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MI]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피터지게 싸우는 이유

 기사는 바이라인네트워크의 팟캐스트 IT TMI 내용을 활자화한 것입니다. 팟빵, 유튜브 바로 가기.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를 두고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여론과 정부를 설득시키기 위해 넷플릭스 본사 부사장까지 국내에 들어왔었습니다. 망사용료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싸우는 것일까요?

남혜현 : 오늘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엄청나게 싸우고 있는 소재죠. 망사용료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요. 조금 어려운 얘기예요. 망사용료가 뭐예요?

심재석 : 망이라는 게 네트워크잖아요. SK브로드밴드 같은 회사들이 열심히 선을 깔아서 만든 네트워크, 그거를 넷플릭스가 썼으니 쓴 사용료를 내라.

남혜현 : 고속도로 통행료 내듯이

심재석 : 네 그런 걸 내라는 것이 이제 망 사용료의 관점이죠. 근데 망사용료라는 게 이제 일반적인 관점은 아닌 게, 우리가 이제 인터넷을 쓰는데 이 인터넷이라는 거는 SK브로드밴드 혼자 다 만든 게 아니잖아요? 전 세계의 모든 ISP(인터넷서비스제공회사)와 이런 통신사들이 서로 각자의 망을 가지고 있고, 그 각자의 망들이 서로 연결돼서 전체 인터넷이 되는 거잖아요.

남혜현 : 여기서 ISP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 얘기하죠?

심재석 : 네 그런 ISP들이 자기 망으로 모든 인터넷을 다 제공하는 게 아니에요. 전 세계 망이 연결되어야 그게 비로소 인터넷으로서 가치가 있는 건데, 망 사용료를 내라 이런 얘기는 뭐냐면, 어떤 콘텐츠가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까지 SK브로드밴드 하나만 통하는 건 아니거든요. 수많은 전 세계 ISP 망을 다 통하죠.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거는 데이터가 해저 케이블도 타고 유럽의 오렌지 통신사 망을 통하기도 하고 미국의 ATT 망을 통하기도 하면서 우리한테 오는 거란 말이죠. 망 사용료를 내라 그러면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보내려는 사람은 전 세계 모든 ISP에 돈을 내라라는 것으로 이해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망을 다 통하니까. 만약 우리가 바이라인네트워크 서비스를 하는데 불가리아에 있는 사람이 그걸 읽었다, 그럼 불가리아 통신사한테 우리가 돈을 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망을 사용했으니까 돈을 내라, 이건 너무 좀 과하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죠.

남혜현 : 전 세계 통신망이 거미 줄처럼 얽혀 있는데 각 구간마다 돈을 내야 하면 사실 우리는 넷플릭스를 9900원을 주고 볼 수는 없겠군요.

심재석 : 모든 통신사에 돈을 내야 된다면 이건 인터넷이라고 보기 어렵죠. 인터넷에는 그래서 망사용료라는 개념이 별로 통용되는 건 아니고 망 접속료,라고 표현을 하는데, 인터넷에 연결되려고 할 때 어느 한 ISP에 연결을 해야 돼요, 접속을 하는 거죠. 그 네트워크는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이고… 하나의 ISP와 내가 연결될 때 이 컴퓨터가 전체 인터넷에 연결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걸 이제 망 접속료라고 부르자,라는 게 이제 넷플릭스의 얘기인데, 대부분의 이용자들이나 CP는 그런 망 접속료를 내는 거죠. 네이버나 카카오도 마찬가지고 통신사 하나하고 계약을 맺고 전용선을 깔아서 네트워크를 연결하잖아요. 접속료를 내는 거죠. 그래서 망 사용료라는 개념은 좀 위험한 개념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홍하나 : 지금까지는 넷플릭스의 입장인 것 같은데 SK브로드밴드의 입장은 어떤 건가요?

심재석 : SK브로드밴드 입장은 간단하죠. “너(넷플릭스)네 때문에 우리 네트워크에 부화가 걸렸어. 너네 트래픽이 너무 많아. 그러니 우리가 계속 망 서비스를 유지시키려면 투자를 해야 돼. 우리 투자를 해야 되는데 니네 때문에 투자를 하는 거니까 니네가 돈 좀 내.” 이거죠.

홍하나 : 혹시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나요. CP와 ISP의 갈등은 어디나 다 있어요. 이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 많은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들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거든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OCA(Open Connect Alliance)라는 거를 제공을 해요.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담긴 어떠한 기술 집합체 같은 건데, 서버(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다 담겨 있는 하나의 어플라이언스예요. 어플라이언스가 뭐냐 하면 코드만 꽂으면 작동하는 게 어플라이언스예요. 넷플릭스는 OCA라는 걸 제공해서 “통신사 여러분, ISP 여러분, 여러분 네트워크가 너무 부하가 세서 힘드니까 여러분 데이터센터나 이런 데에 우리 OCA를 넣으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콘텐츠를 끌어오기 위해서 돈을 쓸 필요가 없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네트워크에 물려 있는 OCA를 통해서 여러분의 고객들에게 서비스 하세요”라고 넷플릭스는 얘기하죠.

OCA를 쓰는 게 트래픽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요소이기는 해요. 특히 해외 트래픽. 예를 들어 지금 SK브로드밴드는 홍콩하고 도쿄에서 넷플릭스 트래픽을 받아오거든요. 해외 트래픽은 엄청 비싸요. SKB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트래픽을 갖고 오는 건 되게 비싼 일이죠. 넷플릭스는 SKB한테 “OCA를 넣어라, 너네 해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 OCA가 답이야”라고 주장을 하죠. 근데 SK브로밴드는 “그건 해외의 트래픽만 줄일 뿐이지 우리 고객들한테 가는 트래픽은 줄이지 못하는 거야”라고 주장을 하고, 서로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이죠.

남혜현 : SKB는 왜 OCA 안 받는다고 하는 거예요? LG유플러스는 받은 상태잖아요.

심재석 : 우리나라에서 OCA를 하고 있는 데는 LG유플러스랑 딜라이브에요.

남혜현 : 네, 딜라이브 지역 케이블 신청하면 넷플릭스 깔려 있거든요.

심재석 : 리모컨에 넷플릭스 버튼 달려서 나오죠. 넷플릭스하고 제휴를 맺고 OCA를 들여다 놓은 거에요. OCA를 들여다 놓은 두 회사는 별 문제가 없어요. 아무 말도 없잖아요? 이 망 사용료를 가지고 계속 얘기하는 건 SK브로드밴드 뿐이에요. KT도 얘기 안 하고… KT는 사실 ‘돈 받으면 좋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우리가 나서서까지 싸울 일은 아니야’ 이 정도인 것 같고

남혜현 : 싸움 구경 하고?

심재석 : SK가 돈을 받으면 우리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 정도는 할지 모르겠는데

홍하나 : OCA가 별도의 비용이 드는 건가요?

심재석 : OCA 넷플릭스가 무상 제공하는 거예요. SK는 “그냥 제공하는 건 너네 기술이고 돈을 내라고 돈을, 왜 서버를 내겠다고 그래 돈을 내” 이런 입장이죠.

남혜현 : “돈 내야지 왜 현물 지급해?”

심재석 : 네 약간 그런 느낌이죠.

남혜현 : 이 문제 때문에 넷플릭스 부사장이 한국에 오기도 한 거잖아요?

심재석 : 넷플릭스가 이 문제로 “SKB에 나 돈 줄 이유가 없어” 라고 법원에서 판결을 받고 싶어서 채무부존재 소송 이런 거를 제기했는데,1심에서 졌어요. 1심 결론은 “채무는 좀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에서 이제 결론이 나가지고  항소를 해서 2심에 가고 있는데, 분위기가 우리나라 언론도 약간은 통신사 편이 많고 또 국회나 정부도 우리나라 기업 편을 많이 들죠. 사실 굳이 넷플릭스라는 외국계 기업 편 들지 않잖아요? 분위기가 자꾸 넷플릭스한테 불리해지니까 넷플릭스도 이제 약간 쫄리니까 이제 부사장이 와서 우리나라 국회와 언론을 설득해 보려고 왔던 것 같아요.

홍하나 :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한테 요구하는 비용은 1년에 어느 정도인 거예요?

심재석 : 그건 서로 협상의 사안이니까 구체적으로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요. SKB가 한 번 승리의 경험이 있거든요. 페이스북과의 전투를 이미 앞서 치렀는데 한 번 이겼어요.  페이스북이 내는 금액은 큰 돈은 아니라는데 얼마인지 모르겠어요. ‘자기네 이익만 취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외국계 기업’ 이런 여론이나 메시지가 너무 안 좋으니까, 약간 돈을 내는 걸로… 내는 명목은 마케팅 지원비, 뭐 이런 걸로 돈을 낸다고 알고 있어요.

홍하나 : 소비자 입장에서 두려운 게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망 사용료가 더 많다면 한국에서 서비스를 할 이유가 없는 거잖아요?

심재석 : 그럴 일은 없겠죠. 넷플릭스가 얼마나 많이 버는데…

홍하나 : 혹시 못 보게 될까봐.

남혜현 : 떨고 있군요.

심재석 : 하나 님 말한 대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때문에 우리 망에 부하가 걸렸어”라고 얘기를 하지만 반대로 넷플릭스가 “그럼 우리는 SKB 가입자한테는 이제 해 서비스 안 해” 그러면 SKB 가입자들이 SKB 서비스를 유지할까요? 그런 생각을 해보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덕분에 가입자를 얻었다라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이게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은 아니거든요. 상호 간에 서로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인 거지.

남혜현 : 콘텐츠가 있으니까 망을 쓰고 망이 있으니까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심재석 : 그런 느낌이죠.

홍하나 : 이게 뭐 넷플릭스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거든요.

사실 유튜브도 많이 보고 페이스북도 데이터 엄청 잡아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 SK브로드밴드가 왜 하필 넷플릭스한테만 이렇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심재석 :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거 아닐까요? 페이스북하고 한번 했고, 그다 음에는 넷플릭스를 여기서 잡으면, 그 다음 타깃은 유튜브? 최종 목표는 아마 유튜브일 거예요. 유튜브 트래픽이 넷플릭스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유튜브가 최종 목표로 갈 텐데, 유튜브하고 통신 3사는 이미 5년 전쯤에 계약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CDN계약 같은 걸 해가지고 이제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 논쟁이 다시 시작될 거예요. 지금은 계약 안에 있기 때문에… 이거 계약 끝날 때까지는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지금은 이제 언론을 통해서 약간 변죽 울리고 있는 상태?

남혜현 : 분위기가 달궈지고 있는 건가요

심재석 : “유튜브도 문제야” 이런 언론 보도가 슬슬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남혜현 : 알겠습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까 이제 조금은 망 접속료 사용료가 뭔지를 알 것 같네요.

홍하나 : 지금까지 큰 관심사는 아니었지만 덕분에 이제 앞으로 관심을 좀 가지게 될 것 같아요.

심재석 : 다들 망 사용료라고 말은 하는데 이게 뭔지 아무도 정의하지 않아요. 보통 CP가 통신사한테 돈을 낼 때는 전용선 비용, 아니면 IDC 안에 서버를 임대해서 상면도 임대하고 컴퓨터도 임대해서  그 안에 들어가는 비용, 이런 걸 내는 거거든요. 그냥 망 사용료라고 따로 내는 그런 개념은 불명확해요. 전용선이나 접속료 이런 거는 우리가 집에서 인터넷 할 때도 KT나 SK브로드밴드한테 돈을 내잖아요.

남혜현 :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내용을 조금 잘 알 수 있게 됐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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