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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아이 낳으면 고생? 맘시터가 바꾸고 싶다”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통계청 기준, 2020년 잠정 출산률은 0.84명이다. 출생아 수는 계속해 감소한다. 인구절벽을 우려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가능하다. 일과 육아가 양립할 수 있어야 부모가 아이를 낳는데 부담이 적다.

스타트업 맘편한세상은 육아문제에 일부 해결책을 제시한다. ‘맘시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믿을만한 시터를 부모와 연결시켜주는 것이 일차 목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육아를 개인에 책임지우는 것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맘편한세상은 B2B로 사업을 확장한다. 기업과 계약을 맺고, 플랫폼에서 선별한 시터를 해당 기업의 부모 직원들과 연결시켜주는 방식이다. 회사는 사내 복지로 맘시터를 활용하면서, 내부 인재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부모이자 직원은,  회사가 비용을 대고 플랫폼이 추천한 시터에게 업무 시간 동안 육아를 맡길 수 있다.

맘편한세상은 올해 올해 B2B 사업 확장, 시터 교육 등을 포함한 ‘맘시터 2.0’을 계획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난달 영입했다. 손현태 CTO는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를 거쳐 맘편한세상에 합류했다. 올해 맘시터 2.0을 안착시키고 추후에는 육아와 관련한 여러 서비스로 플랫폼이 확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그에게 떨어진 미션이다.

손현태 CTO를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났다. 그는 “일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의 처음과 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CTO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웃으면서 “육아라는 사회문제를 잘 지원할 수 있도록, 회사가 원하는 가치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현태 맘편한세상 CTO

맘편한세상에 합류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아한형제들에서 5년간 개발을 했고, 이후에는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조직장 등의 역할을 했다. 조직장을 맡으면서, ‘관리’라는 일이 처음에는 개발처럼 빠르게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답답했는데 일년 정도 지나면서 조직이 단단해지고 잘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졌다. 그러던 차에,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콜드메일이 왔다. 맘편한세상은 아니었다(웃음). 커리어를 쌓으면서 막연하게 “CTO라는 걸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CTO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걸 하고 있던 때였다. 콜드메일의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

대기업의 리더들을 만나 네트워킹도 하고 이야기, 고민 상담을 하고 싶다고했다. 알고보니 채용에 대한 흑심을 품고 있었지만(웃음). 좋은 제안을 줬고,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새로운 직장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에 했다. 헤드헌팅 회사에서 내 이력을 듣더니 “현태님은 맘편한세상에 가면 되겠는데요?”라고 하더라. 당시 맘편한세상이 원하는 CTO의 조건이 구체적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괜찮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괜찮다고 느낀 포인트가 어떤 부분이었나?

큰 기업에서 일할때는 내가 개발한 작업물이 고객에 직접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 맘편한세상에서는 시터를 찾는 부모와, 일자리를 찾는 시터가 직접 플랫폼을 사용한다. 또, 주변에 “시터를 구한다”고 물어보니 “맘시터를 추천한다”는 대답이 많이 돌아오기도 했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회사가 해결하려고 하는 사회문제가 마음에 와닿기도 했다.

어떤 사회문제인가?

출산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나도 아이를 기르고 있는데,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결혼을 안했거나 아이가 없는 동료에게 “아이를 낳으면 고생이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었다. 맘편한세상이 역할을 하면, 이런 상황을 조금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맘시터는 육아 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나

기존에는 시터를 구하는 것이 한정적이었다. 수소문을 하거나 잘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아야했기 때문에 부모들이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시장 자체를 공급자 측면(시터)에서 주도하는 것이 있었다. 수요-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공급이 부족하니 공급자가 우위에 있었다. 맘시터는 플랫폼을 통해 공급과 수요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양면시장의 문제다

시터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시장에 어떤 규칙 같은 것이 없어서다. 주급을 받아야 하는지 월급을 받아야 하는지, 밤 10시가 넘으면 급여의 1.5배를 받는게 맞는지, 월급날은 며칠인지 등등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 시터나 부모, 어느 쪽에서도 마음을 나쁘게 먹으면 상대편이 불만을 가질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 부분에서는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다고 봤나

표준을 잡아가는 거다. 결제 기능을 도입해 시터가 돈을 떼이는 일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는 시터가 출근했더니 서비스를 신청한 부모가 이사가고 없어서 돈을 못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너무 황당한 일이다

근무시간과 돌봄비, 결제일 같은 것을 합의하에 만들고, 부모가 카드를 등록해 놓으면 합의된 시간에 비용이 지불되도록 하는 것을 계획중이다. 신규 시터나 부모가 플랫폼에 들어왔을 때 쓸데 없는 고민을 하지 않고 불편함이 없도록 구조를 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시터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손 CTO는 육아 때문에 고민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 회사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업무에서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

지금은 시장의 수요를 확인하는 단계는 지났고, 올해부터 ‘맘시터 2.0’을 진행하고 있다. 로드맵 상 조금 더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단계다.

맘시터 2.0은 기존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존에는 부모와 시터를 매칭하는데 서비스가 국한됐다면, 이제는 매칭 이후 돌봄비 결제, 돌봄 일지 작성 같은 것들이 추가된다. 또, B2B 사업도 하고 있고 좋은 시터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사업도 한다.

B2B 사업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맞벌이의 육아문제다. 회사에서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B2B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일정 이상 크기의 회사에서는 어린이집을 짓거나 하는 식으로 직원들의 육아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사내 어린이집 같은 경우에는 경쟁률이 매우 세다. 또 회사 입장에서 어린이집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서 믿을만한 시터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가장 일에 몰입할 나이대인 30대가 마음 놓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믿을만한 시터를 어떻게 구하나

맘시터에 매니저가 있다. 부모가 직접 시터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매니저가 시터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관리를 한다. 부모는 그 시간에 업무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어떤 고객사가 맘시터를 쓰고 있나?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하나가 맘시터를 쓴다.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던 회사가 업력이 늘다보면 직원들이 부모가 된다. 일을 하면서 육아도 같이 할 수 있는 ‘육라벨’을 고민하는 회사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브랜디 같은 회사는 맘시터를 채용 전략으로 쓰고 있기도 하다. 사내 복지의 차원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맘시터를 활용하는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믿을 수 있는 시터인가 여부일 것 같다

맘시터의 가장 큰 장점이, 플랫폼 차원에서 부모가 궁금해 하는 것을 미리 확인해서 연결한다. 예를 들어 면접 때 부모가 “집안에 CCTV를 설치해도 되느냐”라고 묻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러나 맘시터는 시터 교육을 할 때 CCTV가 설치된 곳에서 일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 또 기존에 서비스를 이용했던 고객들의 리뷰가 남아 있어서, 어느정도 시터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도 있다.

시터 교육은 어떻게 진행이 되나

정부와 같이 진행 중이다. 최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이슈가 많다. 시터 역시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가 된다. 정부에서 올해부터 관련 교육을 시범 사업으로 시작했다.

일이 많이 커지고 있다(웃음)

개발자의 일도 많아졌다. 일이 여러 서비스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걸 기술적으로 잘 서포트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조직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과, 내년에 폭발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사업의 요구 사항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들도록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대규모 충원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에서 시터와 부모를 매칭할 때 기술적으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나

신규 부모가 플랫폼에 들어오면 시터를 추천하게 된다. 그런데 각자가 원하는 근무조건이 모두 다르다. 근무지역/ 근무 시간/ 시터가 잘 할 수 있는 것/ 등하원 여부/ 단순 놀이/ 교육 등, 여러 타입이 있다. 시터와 부모가 각각 원하는 부분을 살펴보고 최적의 매칭이 되도록 알고리즘을 짜야 한다. 그런 부분을 고민한다.

지금 등록된 시터는 얼마나 되나

대략 53만명 정도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단기 알바로 시장에 들어오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맘시터 3.0’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비전을 보면 반찬, 학습지, 육아용품, 키즈보험, 영유아 교재 교구등 아이와 관련한 것은 총망라했다

지금의 ‘맘시터 2.0’은 부모와 아이, 시터가 만나기까지를 대중화하는 영역이다. 더 나중에는 아이가 먹고 노는 것을 안전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장까지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확장은 맘편한세상이 독립적으로 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과 제휴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조직을 어떻게 꾸려가겠다는 목표가 있나?

투명한 조직을 만들고 싶다. 관심을 갖고 보면,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지 알 수 있는 곳이어야 신뢰가 쌓인다. 신뢰를 기반으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구성원들이 일치가 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맡은 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우리가 원하는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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