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삼성이 전기차 사업 키우는 이유

베트남의 삼성이라고도 불리는 현지 대기업 ‘빈그룹(Vin Group)’이 자동차 자회사 키우기에 시동을 건다. 자동차로 미국 시장에 상장하는데, 투자금을 확보해 국내외로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전기차가 짧은 시간 내 그룹 전체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효자 산업임을 확인한 후 내린 결정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빈그룹 산하 자동차 자회사 빈패스트(VinFast)가 2022년 하반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빈패스트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소 30억달러(약 3조5553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빈패스트는 자사 베트남 사업부 지분을 소유한 싱가포르 지주회사를 설립해 IPO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IPO를 통해 조달받은 자금은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 하더라도, 우선은 해외 시장보다는 내수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빈패스트가 걸어온 길

본래 빈그룹은 베트남 내에서도 종합 부동산 개발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리테일, 관광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으며, 리조트·부동산 사업을 통해 기초를 다졌다. 이후 첨단 기술 부문에도 손을 뻗었는데, 자동차 사업은 2017년 자회사 빈패스트를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빈그룹 창업연도가 1993년인 것을 고려하면, 자동차는 꽤 최근에 손을 댄 신규 사업이다.

빈패스트는 문을 연 직후인 2018년부터 지속해서 제품군을 늘려 왔다. 2018년 11월에는 전기 오토바이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SUV 차량 ‘럭스SA 2.0(Lux SA 2.0)’을 공개했다. 2020년에는 베트남 내 자동차 브랜드 최초로 전기버스를 만들었다. 해당 버스는 2020년 10월 시운전을 완료했고, 2021년 4월부터 하노이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빈패스트는 전기 자율주행 SUV 모델 3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VF31(C segment) ▲VF32(D segment) ▲VF33(E segment) 등 세 가지인데, 이 모델 모두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안면인식, 내부 온도 자동조절 등과 같은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을 탑재한다. 더 나아가  2022년 2분기에는 새 전기 SUV 모델을 선보이고, 제품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짧은 업력에도 빈패스트는 빈그룹 전체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빈패스트의 매출은 2020년 4분기부터 증가했는데, 2020년 한 해 동안 차량 3만1500대, 전기 오토바이 4만54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성명을 통해 2022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만5000대에서 4만2000대로 높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빈패스트 미국 본사 (출처: 빈패스트)

핵심은 ‘내수시장 성적’

빈패스트는 지난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 본사를 개설했다. 더불어 미국 시장에서도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스타트업 단계고,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에 쟁쟁한 기업이 많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테슬라, 루시드모터스, 리비안 등 전기차 전문업체뿐만 아니라 순수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 가운데 빈패스트가 현 시점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가격 경쟁력 하나로 보인다.

다만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면, 추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빈패스트가 베트남 내수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얻는지에 따라 글로벌 시장 내 입지도 달라질 것”이라며 “2022년에 출시될 차량 상품성, 그리고 대량 생산체제를 얼마나 잘 갖출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 내에서는 이미 주요 전기차 제공업체로 자리잡았고, 베트남 정부에서도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사업을 지지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신차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1월 1일부터는 유럽 배출가스 기준 4단계에 준하는 ‘유로4’를 적용했는데, 2022년 1월부터는 한 단계 더 강화된 유로5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더불어 전기차처럼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자동차 산업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지난 11월 말 VFe35와 VFe36 모델을 공개한 바 있는데, 해당 제품은 2022년 1분기에 북미시장 예약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