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법사위 통과, 기술 보호 팔 걷는다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일명 ‘반도체특별법’이라 불리는 법안이 10일 국회 법제사법위를 통과했다.

반도체특별법은 국가 차원에서 기술을 보호해야 하는 첨단산업 분야에 인프라나 인력 등을 기업에 지원하고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각 기업은 사업을 안정적으로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 해당 법안은 반도체 산업에만 적용하기로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차전지, 백신 사업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체계화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 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반도체에 특화한 법안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특허·기술 부문은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사업 지원은 예비 타당성(예타) 제도에 묶여 있었다.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국토부 산업입지법을 충족해야 했다.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분산돼 있는 법안을 하나하나 준수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허점도 존재했다.

정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반도체특별법이 발의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사모펀드의 매그나칩 인수 시도 사건 때문이다. 매그나칩은 OLED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2025년 OLED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은 국내 법안의 허점을 이용해서 매그나칩 인수를 시도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사모펀드의 매그나칩 인수 시도 사건은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닌, 한 국가의 산업 기술이 넘어가는 것”이라며 “특별히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했다고 정계에서는 판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중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하면서, 반도체 기업도 공급망에 대한 위협을 감지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4대 핵심품목 공급망을 검토하고, 대대적으로 변화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지속해서 반도체 굴기 등을 추진하며 핵심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에도 반도체, 이차전지 등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의 제고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간 근거가 되는 개별 법률이 없어 첨단 산업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법안을 통해 정부는 국내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기술을 보호하고 국가 차원에서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정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통해 기업의 입장을 듣고 지원을 한 바 있다”며 “해당 정책을 통해 정계는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고, 따라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사위 상정 과정에서는 잡음도 있었다. 인프라 지원 의무화 규정과 예타 특혜 법안은 기존 법을 우회하는 특별법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사전협의를 거치는 방식으로 정책이 봉합됐고, 결론적으로 합의를 끝냈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이견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강국이지만, 파운드리나 팹리스 등 다른 부문의 반도체 산업은 다소 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파운드리와 팹리스가 기술력을 갖출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반도체 기업 운영 시 필요한 용수나 전력 등 자원 문제도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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