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글 제재, 혹 떼려다 붙일수도…
여러분, ‘원숭이 신발’ 이야기를 아시죠? 한 장사꾼이 맨발로 다니는 원숭이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공급했고, 어느날부터 신발 없이는 못 걷게 된 원숭이에게 돌연 유료화를 선언했다는 이야기요. 원숭이는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장사꾼의 신발을 사서 신게 됐다고 하는데요.
비슷한 일이 지난 10년간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도 있었습니다. 구글의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자, 구글은 발 빠르게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OS)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오픈소스로요. 누구나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었죠. 스마트폰 기기 개발사들은 너도나도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이 관대한 처사로 구글은 스마트 기기 OS 시장의 압도적 지배자가 됐습니다. 애플 iOS를 제외한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이 97.7%에 육박할 정도가 됐으니까요.
그러나 안드로이드는 스마트 기기 제조사들의 족쇄가 됐습니다. 족쇄의 핵심은 안드로이드에 들어있던 구글플레이입니다. 구글플레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 거죠.
원래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니까 누구라도 마음대로 가져다 변형해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를 변형해서 자신들의 브랜드를 강조한 안드로이드폰을 만들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구글플레이’ 때문입니다. 구글이 ‘변형 안드로이드OS’에는 구글플레이를 안 주기 때문입니다. 이게 바로 ‘파편화금지조약(AFA, Anti-fragmentation Agreement)’입니다. “구글플레이를 넣고 싶으면 온전한 안드로이드만 써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조약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구글에 2074억원이라는 과징금을 내렸습니다. 바로 이 AFA 때문입니다. AFA가 구글플레이의 파워를 이용해 안드로이드를 강제하는 데에 사용됐다는 것이죠. 오픈소스 전략으로 쓴 구글이 사실상 새로운 OS의 출연을 완전히 막아버림으로써 시장의 독점 기업이 됐고,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없앴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언론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이 다소 늦었다고 말합니다. 이미 변형OS를 만들었다가 구글이 “너 변형? 너 불이익” 협박(?)을 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스마트워치용 OS를 만들었다가 구글로부터 압박을 받자, 결국 포기하고 완전한 자체 OS인 타이젠을 심었던 사례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앱을 쓸 수 없는 타이젠의 경쟁력이 과연 있었을까요? 결과는 뭐 아시는대로입니다. 지금 삼성의 스마트워치는 순정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합니다.
이런 변형 OS를 IT 업계에서는 ‘포크OS’라고 부릅니다. 포크OS가 중요한 것은, 단말기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언제든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모두가 똑같이 안드로이드만 심어야 한다면, 단말기 제조사들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만 경쟁할 수 있겠죠. 새로운 상상과 실험의 기회가 없어집니다. 구글이 주는 OS를 담는 그릇으로서만 움직일 수 있고요, 또 구글이 원하는 자격을 획득하려고 노력해야만 합니다.
구글은 기기 제조사들에게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오픈소스 공개 6개월 전에 미리 소스코드를 받아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AFA를 끼워넣기 식으로 강제 계약하게 합니다. 플레이스토어는 구글의 앱 마켓인데요, 아니 플레이스토어를 쓸 수 없는 안드로이드폰이 무슨 소용이랍니까? 물론 중국에서는 가능하죠. 실제로 중국에는 무수히 많은 안드로이드 포크OS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들은 당연히 구글이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겠죠? 또, 사전에 어떤 OS가 나오는지 알아야 그 사양과 기능에 맞춰 단말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 사전접근권 역시 필요합니다. 둘 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장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니 단말기 회사는 AFA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만약 이 AFA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여기 ‘델’의 사례가 있습니다. 포크 기기를 출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글의 부사장인 앤디 루빈은 “안드로이드 포크 기기를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구글 주요 앱 묶음(GMS)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위협한 것이죠. 네, 델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구글의 승리입니다.
구글의 힘이 커질수록 견제의 필요성도 커졌고요. 결국 우리 공정위도 “구글이 경쟁 OS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다”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죠. 이런 흐름은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18년 7월18일 유럽연합(EU)에서도 거의 유사한 판단을 받았습니다. 모바일 OS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43억유로(약 5조6000억원)를 부과받았죠. 90일 이내에 불법 행위를 시정하라는 명령도 받았으나 구글은 항소했습니다.
EU 집행위원회(EC)는 당시 구글이 구글 검색과 크롬 브라우저 등 구글 앱을 선탭재하도록 요구한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또 필수 탑재 앱의 목록을 지정했을 뿐 아니라 휴대전화 화면 상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하도록 강제했고 이와 관련해 제조사 등에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 결과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의 95%가 구매 시 미리 탑재된 구글의 검색 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함께 포크 행위(forking) 즉, 개방형인 안드로이드 OS를 변형해 개발하는 것과 이를 휴대전화에 탑재 못하도록 금한 것도 문제 삼았습니다. 구글은 유럽에서도 똑같이 검색과 크롬 선탑재에 동의한 제조사에게만 앱 마켓인 ‘구글 플레이’를 제공했습니다. 구글플레이의 파워를 이용해 구글검색과 크롬을 끼워 판 셈입니다. EC는 결과적으로 구글이 모바일 검색과 브라우저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고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지금부터입니다. 가만히 있을 구글이 아니죠. 그 해 10월 구글은 자사 브랜드 앱에 대한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버지 등에 따르면, 구글이 유럽 제조사에게 부과하겠다는 비용은 단말기 1대 당 최대 40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핵심은 구글플레이니까, 안드로이드 포크OS에 구글플레이 설치하려면 돈내라는 거죠. 라이선스 비용은 국가와 단말기 해상도(픽셀 밀도) 등에 따라 달리 적용했다고 합니다.
또 이전까지 구글은 자사 앱을 제조사가 탑재하는 대가로 트래픽 유입 비용(TAC)을 주기도 했었는데, 이때부터 크롬을 선탑재하고 홈 화면에 배치한 경우에만 TAC를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두고 EU가 혹 떼려다 혹을 붙였다는 평가도 나오긴 했었죠.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요? 유럽에서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한 포크OS가 등장했을까요? 제조사들은 구글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자신의 브랜드를 강조한 안드로이드폰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을까요?
아직 그렇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유럽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iOS 아니면 구글 안드로이드 둘 중에 하나죠. 이번 공정위의 판단은 구글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그래서 뭐 어쩌라는건지…
어차피 승산없으니 구글이 시키는대로 따르는게 최선이란 소린지…
기자가 답까지 내야 되는건 아니죠. 이런 사례도 있으니 참고하셔라는거죠.
유럽의 사례를 보니 우리나라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보이네요.
그런데 어차피 구글앱을 돈을 내고 써야 한다면 구글앱을 대체할 더 나은 앱들이 나오겠죠.
그러면서 경쟁이 생길거구요.
전 장기적으로 유럽의 처사와 우리나라의 처사가 맞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