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누가 한글을 쓰냐”

한글파일(hwp)을 공유할 때 간혹 듣는 이야기다. 이런 잔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뭘 쓰느냐 물으면 대부분 워드를 사용한다고 답한다. 역으로 “왜 아직까지 한글을 쓰느냐”는 질문까지 돌아온다. 내 대답은 “그냥”인데, 워드를 쓰는 이들의 답은 “더 편해서”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 추정으로 국내 오피스 시장의 약 70%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30%는 ‘한글’을 만드는 한글과컴퓨터(한컴)의 몫이다. 공공기관, 기업, 일반 사용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글보다 워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글이 매번 오피스 시장에서 MS워드에게 밀렸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워드보다 한글의 사용률이 우세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윈도우 시대가 열리면서 워드의 입지가 달라졌다. 업무에 필요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이 묶인 MS오피스가 출시되면서부터다. MS오피스는 윈도우 기반의 서비스로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이때부터 한글의 점유율이 워드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자처럼 여전히 한글을 선호하는 사용자도 찾아볼 수 있다. 익숙한 사용자경험(UX),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맞춤법, 띄어쓰기 안내 등에 오랜 시간 제공되어 온 기능에 매료되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글 2022 출시는 호기심이 발동하는 흥미로운 소식이다.

한컴은 지난 13일 한컴오피스 2022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한컴오피스 2020을 출시한 지 약 2년 만이다. 한컴오피스 2022의 가장 큰 특징은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라는 점과, 웹오피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문서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웹 기반으로 문서를 열고 편집할 수 있다. 또 여러 명이 동시에 편집할 수 있다. MS의 워드나 구글의 워크스페이스와 유사한 기능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MS오피스처럼 한컴스페이스에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계정을 만들고 나면 직접 만든 문서와 공유 문서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무료 버전의 용량은 2GB로, 더 사용하고 싶다면 유료 버전을 구매해야 한다.

한컴스페이스의 계정을 만든 후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한글. 평소 한글 마니아로서 설렘과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두 눈으로 확인한 첫 화면. 워드의 UX, UI를 쏙 빼닮아, 워드로 착각할 정도였다. 왼쪽에 길게 정렬된 홈, 새문서 등의 아이콘.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는 여러 종류의 템플릿. 바로 밑에는 최근 문서 목록과 공유 문서 목록. 다시봐도 워드와 유사하다.

한글 2022를 실행했을 때 나오는 첫 화면.

MS 워드를 실행했을 때 나오는 첫 화면.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 문서를 열었다. 한글의 내부는 처음으로 파란색 옷을 벗은 한글 2014 버전과 비슷하다. 한글의 기본적인 메뉴인 파일, 편집, 보기, 입력, 서식, 쪽, 보안, 검토, 도구는 똑같지만, 아이콘과 메뉴 구성이 간결해져 깔끔해 보였다.

그러나 새파란 UX, UI의 한글 2010 버전을 쓰고 있던 기자에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한글만의 매력, 혹은 시그니처(?)가 사라진 것 같아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한글 2022 내부 모습. 2014 버전보다 아이콘이 간결해졌다.

한글 2014 내부 모습. 처음으로 한글이 시그니처였던 ‘하늘색’ UI를 탈피했다.

한컴오피스 2022에서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는 ‘한컴애셋’이다. 메뉴 중 도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한컴애셋은 한컴오피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폰트(글꼴), 템플릿, 스티커 등을 제공한다. 과거 한글에서 불러올 수 있었던 그림이나 스티커는 다소 촌스러운 감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한컴애셋에서 제공하는 그림, 스티커들은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글꼴. 원하는 글꼴을 받아서 한글에 적용할 수 있다.

한컴애셋에서 제공하는 글꼴. 종류가 꽤 다양하다.

한컴애셋에서 제공하는 아트 스티커.

한컴애셋에서 제공하는 스티커.

새로운 기능 또 한 가지. 메모 회신 기능이다. 문서 속 원하는 부분에 따로 메모를 할 수 있다. 메모는 오른쪽에 새로운 창이 활성화되면 작성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MS의 워드에서 먼저 선보인 기능이다.

한글 2022의 메모 회신 기능



워드의 메모 기능.

한컴은 한글에 신기술을 접목했다. 표나 그림, 글상자, 셀 태그, 누름틀 등에 서식 값을 지정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한글 문서의 특정 그림과 표 셀에 ‘실적’이라는 서식 값을 지정한다. 이렇게 되면 한글 2022 버전의 여러 문서에 지정된 실적이라는 서식 값을 따로 인공지능(AI) 툴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문서 작업만 하는 기자와 달리, 데이터 분석 기능을 사용하는 기업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한컴은 한글 2022에서 한글의 고유 기능은 유지했으나, UX UI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계정을 만들어 문서를 관리, 편집할 수 있는 한컴스페이스를 통해 고객 묶어두기에 나섰다. 계정을 만들면 문서 관리가 쉽고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워드에서 제공하고 있던 기능이라 신규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한글 외에도 한컴은 한셀과 한쇼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한셀에 셀 내용 맞바꾸기, 한쇼에 편집 화면 나누기를 선보였다. 공통적으로 다이어그램, 이미지 효과, 이미지 편집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신기능이 한컴의 고유 기능이 아니라 대부분 MS 워드에서 제공하던 것으로, 차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컴의 주 고객층은 공공기관, 금융사 등이다. 주로 외산보다 국산 소프트웨어를 선호하는 곳이다. 한컴이 과거처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일반 사용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당장 큰 변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한컴만의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