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한다. PC용 배그(PUBG)를 처음 접한 치욕적인 나날을. 다른 게임과 다르게 마이크 달린 헤드셋이 필요하다고 해서 헤드셋도 사고, 비교적 어려운 스팀 친구 추가(왜 그렇게 만든지 모르겠다)와 디스코드 가입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답답해하는 어린 친구들의 아우성뿐이었다.

초창기에는 지인들과 스쿼드를 이뤄 게임을 했지만 지인들이 야근하느라 접속하지 못하는 시간에는 솔로를 돌았는데, 할 때마다 10대들이 말로 패는 상황을 목도한다.

(에임을 보던 10대 1)(아직 말을 하지 않은 상태)”아, 아저씨? 아저씨죠? 아저씨 왜 들어왔어요?”

(말을 한 후 10대 2) “아 아저씨 왜 그리로 가요. 여기로 오라니까요.”

(총을 맞고 쓰러지자 10대 3) “아! 아저씨! 왜 거기 갔다가 죽어요 그냥 엎드려요!”

10대들은 왠지 상대보다 나를 패는 걸 더 좋아하는 듯했다. 너네 아빠 몇살이야가 입안에서 맴돌지만 그들이 살려주지 않을까 봐 참고 또 참는다.

지인들이 점차 배그에 대한 관심을 접고 소환사의 협곡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비빌 데 없어진 배린이는 간디메타만 주구장창 하다가 치킨을 단 한번도 먹지 못하고 배그를 접게 됐다. 그동안 그 아저씨는 아저씨들이 주로 하는 오버워치나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을 플레이했다.

그러던 와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실 별로 흥미로운 소식은 아니다. 배그처럼 조작이 많이 필요한 게임을 터치스크린으로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고오급 게이밍 키보드와 마우스를 갖추고도 치킨은커녕 욕만 먹었기 때문인 것이다. 실제로 모바일 배그는 상대방도 나처럼 PC 배그에서 쫓겨온 이들이라는 것(싸울만 하다) 외에 그렇게 쉬운 게임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저씨는 또 디아블로 2로 돌아갔고 소환수들은 협곡에서 내려올줄을 모른다(같이 좀 하자). 이래서 아저씨들끼리 모이면 PC방에서 스타그래프트만 하게 되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신작 PUBG: NEW STATE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도 시큰둥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욕만 먹을 게 뻔했다. 굳이 이 게임을 한 이유는 새 아이패드가 생겼는데 아이패드로 딱히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배그 뉴 스테이트는 배그 모바일과는 다른 게임이다. 그래픽이 대폭 개선됐고, 배경이 2051년 근미래다. 30년 뒤인 셈인데 30년 뒤면 내가 살아는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접속을 해본다.

막 지어야 젊은 친구들이 욕할 수 없다

2핑거 시스템밖에 없는데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써놨다

매일 보상을 주는데 받아봤자 뭔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시스템은 같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아이템을 줍고, 싸운다. 그러나 인터페이스 개선이 게임 사용성을 크게 가른다.

기존의 배그 모바일과의 공통점은 투 핑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양한 버튼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것이 뉴 스테이트의 특징이다. 이 버튼들을 통해 얼추 PC 배그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PUBG: MOBILE의 투핑거 시스템, 격발 버튼과 쭈구리 버튼이 가깝다


PUBG: NEW STATE의 투핑거 시스템, 격발 버튼과 다른 버튼의 거리가 멀다

배그 모바일의 투핑거 시스템은 크게 두가지다. 컨트롤(왼손)과 발사(오른손) 위주로 구성돼 있고 발사의 섬세한 조절은 총을 쏘면서 할 수 있다.

뉴 스테이트의 인터페이스도 동일하지만 버튼 수가 더 많고 버튼끼리 위치가 큼직하게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배그 모바일은 격발 버튼과 점프 버튼, 엎드리기 버튼 등이 가까이 있어 총을 쏴야 하는데 점프하다가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뉴 스테이트는 핵심 버튼(이동, 격발)과 그렇지 않은 버튼들의 거리가 약간 멀어서 크레용팝처럼 죽는 일은 사라졌다.

또한, 상단에 숨겨져 있던 감정 표시 버튼이 조금 내려와 감정표현을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좋다 나쁘다 등의 감정표현이 아니라 “지점에 모여” 같은 중요한 언질은 빠르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긍정적인 변화에 해당한다. 배그는 어디까지나 팀 스포츠다. 다만 터치가 쉬워진 만큼 헛소리를 하기도 쉽다. 예를 들면 잘못했는데 “고마워”를 말한다든가.

걷기-달리기 인터페이스도 조금 바뀌었는데, 별도의 달리기 버튼까지 끌어줘야 했던 것이 컨트롤러 끝까지만 당겨주면 자동으로 달리기 토글 버튼이 켜진다.

배그 모바일은 전력질주 버튼까지 끌어당겨줘야 전력질주 토글이 켜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 변경 두가지가 있다. 이 두개만으로도 뉴 스테이트를 펍지 모바일보다 높게 평가하는 데 충분하다. 1. 에임 보정 2. 자동 파밍 두가지다.

파밍의 경우 모바일에서 작은 버튼으로 아이템을 누르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아이템을 알아서 다 먹어줘서 편하다.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아이템이 녹색으로 하이라이트되고 자동으로 담긴다

에임의 경우 히트박스 근처에서 커서가 돌아다니면 자동으로 보정해 상대를 겨냥해준다. 예를 들어 몸 근처에 있으면 몸으로 총을 겨눠주고, 머리 근처면 머리를 노릴 수 있다. 이 에임 보정이 게임할 때 유리해지는 모드는 아니다. 상대의 에임도 보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우스가 없는 탓에 허공에 총을 쏘다가 싸워보지도 못하고 내 시체를 바라보는 일은 사라졌다.

의도치 않게 이상한 곳을 쏠 때도 있다. AI가 보정한 것이다

이러한 에임 보정이 생겼기 때문에 게임 집중도는 높아지고 한 게임의 절대 시간은 짧아진 경향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에 잘 어울리는 변화다. 배그 모바일하다가 지하철 내릴 곳을 수도 없이 지나쳐본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구성이다.

배그 모바일은 격발 시 캐릭터 크기가 그대로 유지된다

뉴 스테이트에서는 격발 시 화면이 자동 확대된다

그래픽은 스크린샷에서는 비슷하지만 실 체감 시 더 부드럽다. 무엇보다 컨트롤했을 때의 반응이 배그 모바일보다 빠르다. 격발 시의 인터페이스도 달라졌는데, 격발할 때 화면이 확대된다. 아저씨들을 위한 좋은 옵션이다. 원래는 개미만 하던 상대가 그래도 거미 정도 크기로는 보인다.

가속이 빠르고 배터리가 빨리 다는 전기차 등이 있다

배경이 달라진 만큼 아이템 등의 변화도 있는데, 총은 사실 배린이 입장에서는 잘 모른다. 그냥 주워서 총알 맞으면 쓰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 오토바이, 전기차 등이 있는 것은 좀 다르다. 실제 전기차처럼 가속이 디젤 차량보다 훨씬 빠르고, 방전이 더 빠르게 된다. 이런 것까지 구현할줄은 몰랐다. 그리고 어쨌거나 4개의 버튼으로 운전하는 건 쉽지 않다. 팀원에게 욕먹을까 봐 살살 운전하다가 더 욕을 먹었다.

신규 아이템 중 흥미로운 것은 정찰용 드론이 있다. 우연히 보급상자에서 주워 사용해봤는데, 사용자가 날린 근처를 들키지 않고 정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찰하다가 재사용을 위해 날린 곳으로 다시 가져왔다가 위치를 들키고 말았다. 역시 요즘 게임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 조작은 실제의 드론보다 더 쉽다.

드론

드론 시점은 실제 드론을 보는 것처럼 표현된다

이 게임의 아쉬운 점은 기존 배그 모바일의 아이템을 옮겨올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배린이들은 아이템도 없을 게 뻔하므로 미련 없이 갈아타자.

첫판인데 6위를 했다

게임 후 타임라인과 결과를 리뷰할 수 있다

에이스 등극

최종 성적은 첫판인데 6위로 나쁘지 않다. 아직 게임이 초창기이므로 입문자들 실력이 올라오지 않았을 때 치킨을 한번 먹어볼 예정이다. 드디어, 배린이도 배그를 할 수 있게 됐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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