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에 직원이 없다?” 은행 영업점의 변신

‘은행 영업점’이라고 하면 흔히 창구에 있는 영업점 직원과 순서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모든 영업점의 풍경이 이렇진 않다. 어떤 영업점은 창구 직원들이 없는 대신 키오스크나 현금자동인출기(ATM)가 있다. 또 어떤 곳은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곳도 있다.

시중은행은 목적에 따른 특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기술이 접목된 디바이스를 도입한 기술 특화 영업점이나 직원이 없는 무인 영업점,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와 인테리어를 한 영업점,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영업점이 바로 그것이다.

은행이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영업점 직원 감축과 영업점 이용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은행은 영업점 감소 대안으로 기술 특화 또는 무인 영업점을 열고 있다. 이 경우 기존 영업점 대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은행은 특화 영업점을 통해 신규 고객을 포섭할 수 있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2030세대를 겨냥해 무인 점포를 만들고, 노년층이나 고액자산가를 위해 전용 점포를 만들어 주거래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어떤 종류의 특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지, 몇 곳을 꼽아 분석해봤다.

기술 특화 영업점

각종 신기술에 특화된 영업점이 있다. KB국민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사이트 지점’은 각종 신기술 집합소다. 창구 직원 대부분이 은행 기술 관련 인력이다. 영업점 업무나 장치(디바이스)에 신기술을 적용했다. 일반 고객들은 기존 영업점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은행의 인사이트 지점 내부 모습

인사이트 지점의 핵심 업무는 은행이나 영업점의 디지털화를 진행하기 앞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술적인 보완을 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 접목이나 머신러닝(ML) 기능을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통한 업무 자동화 등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실제 영업점에 신기술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외에도 인사이트 지점은 가상현실(VR) 지점 등 새로운 프로젝트나 은행의 기술 세미나 등을 맡아 진행한다.

인사이트 지점 한 쪽에 놓인 VR지점(브랜치) 시연 장치

방기석 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장은 “지점이 테크그룹의 건물과 가까워 함께 기술적으로 협업하고 미팅을 하기가 수월하다”며 “동시에 은행에서 신기술 적용에 대한 요청이 왔을 때 이를 테크그룹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사이트 지점이 국민은행의 기술 테스트베드라면, 신한은행의 ‘디지털 라운지’는 고객들이 직접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첨단 신기술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라운지에는 실시간 화상통화로 은행 직원과 상담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와 간단한 금융업무를 돕는 스마트 키오스크가 있다. 기술 특화 지점인 동시에 영업점 직원이 없는 무인 점포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의 디지털라운지에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키오스크를 통해 인공지능(AI) 은행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곳에는 실제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은행원이 있다. 스마트 키오스크 속 AI 은행원은 영상합성,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실제 영업점 직원을 AI로 구현했다. AI 은행원은 고객을 맞이하고 원하는 업무를 안내한다. 고객이 지문이나 정맥 등 생체정보를 디지털 기기에 등록하고 출금이나 이체 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한은행이 디지털 라운지를 고안한 배경에는 영업 점포 폐쇄가 있다. 최근 영업점 폐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점포 이용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디지털 기기로 실제 창구에서 받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 은행의 취지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라운지. 전국에 총 17곳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점포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최대한 창구에서처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디지털 라운지를 만들었다”며 “영업점 직원은 없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을 도울 수 있는 직원이 있다”고 말했다.

무인 영업점

신기술 점포는 무인 영업점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신기술 활용의 적극성에서 차이가 있다. 무인점포에는 주로 ATM이나 키오스크, 스마트텔레머신(STM)이 배치됐다.

우리은행의 무인 영업점인 ‘디지털금융점포’ 내부 모습.

우리은행은 키오스크 업무를 선호하는 고객을 위해 전용 영업점을 따로 마련했다. 강남역에 위치한 디지털금융점포에서 스마트키오스크를 통해 예금, 전자금융, 외환 등 신규 업무나 일부 대출업무를 이용할 수 있다.

예금, 인출 등 간단한 업무는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아, 이들을 위한 특화 영업점을 신설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동시에 영업점의 고객 대기 시간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고, 충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년층을 위한 영업점

디지털 기기 사용에 취약한 노년층 고객을 위해 특화한 영업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작년 12월부터 시니어 영업점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서비스와 디바이스가 노년층에 맞게 제공된다.

신한은행의 노년층 특화 영업점 내부 모습.

대표적으로 번호표 발행기 화면 크기를 늘리고 항목을 단순화했다. 업무별로 색깔을 다르게 해, 고객이 업무에 맞는 창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영업점 내부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했다. 예를 들어, 입출금 업무를 보고 싶다면 번호표 발행기에서 녹색 단순업무를 선택한 뒤 영업점 바닥의 녹색 선을 따라 창구로 이동하면 된다.

또 ATM 사용이 복잡하고 용어가 어렵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맞춤 ATM 화면을 개발했다. 예금, 인출이 아니라 돈 넣기, 돈 찾기, 돈 보내기와 같은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기존 ATM 대비 70% 느린 속도의 느린 말 서비스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시니어 영업점의 지점장 대부분이 차장급이라는 것이다. 시니어 영업점은 입출금 등 단순 업무가 많다 보니 본점에서도 영업점을 평가할 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기기가 새롭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다”며 “실제로 ATM의 글씨도 크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노년층이 많이 찾는 은퇴, 연금 상담 특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8곳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 센터는 노년층을 위한 은퇴자산관리 전문 상담센터다. 이곳에서는 은퇴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세무, 부동산 등 종합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후대비로 관심이 많은 은퇴나 연금 등은 일반 영업점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기가 어려워 별도로 전용 영업점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직장인 특화 영업점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영업시간을 조정한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영업점인 ‘굿타임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영업점들은 기존에 9시부터 4시까지 운영했으나, 직장인들을 위해 10시부터 5시까지 운영시간을 조정했다. 굿타임뱅크가 위치한 곳은 광화문 등 주로 기업 밀집 지역이다.

신한은행의 굿타임뱅크는 은행의 주거래 고객 중 하나인 직장인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실제 직장인들의 은행 영업점 수요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사 결과, 4시 이후에 영업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꽤 있었다”며 “직장인들의 수요 조사를 토대로 전산마감시간을 고려해 영업점의 운영시간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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