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기반의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벌써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8인치 SiC 웨이퍼 생산에 들어간 업체도 있다. 그러나 아직 대세는 6인치 SiC 웨이퍼다. 8인치가 주류로 올라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SiC 기반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소 5년 동안은 8인치가 아닌 6인치 SiC 웨이퍼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 과제 해결할 ‘SiC 전력반도체’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전기차 시장이 가진 숙제를 풀 해결책이라 여겨져서다. 여전히 전기차 산업은 충전시간은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승용차는 몇 분 안 되는 주유 시간에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는 그만큼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는 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800V 충전 아키텍처를 도입했다. 높은 전압을 한 번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충전전력을 높일 수 있다. 충전전력이 높다는 것은 곧 완전히 충전하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800V 충전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20분 안에 80% 가량 충전할 수 있다. 다만, 높은 전압이 가해지기 때문에 발열 현상이 일어나고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 시장에 필요한 이유는 이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SiC는 원소 특성상 일반 실리콘에 비해 전력이 덜 손실된다. 이 같은 특성상 SiC 웨이퍼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들었을 때 실리콘 웨이퍼로 생산된 반도체에 비해 전력이 덜 손실된다. 따라서 고전압에서도 디바이스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고온에서도 안전하게 기기를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차량이 소모하는 전력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력반도체를 탑재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SiC 전력반도체를 도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고전압에서도 발열을 줄이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전기차 시장과 SiC 전력반도체는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인치 시중에 나왔지만 “여전히 6인치가 대세”

현재 시장에 있는 SiC 웨이퍼는 6인치와 8인치, 두 종류다. 8인치 웨이퍼는 6인치 웨이퍼에 비해 기판이 더 넓다. 따라서 한 번에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넓은 기판을 사용하면 반도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따라서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8인치 SiC 웨이퍼 시장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스위스 반도체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 8월 8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소재·부품·장비 업체도 8인치 SiC 웨이퍼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8인치가 대세가 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는 최소 5년 이상은 8인치보다 6인치 SiC 웨이퍼가 더 많은 시장을 점유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트렌드포스는 “기존에 설립돼 있는 전력반도체 생산라인 대부분 6인치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는데, 8인치 전환을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수율 개선과 생산라인 전환에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8인치 SiC 웨이퍼를 사용하기에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현재 전력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가 8인치 팹을 갖추고 있는데,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다”며 “8인치 웨이퍼로 전환할 만큼 전력반도체 수요가 많지 않아 오히려 투자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개발한 8인치 SiC 웨이퍼 (출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다만, 당장 대세가 아니라 하더라도 8인치 SiC 웨이퍼 연구는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8인치 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곳이 없다. 해외 주요 기업만 일부 하고 있으며, 그 마저도 전력반도체 자체 사업보다도 아날로그 반도체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전력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SiC 전력반도체 시장이 성장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올 때, 전력반도체 생산업체는 6인치에서 8인치 SiC 웨이퍼 기반으로 반도체 생산을 전환할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