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안 만드는 구형 제품으로 대박 난 기업이 있다. 그것도 최첨단 분야인 반도체에서. 최근 상장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회사 글로벌파운드리(GF)의 이야기다.

세계 시장점유율 3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가 지난달 28일 나스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금한 금액은 26억달러(약 3조617억원)로, 목표 금액이었던 10억달러(약 1조1776억원)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상장일 기준 기업가치는 250억달러(약 29조3550억원)다.

7나노 포기했는데… 오히려 경쟁력 상승?

모금액이 목표보다 상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글로벌파운드리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수급난은 주로 전력반도체, 통신칩, 차량용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이 부품들은 글로벌파운드리가 주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파운드리가 계속 잘나가는 회사였던 것은 아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이긴 하나, 이 분야 강자인 TSMC나 삼성전자와 나노 경쟁을 벌이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파운드리의 주력은 10나노 이상의 구형 반도체다. 매년 계속해 더 작은 반도체 공정 기술에 경쟁을 벌이는 TSMC나 삼성이랑의 간격은 14나노 진입 과정 때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2018년에 7나노 공정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때부터 글로벌파운드리의 주력은 10나노 이상 반도체가 됐다.

그러나 이 포기가 결과적으로 글로벌파운드리에 기사회생의 발판이 됐다. 지금 수급난을 겪는 차량용 반도체, 전력 반도체, 통신칩 등은 모두 구형 반도체로 분류된다. 마진이 얼마남지 않아 첨단 공정 중심의 파운드리 기업은 그동안 잘 생산하지 않아왔다. 구형 반도체는 주로 7나노 이하 공정이 불가능한, 구형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들이 생산해왔고, 그 중심에 글로벌파운드리가 있었다.

구형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해질수록 글로벌파운드리의 기업 가치는 올라간다. 애플, 인텔 등 주요 기업들도 전력·통신반도체 등의 부족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를 포함해 7나노 이하 공정이 불가능한 기업, 일명 ‘2류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톰 콜필드 CEO는 “2020년 8월 이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많이 생산하려고 노력한다”며 “생산용량은 거의 100%를 넘었는데, 2023년 말까지의 웨이퍼 용량이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매각보다 IPO가 더 이득”

글로벌파운드리가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지난 7월 불거진 인텔의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 역시 결국 힘을 잃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때도 애가 닳은 것은 인텔로 보인다. 해당 인수 건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글로벌 파운드리는 부인했지만, 인텔은 ‘답변할 수 없다’고만 답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보다는 IPO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글로벌파운드리가 현 시점에서 인텔의 경쟁사 AMD와 장기계약을 맺어 놓은 상황인 데다가, 과거 AMD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본래 AMD의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자금난에 의해 글로벌파운드리를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에 매각했다. 이후 글로벌파운드리는 2009년에 독립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분사는 했지만, 양사는 관계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6억달러(약 1조8843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 생산계약을 체결했는데, 양사의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경쟁사와 손을 잡는 것은 오히려 글로벌파운드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글로벌파운드리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파운드리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수급난이 극심한 이 시점에 글로벌 파운드리도 투자를 통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 콜필드 CEO도 “반도체 수급난의 가장 큰 부분은 기업의 투자 부족 때문”이라며 “더 큰 파운드리 1류 기업들은 7나노 미만 공정을 진행하고, 글로벌파운드리는 기존 반도체 부문에서 최고가 될 것”이라고 자금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말했다.

이번 IPO를 시작으로 글로벌파운드리는 기존 대주주 무바달라의 지분을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파운드리는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톰 콜필드 CEO는 “앞으로 5~6년 간 무바달라는 소유권 일부를 처분할 것이며, 타 주주들과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