춘 SoC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시각 데이터가 적용되는 분야라면 어디든 디퍼아이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자율주행, 무인가게, 로봇 서빙, AI의료 탐지 등 다양하다. 같은 비전 시스템이 적용된다 해도, 각 부문에서 요구하는 조건과 성능은 다 다르다. 단일 칩 하나로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부가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며, 이는 번거로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상헌 대표에 따르면, 디퍼아이는 NPU를 탑재한 SoC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각 고객사의 요구조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상헌 대표는 “디퍼아이는 비전 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기에, 고객사 요구를 빠르게 반영하고 서비스 성능을 극대화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SMC·에이직랜드와 협업할 수 있었던 이유

디퍼아이를 창업하기 전, 이상헌 대표는 멀티미디어 IC, 시각 데이터 처리 관련 개발을 지속해 왔다. 이 대표는 과거 국내 카메라 시그널 프로세서를 생산하던 ‘엠텍비전’에서 칩을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휴대폰이나 카메라 IC 등 전반적인 멀티미디어 IC는 대부분 엠텍비전에서 만들고 있었는데, 세계 50위권에 꾸준히 들어왔을 정도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활성화되면서 멀티미디어 IC 시장 패권은 대기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기에 국내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줬던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 사태로 엠텍비전도 대규모 손실을 입었고, 결국 2014년 3월 상장 폐지됐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이상헌 대표는 디퍼아이를 운영하면서 엠텍비전에서 경험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엠텍비전은 TSMC의 한국 매출 40%를 차지했다. 그 정도로 양사는 긴밀히 협업했다. 엠텍비전 당시 확보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디퍼아이는 TSMC와 좀 더 수월하게 협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디퍼아이는 국내 디자인하우스 에이직랜드(ASICLAND)와 협업하고 있다. 에이직랜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TSMC VCA(Value Chain Aggregator)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다. TSMC VCA로 지정되면, TSMC와 가격을 협상할 때 우선권을 가져갈 수 있다. 결국 디퍼아이는 에이직랜드와 협업해 추후 제품을 생산하는 데 단가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상헌 대표는 “TSMC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는 제품성이 어느 정도 검증이 돼야 하는데, 디퍼아이는 그간 쌓아 둔 기술을 기반으로 에이직랜드, TSMC와 협업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퍼아이가 개발한 블랙스완 타키 SoC

SoC 제품명은 블랙스완, “가능성 보여줬다”

디퍼아이는 2021년 7월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샘플 칩을 만들었다. 해당 칩은 NPU 기반 SoC로, 제품명은 ‘블랙스완(BS) 타키 402’이다. 디퍼아이가 제품을 선보이기 전, 일각에서는 NPU 기반 SoC를 만드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디퍼아이는 제품을 개발했고, 현재 양산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상헌 대표는 “이처럼 디퍼아이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솔루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그 의미를 담아 블랙스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디퍼아이 SoC에는 ▲푸르닝(Pruning) ▲양자화(Quantization), 두 가지 핵심 기술이 들어가 있다. 먼저, 디퍼아이 NPU는 뉴럴 네트워크를 반도체 칩상에서 푸르닝(Pruning)할 수 있다. 여기서 푸르닝이란 최종 결과에 기여하지 않는 값을 도출한 네트워크를 제거해 계산 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말한다. 이 대표는 “반도체 칩상에서 푸르닝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며 “국내 최초로 반도체 기반 푸르닝 기술 특허를 냈다”고 말했다.

디퍼아이 NPU는 푸르닝과 함께 양자화 처리를 한다. 양자화란 세밀한 단위로 표현한 입력값을 단순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를 통해 연산 크기를 줄이고, 더 빠르고 가볍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대표는 “푸르닝과 양자화 기술을 통해 디퍼아이 NPU는 저전력으로 고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이것이 디퍼아이의 시그니처 테크닉”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디퍼아이는 이미지 센서, 라이더 특수센서 부문에서 해외 업체와 협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디퍼아이는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협업을 통해 제품을 개발해 나가고 제품군을 추가할 계획이다.

디퍼아이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투자 유치를 1월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디퍼아이는 투자를 받는 것 자체보다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내는 것에 더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제품을 양산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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