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앱, 규제 샌드박스 신청했지만 앞이 ‘깜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의 활로가 막힌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융위에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해 규제 예외적용을 받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다고 해서 모든 사업자가 통과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 허가가 날지 알 수 없다. 상품추천 서비스를 종료한지 두달만에 업체들의 서비스 이용률이 줄거나 개발자가 대거 이탈했다. 결국 인슈어테크 업체는 생존을 위해 추가 사업을 계획하거나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5일 인슈어테크 기업 해빗팩토리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말 금융위에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들도 보험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같은 업종의 보맵도 이러한 맥락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준비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 법령이나 규제에 어긋나더라도 신기술, 서비스가 혁신적이거나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날 경우 이를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면제, 유예해주는 제도다. 혁신성과 편의성이 인정될 경우 향후 법 개정까지 이어진다.

해빗팩토리 관계자는 “지난달 금융위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며 “금소법에 따라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가 불법이나, 현행법 상 보험중개업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없으니 사업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금융위는 금소법 계도기간이 종료되기 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관련 법적 자격을 획득하지 않은 채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보험중개업과 투자중개업을 획득할 수 없어 해당 기업들은 지금까지 관련 라이선스를 취득한 자회사를 운영해왔다. 이번 위법 판단 이후 결국 카카오페이, 보맵, 해빗팩토리 등의 업체들은 관련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인슈어테크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시그널 플래너를 서비스하는 해빗팩토리의 경우 보험비교 서비스 이용률이 20~30% 줄었다. 보맵은 보험비교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관련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현행법 간 충돌로 업체들은 몇 년간 막대한 투자를 하며 개발했던 서비스를 하루 아침에 접었고, 약 한 달만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통과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심사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사안에 따라서 길게는 약 1년 가까이 심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서는 생존 문제가 걸린 만큼, 하루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체들은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가는 것은 임시방편으로, 관련 법이 바뀌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봤다. 금융위에서도 작년부터 업체들에게 보험업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으나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규제 샌드박스에 통과되지 않거나 관련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해빗팩토리는 건강이나 대출, 신용점수 등 금융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보맵은 오프라인 보험 설계 서비스를 강화한다. 모두 당초 사업취지와 방향에서 크게 벗어난다.

인슈어테크 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사업을 준비하거나 사업 방향을 틀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엔 규제 샌드박스 심사에 통과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봤다.

금융위에서는 현재 서류 보완작업 단계라며 심사완료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빗팩토리는 지난달 중순 쯤 서류제출을 했다가 피드백을 받고 지난 4일 보완 서류를 제출했다”며 “기존에 했던 사업일 수록 금방 심사가 이뤄지는데, 이 정도 속도면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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