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뚜껑 열어보니, 안팎으로 대혼란
흩어진 금융 정보를 모아 관리, 분석해주는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뚜껑이 열렸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12곳이 12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범 시행 첫날인 만큼 몇몇 서비스에서는 앱 구동이 잘 되지 않거나,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업계에서는 오류의 원인으로 정보제공자 등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자들이 모든 준비가 안 된 점을 지목했다.
1일 오후 4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곳 46개 가운데 17개 사업자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은 국민, 농협, 신한, 우리, 기업, 하나가, 금융투자사는 키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카드사는 국민, 신한, 하나, BC, 현대가, 상호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참여했다. 핀테크 업체는 뱅크샐러드와 핀크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중 몇몇 서비스에서 오류 현상이 발생했다. 앱이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거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이 되지 않는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또 일부 서비스에서는 사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KB국민은행에서는 데이터 통신에 실패했다는 화면이 뜨면서 마이데이터 가입이 원활하지 못했다. NH농협은행은 AP미등록 오류, 통합인증 전송요구 실패라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우리은행에서는 몇몇 금융사들과의 자산연결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카드사와 투자사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하나카드는 로딩이 길어져 접속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나금융투자와 우리카드에서는 자산연결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정보제공자 등 마이데이터 관련 사업자들 대다수가 준비가 안 된 점을 지목했다. A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준비를 끝냈어도,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외부 정보제공자의 준비가 덜 된 문제일 수 있다”며 “정보 수집이 핵심이기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도 “아마 모든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하는 1월부터 원활하게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이데이터는 서비스를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사용자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자, 인증사업자, 통합인증기관, 중계기관인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한다. 그 중에서도 정보제공자는 사용자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은행,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핀테크 업체, 통신사 등이 해당된다.
정보제공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API라는 형식으로 사용자 정보를 줘야 하는데, 아직 이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곳이 많아 시범 서비스 첫날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소비자 외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이어졌다.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오류를 모니터링하며 대응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것이 구축 업체들의 의견이다.
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구축 업체 관계자는 “정보제공자 호출이 잘 안 되거나, 초당 접속 사용자들이 많아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전반적으로 준비가 덜 됐음에도 불구하고 목표시기에 맞춰 마이데이터를 시행한 것이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구축 업체 관계자는 “아직 모든 준비가 덜 돼서 발생한 오류일 텐데, 이러한 책임은 고스란히 구축 업체들에게 전가될까봐 두렵다”며 “당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기 전 압박만 했지 제대로 된 현황 파악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 시행 한달 전만해도 준비된 사업자들이 10곳도 채 되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 목표 기간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금융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금융위는 업체들에게 시기 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측은 “안전하게 마이데이터가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발생하는 보완필요사항 등을 점검해 API 방식 마이데이터 서비스 전면시행을 차질없이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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