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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스뱅크, 대출한도라도 조회해봤다

대기번호 74만6326번. 오징어게임이 아니라 토스뱅크 사전신청을 하고 받은 숫자다. 토스뱅크는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에 앞서 사전신청자들에게 대기번호를 줬다. 은행 창구에서 받는 번호표와 같은 개념이다. 살면서 처음 받아본 엄청난 숫자지만 ‘나도 곧 쓸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안고 기다렸다.

토스뱅크는 처음부터 모든 사전신청자에게 서비스를 열지 않았다. 은행업을 시작한지 열흘만인 14일 오후 12시에야 토스뱅크는 사전신청자 170만명 모두에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로 치솟은 인기(?) 탓에 대출공급액은 금방 동이 나고 말았다. 서비스 개시 한 시간 만에 토스뱅크의 대출공급액 500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13일 오후까지만 해도 5000억원 가운데 약 66%만이 소진됐으나, 이날 한 시간 안에 나머지 33%가 모두 쓰인 것이다.

토스뱅크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 소비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신청을 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토스뱅크의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텐데, 안타깝게도 토스뱅크 측은 “올해 신규 대출은 힘들다”고 밝혔다.

올해는 토스뱅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한도조회를 해봤다. 토스뱅크가 중저신용자 포용을 강조하고, 여기에 맞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 만큼 기대감이 컸다. 과연 1금융권보다 중저신용자에게 더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를 제공할까 궁금해졌다.

토스뱅크에서 ‘내 대출한도 보기’를 누르면 대출한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중저신용자에 준하는 기자가 직접 토스뱅크에서 대출한도를 조회해봤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토스뱅크는 얼마나 빌려줄 수 있을까.

대출한도 조회를 하려면 토스뱅크의 ‘내 대출한도 보기’를 누르면 된다. 서비스가 열리자마자 토스뱅크의 통장을 만들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대출한도를 조회할 수 있었다. 미리 입력한 정보로 ‘신용정보 활용 동의’ 정도만 누르면 심사가 이뤄진다.

체감 상 심사과정은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심사결과 나온 기자의 신용대출 최대한도는 4100만원. 예상 금리는 4.57%로 나왔다. 생각보다 낮은 한도와 높은 금리로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중저신용자를 위한 인터넷은행이 맞는 것인가. 아니면 후한 인심을 써서 나온 결과인가.

토스뱅크 대출한도 심사결과. 다른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 토스뱅크는 당국의 대출 규제로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황.

직접 비교를 위해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 한도를 조회해보기로 했다. 곧이어 실행한 앱은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 국민은행의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은 기자에게 얼마까지 빌려줄까. 정말 주머니를 든든하게 해줄 것인가.

로그인을 했지만 한도조회를 위해선 휴대폰 인증을 해야 했다. 그런 다음 자산, 소득, 부채, 소비비율 등을 입력했다. 가벼운 자산규모를 일깨워주는 슬픈 계기가 됐다. 직장정보와 입사 날짜, 회사 다니면서 처음 접하는 사업자등록번호까지 찾아 입력해야 했다. 꽤나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고 심사 끝에 나온 대출한도는 2650만원. 대출금리는 최저 연 4.5%.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스뱅크가 야박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은행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우리은행 앱을 실행했다. 우리은행은 월급을 받는 주거래 계좌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나 한도조회를 위해 국민은행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했다. 그 끝에 마주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가 가물가물했지만 겨우 입력을 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은 ‘건강보험 직전월 미납/미부과건 존재로 진행할 수 없다’는 안내. 서비스 오류인 것 같아 몇 번을 시도했으나 소용없어 그냥 포기했다.

왼쪽은 KB국민은행의 직장인 대출 심사결과, 오른쪽은 카카오뱅크의 비상금 대출심사 결과.

또다시 손가락을 움직여 이번에는 카카오뱅크를 열었다. 얼마 전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통장 신규대출을 중단했기 때문에 비상금대출을 해보기로 했다.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의 최대한도는 300만원, 최저금리는 연 3.75%다.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도 토스뱅크처럼 심사 과정이 간단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300만원을 5.295%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고 나왔다. 역시, 토스뱅크는 야박하지 않았다…

당장 대출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중저신용자로써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를 확인하니 실망감이 가득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시중은행들의 대출한도 축소’, ‘금융 당국의 가계 부채 안정화 정책’이 온 몸으로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토스뱅크가 주목을 받은 것도 이 점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대출 금리는 최저 연 2.76%에서 최고 연 15.00%(10월 5일 기준)다. 타 시중은행에 비해 중저신용자에게 줄 수 있는 대출 한도(약 2억 7000만원)가 높아, 중저신용자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다만, 단 시간에 토스뱅크의 대출공급액이 소진된 것은 토스뱅크의 인기 때문인지, 아니면 중저사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높아서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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