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PC용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그간 퀄컴은 통신 부품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핸드셋(모바일 장치) 부품 기업이라는 인식을 탈피하고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PC시장에도 손을 뻗은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지난 2일 PC용 반도체 ‘스냅드래곤 8cx 3세대’를 공개했다. 스냅드래곤 8cx 3세대는 그간 퀄컴이 개발해 오던 PC용 스냅드래곤의 일종이다. 해당 칩에는 PC용 칩 최초로 5나노 공정이 적용된다. 기존 칩에 비해 영상, AI 처리 등 성능이 좋아졌고 배터리 수명도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퀄컴은 새롭게 PC용 반도체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간 퀄컴은 자사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성능을 높여 PC에 적용하겠다는 ‘ACPC(Always Connected PC)’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을 버리고 PC만을 위한 칩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퀄컴은 올해 1월 CPU 스타트업 누비아(Nuvia)를 인수했다. 누비아는 애플 출신이 창업한 기업으로, 이미 PC칩에 대한 기술력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인텔·AMD에 대항해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자체 칩을 개발해 탑재하고 있다.

이후 11월 16일(현지시각)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CEO가 “누비아 인수를 통해 PC용 스냅드래곤 칩을 새롭게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퀄컴 본사

통신칩 강자 퀄컴이 왜 PC를?

그간 퀄컴, 하면 핸드셋 부품 제공업체 이미지가 강했다. 퀄컴 내 매출 비중도 통신 반도체 판매 비중이 75%였다. 그런 퀄컴이 PC용 반도체에 팔을 걷은 것은 동일한 아키텍처를 가진 퀄컴 AP ‘스냅드래곤’ 시리즈와의 호환성을 강조하고, 생태계를 늘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퀄컴이 생태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먼저 사업부에 준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퀄컴 사업부를 살펴보면 크게 특허 라이선스와 로열티 수익 관련한 QTL(Qualcomm Technology Licensing) 사업부문과 QCT(Qualcomm CDMA Technologies)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반도체는 QCT 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다.

퀄컴은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에 QCT 사업부를 ▲핸드셋 ▲RF(Radio Frequency) ▲IoT ▲자동차, 총 4부문으로 세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PC용 반도체 개발은 IoT 사업부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퀄컴이 사업부문을 세분화하고 PC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은 사업 확장과 더불어 PC칩 간 호환성을 고려해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함”이라며 “실제로 이 전략을 통해 퀄컴 사업부가 확장했고, PC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 PC칩, 잘 될까

여전히 PC나 서버 시장에서는 인텔, AMD가 제공하는 x86 아키텍처 프로세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x86 아키텍처는 성능, ARM 아키텍처는 저전력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도 ‘옛날 이야기’다. ARM 아키텍처 기반 PC칩이 x86 기반 프로세서보다 좋은 성능을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자체 설계 칩을 자사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애플 M1칩은 출시 이후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모델보다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도 ARM 아키텍처 기반의 PC칩 전망은 밝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모바일 칩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AP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PC는 같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기기와 호환이 더 잘 된다. 통신칩 강자 퀄컴이 PC칩도 개발하고 호환성을 강조한다면, PC 시장에도 어렵지 않게 점유율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결국 PC시장도 모바일 기기에 맞춰 ARM 아키텍처로 전환하는 것이 긍정적”이라며 “추후 ARM 아키텍처가 x86을 넘어 대세가 될 가능성도 있으며, 퀄컴도 이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