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 결국 자진 사퇴…거취는 미정

이른바 ‘주식 차익 먹튀 논란’에 휩싸인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는 류 대표 내정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겠단 입장이다. 다만, 류 대표 내정자의 앞으로 거취나 남은 주식 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일 카카오에 따르면,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지난 주말 카카오에 대표직 자진 사퇴 의사를 전했다. 이에 카카오는 10일 오전 이사회에 이 사실을 알렸다.

관련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직원)들이 다양한 채널로 주신 의견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류 내정자의 자진 사퇴는 앞서 발생한 지분 대량 매각 사태와 관련됐다. 지난달 10일 류영준 현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매각 지분은 총 44만993만주로, 매각 차익은 900억원 대에 달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카카오페이 내부에서는 경영진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비난이 쇄도하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이에 류 대표는 사내 간담회를 열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분위기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각 사실이 알려진 이후, 카카오 노조에서는 꾸준히 류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왔다. 카카오 노동조합에 따르면,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사내 게시글에 지금까지 1900명이 넘는 직원 실명으로 동의를 했다.

결국 직원들 달래기에 실패한 류 내정자는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류 내정자는 오는 3월까지 카카오페이 대표직을 유지한다. 다만, 이후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류 대표가 보유한 카카오페이 지분 48만주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관련해 카카오 노동조합은 보상 구조가 전체 직원이 아닌 경영진에만 돌아간 점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승욱 노동조합 지회장은 “카카오페이 구성원들은 상장 이전부터 지금까지 포괄임금제 유지, 유연근무제도 실시 등을 하며 달려왔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경영진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상에 대한 구조가 스타트업일 때부터 추구했던 방향과 맞는지 성찰을 해야 하며, 앞으로 카카오 계열사 상장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카카오 노조는 직원들의 요구가 논의, 수용된 것에 긍정적으로 봤다.

서 지회장은 “이번 사태로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으며,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었고 무척 안타깝다”며 “이제는 회사와 노동조합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상장 시 일정 기간 임원진의 매도 제한 규정 신설’, ‘선량한 관리자 주의 의무 강화를 위한 내부 점검 프로세스 강화’와 같은 강도 높은 예방 대책 수립을 회사에 요구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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