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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동남아에서는 전당포·배달앱이 은행이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전당포와 배달 앱이 은행 역할을 한다. 동남아는 우리나라처럼 은행 지점이 많지 않을뿐더러, 은행계좌 보유 비율이 낮아서다. 이유는 지리적 특성에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들은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모든 섬에 은행지점이 들어서는데 한계가 있다. 어떤 섬에는 몇 십 명이, 또 다른 섬에는 몇 백 명이 사는 등 인구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전당포가 은행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전당포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보다 전당포 산업규모가 더 클 정도로, 시장의 신뢰도가 높고 이용이 활발하다.

또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는 택배를 받듯 집에서 돈을 배달 받는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물건도, 음식도 아닌 돈을 봉투째로 배달 받는다. 마찬가지로, 은행 지점이 적어 돈을 택배로 주고받는 서비스가 활성화됐다.

이렇게 생소하면서도 특이한 동남아 지역의 문화적,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해외송금 스타트업 센트비는 주로 국내에서 머무르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한다.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저렴한 수수료로 빠르게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송금한 돈은 현지 전당포나 배달 서비스를 통해 받는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기존에 비싸고 어려웠던 은행 외환 서비스에 주목해 저렴하고 쉬운 해외 송금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최성욱 대표를 만나 해외 송금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

안녕하세요. 센트비, 어떤 회사인가요?

안녕하세요. 저희 회사는 해외송금, 결제 등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입니다. 개인, 기업을 통틀어 외환 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분들에게 외환 통합 서비스 ‘센트비’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동남아시아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창업한지는 만 6년 정도 됐고요. 센트비를 통한 총 누적 거래액은 1조8000억원입니다. 올해 말까지 누적 거래액이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센트비를 통해 거액의 돈이 오갔네요. 센트비의 주 사용자 층은 어떻게 되나요?

센트비는 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현지에 있는 한국 교민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용자들이 센트비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 하시나요?

과거에는 해외 송금을 할 때 은행을 통하면 수수료가 비싸고, 이용방식이 불편한 문제점이 있었는데요. 센트비는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환전을 두 번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원화에서 달러, 달러에서 현지 통화로 바꿔야 하는데요. 이때 2% 수준의 환전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송금한다고 하면 수수료가 6만원 정도 나옵니다. 저희는 이 수수료를 기존보다 약 5분의 1까지 낮췄습니다.

은행보다 수수료를 대폭 낮춘 비결이 무엇인가요? 혹시 영업비밀일까요?

기본적으로 고정비를 낮추면 됩니다. 공동구매를 하는 것과 비슷한데요. 예를 들어, 개인 10명이 100만원을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비용이 5만원씩 50만원 발생하는데요. 저희는 100만원을 나눠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총합 금액인 1000만원으로 묶어서 보냅니다. 따라서 1000만원을 한 번에 보내면서 수수료가 N분의 1로 줄어들게 됩니다. 국내에서는 소액해외송금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사업이 가능합니다.

공동구매로 비유를 하셨는데요. 목표 금액을 맞추기 위해 먼저 송금을 신청한 사람이 금액이 채워질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진 않나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송금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죠. 저희는 두 가지 방식으로 빠른 송금을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신청이 들어오면 현지 파트너사에 보내놓은 자금에서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송금해주는 ‘프리펀딩’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포스트펀딩’ 방식인데요. 파트너십을 맺은 현지 은행, 송금업체, 결제업체 등이 자사의 돈을 먼저 보내고, 이후 저희 플랫폼에 모인 돈을 업체들에게 보내는 방식입니다. 파트너십을 다양하게 체결해 사용자들이 은행계좌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로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 지역에서는 은행 지점이 많이 없어 송금을 해도 돈을 받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은행계좌를 가진 비율이 약 30~4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섬이 많다보니, 모든 섬에 은행 지점을 둘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섬에 있는 전당포에서 돈을 전달받거나, 집으로 돈을 배달해주는 ‘홈 딜리버리(Home Delivery)’ 서비스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 동남아 국가 대부분이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전당포나 배달을 통해 송금한 돈을 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습니다.

은행이 아니라 전당포에서 돈을 받는다는 것이 굉장히 생소한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필리핀 사례를 보면, 현지 전당포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전당포가 아닙니다.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것처럼 물건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금융을 하나의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은행보다 훨씬 규모가 큽니다. 전당포가 곧 금융기관인 셈이죠.

베트남은 선불카드를 많이 들고 다니거나, 집에 돈을 배달해주는 ‘홈 딜리버리(Home Delivery)’ 서비스가 대중적입니다. 홈 딜리버리 기업도 이곳에선 금융기관입니다. 즉, 배달의 민족이 은행이 됐다고 생각을 하면 됩니다. 전국 물류 채널을 기반으로 현금배달과 택배 등을 서비스합니다.

동남아시아의 금융환경이 이렇게 조성된 데에는 이유가 있나요?

동남아시아에는 우리나라의 금융결제원과 같은 중계기관이 생긴지 3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은행 간 네트워크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동남아시아의 지리적 특성상 섬이 많다보니, 모든 섬에 은행 지점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0명이 사는 섬에 은행 지점 하나를 둔 다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손해이기 때문이죠. 세 번째는 동남아시아에는 신생 은행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없어지는 은행들도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섬과 섬 사이의 물류를 책임지던 업체들이 은행과 비슷한 금융의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대표님께서 동남아 현지 문화를 굉장히 잘 아시는 것 같은데요. 직접 현장에 가서 느끼신건가요, 아니면 공부를 하신건가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당시만해도 베트남, 필리핀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필리핀에서 영어가 공용어라고 하더라도 현지 언어, 문화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국내에 거주하는 필리핀 등 해당 국적의 직원을 채용했습니다. 현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전략을 짤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데요. 2016년 2월, 부산 영사관에서 행사를 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울산에 거주하던 필리핀 국가 고객이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직접 찾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분의 아내가 필리핀의 한 섬에 살고 있는데 그 섬에는 은행지점이 없습니다. 따라서 도시에 살고 있는 형한테 돈을 보내면 아내가 돈을 가지러 배를 타러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센트비를 이용한 후 섬에 있는 전당포에서 돈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아내가 안전해지고 편해졌다며 고맙다고 한 기억이 두고두고 남습니다.

굉장히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해보죠. 기업 대상으로도 사업을 하신다고요?

네. 주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요. 대기업들은 외환 시 은행의 딜링룸에 맡기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 해외로 결제대금을 보냅니다. 이때 이용과정이 불편하고 번거로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외환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서비스를 하고 있나요?

센트비즈라는 웹 서비스인데요. 송금 대상 리스트 관리부터 신청 절차가 완료된 이후 영수증이나 거래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환을 위한 통합 솔루션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내년 하반기쯤 해외송금뿐만 아니라 PG 등을 합쳐 새롭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쯤에서 수익모델이 궁금해집니다

크게 두 가지인데요. 모두 수수료 기반입니다. 우선 개인이 해외송금할 때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입니다. 건당 3000원으로 고정비용에 속합니다. 두 번째는 환전 수수료입니다. 환전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집니다. 두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대외비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업목표를 얘기해주세요

개인과 기업들이 외환 거래를 하는데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외환전문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아시아에서 1위가 되고 싶습니다. 3년에서 5년 이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저희의 숙제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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