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인터넷 세상을 휩쓸었던 싸이월드. 이곳에선 도토리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다. 미니홈피(개인 홈페이지)를 꾸밀 수 있는 캐릭터와 아이템, 배경음악까지 전부 살 수 있었다. 도토리가 이곳에선 화폐인 셈이었다.

옛 감성과 추억이 가득한 싸이월드가 오는 17일 메타버스 기반으로 부활하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도토리은행을 자처했다. 싸이월드 메타버스 안에서 도토리를 기반으로 관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어떻게, 그리고 왜 도토리를 취급하는 것일까.

IBK도토리은행을 재연한 모습 (사진=싸이월드)

기업은행은 싸이월드 서비스가 열리는 이번 달 17일 메타버스 기반의 ‘IBK 도토리은행’을 연다. 기업은행은 두 번에 걸쳐 도토리은행을 열 계획이다. 1차는 기업은행을 알리는 홍보관으로 운영하고, 내년 4월에는 본격적으로 금융상품을 내놓고 금융서비스 체험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2019년 10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싸이월드(싸이월드 제트)는 지난 11월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합작법인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설립했다. 합작법인을 통해 두 회사는 싸이월드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든다. 부활하는 싸이월드의 모습은 사용자가 미니홈피 속 미니룸 문을 열고 나가면 한컴타운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한컴타운에서 다른 사용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기업은행은 도토리 판매의 한 축을 담당하고, 도토리를 활용한 금융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싸이월드 개인 미니홈피 사용자와  싸이클럽 회원에게 맞춤형 제휴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것.

기업은행이 싸이월드에서 제공할 금융상품

먼저, 도토리 통장이 있다. 도토리 구입 건수 등 거래내용, 핵심예금 평잔(매일 잔액 평균)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는 입출금식 통장이다.

키워주(ZOO)적금은 가입 시 원하는 가상현실의 동물을 선택해 만기까지 키워나가는 메타버스 방식의 적금 상품이고 한다. 동물이 성장하는 모습은 동물의 성장주기(3, 6, 9, 12개월)에 맞춰 싸이월드 미니룸과 기업은행의 모바일 뱅킹에서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처럼 금융활동을 게임화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이다.

공지, 회비 입출금 내역 알람 등 동호회 자금관리나 회원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럽친친 통장도 있다. 이 상품은 카카오뱅크의 모임 통장에 익숙해진 사용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특성상, 여러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오가는 만큼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기업은행은 상품 전반적으로 재미 요소를 더해 사용자가 단순 금융상품이 아니라 게임처럼 흥미롭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다만, 은행은 세 상품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것인지, 모바일뱅킹과 연계되는 것인지 등 사용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재미와 보상을 기반으로 게임 요소를 접목한 금융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도토리를 자산으로 활용해 가상의 금융상품 상담을 통합 상품 가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도토리에 현실세계 화폐에 대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실질금리 등을 가상경제에도 똑같이 적용해, 이자를 도토리로 지급한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당행 계좌로 암호화폐 결제 시 도토리를 추가 적립해주는 등 고객 리워드를 제공한다. 2030세대인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나 싸이월드 콜라보 아이템을 경품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도토리은행을 통해 메타버스 금융 구현을 위한 첫 단계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영업점인 대면채널과 비대면채널(뱅킹 앱)의 한계를 보완환 메타버스 뱅킹을 구현해 미래금융 채널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시중은행에서는 모바일 뱅킹을 대체할 다음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됐듯, 앞으로는 메타버스에서 금융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실험하고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대응하는 이유다.

기업은행은 싸이월드를 시작으로, 여러 기업들과 손잡고 메타버스 금융에 참여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웠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제휴 마케팅을 시작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메타버스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