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정책부문을 담당하는 딘 가필드 부사장이 한국에 방문했고, 지난 4일에 예정에 없이 기자를 모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 그랜드홀을 거의 가득 채울만큼 기자가 모였으니, 넷플릭스에 쏠린 관심을 알만했습니다.

얼마전 싱가포르로 이사와서 한국에 더 자주오게 될 것 같다는 딘 부사장은 ‘오징어게임’ 속의 트레이닝 복을 입고 발표 석에 올랐습니다. 그는 방긋 웃으면서 넷플릭스가 열어젖힌 한국 콘텐츠 IP의 세계화를 이야기했지만, 질문은 거의 대부분 망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의 갈등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넷플릭스는 왜 망사용료를 안 내느냐”였죠.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

지금까지의 상황을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갈등은 SK브로드밴드의 주장에서 시작합니다. 넷플릭스로 인해 트래픽이 늘어나 회선을 증설해야 하니 넷플릭스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넷플릭스는 반박했습니다. 통신사는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소비자에게 돈을 받으니까 콘텐츠 제공업체로부터 별도의 비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이중 청구라는 것이죠.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쓰는 것은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함이니, 인터넷 사업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망 개설과 관리에 힘을 쓸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 트래픽의 수요를 미리 예측해 관련 콘텐츠를 가져다 두는 ‘오픈 커넥트’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SK브로드밴드 측에 제안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픈커넥트가 국제 회선 증설에 대한 대안이 될 뿐이지, 국내에서 각 이용자에 콘텐츠를 전달하는데 드는 트래픽을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죠. 결국 두 회사는 중재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소송으로 싸움이 번집니다.

그 가운데, 정치권도 이 싸움에 끼어들었습니다. 통신사의 주장이 먹혀들어가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서 망사용료 법제화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비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국무총리와 회동에서 “합리적인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계약 등도 챙겨봐 달라”는 주문을 해서 사실상 통신사의 손을 드는 듯한 발언을 했죠.

상황이 시급하게 돌아가다보니 딘 부사장의 한국 방문이 이뤄진 것 같습니다. 기자 간담회 외에 딘 부사장의 일정은 상당부분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넷플릭스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딘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SK브로드밴드를 포함, 누구든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협상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기존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지난해 있던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에서 나온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겠지만, 망사용료를 내는 것은 넷플릭스가 세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죠.

그러나, 망 사용료를 안 낸다고 해서 넷플릭스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망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디지털 콘텐츠는 인터넷 망을 통해 전송이 됩니다. 그리고 그 망은 어느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지 않죠. 따라서 SK브로드밴드의 망 역시 인터넷을 이루는 하나의 조각일 뿐입니다. 인터넷을 쓰려는 사람들은 어느 한 사업자의 고객이 되어 접속료를 지불합니다. 망마다 돈을 내고 접속하진 않죠. 세계에는 수천 개의 인터넷 사업자가 있는데, 이들에게 모두 돈을 내어야 한다면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은 어려워질 겁니다. 심지어 SK브로드밴드 역시, 그룹사 안에 웨이브라는 구독형 동영상 서비스가 있습니다. 웨이브가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을 때, 모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망사용료 내어야 한다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 생기겠습니까?

물론 SK브로드밴드의 입장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고객들이 넷플릭스 이용에 불편을 겪으면 SK브로드밴드의 망 품질 문제를 거론하겠죠. 그걸 방지하려면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돈이 드니까, 그 원인 제공을 하는 넷플릭스가 돈을 내길 바라는 겁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게 이 이야기는 씨알이 안 먹히고 있는 거고요.

다만 넷플릭스도 무조건 배짱 영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정치권까지 넷플릭스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인데다, 지금은 한국 시장에서 이미지 관리도 해야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가 간담회를 연 4일은, 한국에서 애플이 ‘애플TV 플러스’를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는 12일에 드디어,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오죠. 마블이나 스타워즈 시리즈를 챙겨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제게, 디즈니플러스의 입성일은 기대하던 것입니다. 아마도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게다가 딘 가필드 부사장이 말한 것처럼, 한국은 예외적으로 지역 영상 구독 서비스가 탄탄한 곳입니다. 넷플릭스는 지금 한국 가입자들을 조금 단단하게 붙들어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의 IP를 활용한 콘텐츠그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로도 빵 터졌죠. 오징어게임 하나로 끝날만한 이야기였다면 모르겠지만, 웹툰이나 웹소설 기반이 단단한 한국은 가능성 높은 IP가 즐비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는 사실 지금 국내에서 더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망접속료보다는 넷플릭스의 조세 회피나, 혹은 수익 배분 문제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넷플릭스가 말하는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도 더 부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요 얘기는 다음 시간에 다시 갖고 돌아올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