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국내에서 민간 우주사업에 시동을 건 기업이 있다. 한글과컴퓨터그룹(한컴)이 내년 상반기 지구 관측용 광학위성인 ‘세종 1호’를 발사한다. 파트너는 미국의 우주위성 데이터 기업 스파이어글로벌이다. 한컴은 세종 1호를 통해 수집한 영상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민간에 공급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한컴그룹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세종 1호 발사 계획을 발표했다. 한컴을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이번 발표가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다. 한컴이 우주·항공 사업이라니. 대체 어떤 목적에서 이런 사업을 하려는 것일까.

한컴이 뜬금없이 위성을 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한컴은 지난해 9월 신사업을 모색하던 중 우주·드론 전문기업 인스페이스(현 한컴인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소방안전장비 관련 자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와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화재용 드론과 관련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한컴라이프케어는 자사 드론이 필요했고, 결국 인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한컴의 우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한컴인스페이스의 주력 사업일뿐더러, 인공지능(AI) 분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컴인텔리전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한 것이다. 한컴 측에 따르면, 위성에서 찍은 영상을 분석해서 판매하려면 AI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녹화된 모든 영상을 봐야하고 일일이 분석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동안 한컴인스페이스는 국가 위성 영상을 받아 분석을 해왔다. 그러나 국가 위성인 만큼 받아올 수 있는 촬영 영상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자체 위성을 발사할 경우 민간에서 요구하는 영역의 영상을 촬영·분석해 납품할 수 있다. 한컴이 자체 위성을 쏘아올린 계기다. 물론, 국가가 규정하는 규제 범위 안에서 촬영을 한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지역의 영상 데이터를 판매할 수 있다”며 “저비용으로 우주항공 통합 서비스, 영상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컴은 농업에서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촬영 영상으로 벼 재배 면적 증감률, 수확 현황,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쌀 생산량을 예측하는 등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한컴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주산업 시장은 앞날이 밝다. 시장규모는 전 세계 기준으로 올해 약 81조원, 2024년에는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컴은 농업 부문을 먼저 공략한 뒤 산림자원, 재난재해 관리, 도심지 변화 탐지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농업 주요국인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한컴은 우주·항공 사업에 약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자금은 민간사업인 만큼 그룹사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한컴은 이번 사업의 수익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2년 내 우주·항공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두 번째 위성 발사 후 영상 판매, 데이터 분석 서비스로 인한 손익분기점 도달까지 약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컴이 내년 상반기 쏘아 올릴 세종1호는 가로 20cm, 세로 10cm, 높이 30cm, 무게 10.8kg의 저궤도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지상으로부터 500km의 궤도에서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에 12~14회 지구를 선회한다. 5m 해상도의 관측 카메라를 활용해 7가지 파장의 영상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한컴그룹은 세종1호 발사에 이어 내년 하반기 2호 위성을 발사한다. 순차적으로 총 5개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50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지구 관측 영역을 세분화하고 데이터를 취득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민간 우주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는 나사(NASA)도 하지 못한 재활용 로켓 발사를 성공 시켰고, 우주로 나아가는 비용을 10분의 1로 낮췄다”며 “이제는 우주로 나아가서 뭘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