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의 까다로운 IT 독립채널] 수리할 권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안녕하세요. 독립 채널로 찾아뵙게 된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첫 시간 시작합니다.
여러분 자동차를 타다 보면 바퀴가 펑크 날 때가 있죠. 그래서 수리센터에 가져갔는데 천만원을 내라고 합니다. 만약 이러면 여러분은 자동차를 구매하실 건가요?
그래서 소비자가 직접 공구를 사서 타이어를 갈았습니다. 그러면 다음번부터 너네는 자동차 직접 수리했으니까 공식 서비스 못 받아. 이러면요? 개열받겠죠? 다행히 우리나라에서 타이어는 신발보다 쌉니다.
현재 해외에서는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가 법적으로 보장되는 추세입니다. EU에서는 2020년부터, 미국에서도 2021년 7월, 행정 명령이 떨어졌죠. 수리할 권리의 의미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 가전제품을 원하면 수리할 수 있을 권리. 두번째, 수리점을 열어서 수리공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유럽이나 북미 정부들은 기술 기업들이 이 제품 수리를 점점 어렵게 만들어서,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방해하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리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는 제때 제품을 수리하기 어렵고, 그래서 첨단 폐기물이 점차 늘어난다는 주장이죠. 2030년이 되면 전자 폐기물은 7천400만톤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모든 폐기물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인 것이 전자 폐기물이라는 것이죠.
이 전자 폐기물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각종 희소 자원들이 들어갑니다. 자원들이 집 안에서 잠만 자고 있다고 하면 지구적으로도 낭비겠죠? 그리고 이게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면, 이 자원들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땅에 묻히게 됩니다. 실제로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이 전자 폐기물이 17.4%만 재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술기업도 할 말은 있을 겁니다. 요즘 첨단 제품은 CPU, 램, GPU를 조립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한 칩에 전부 담아버리는 SoC 구조를 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SoC는 별도의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분해하고 수리하게 만들기 어렵다는 겁니다. 자 그럼 소비자들은 이렇게 물어볼 수 있겠죠. 아니 그러면 배터리는 왜 못 갈게 해? 충전기는 왜 안 줘? 환경 때문이라며?
그러니까 기술기업 말도 일리는 있지만 약간 핑계 같다는 거죠. 방수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예전 제품은 배터리 빼도 방수가 잘만 됐었습니다.
EU에서는 그래서 10년 동안 부품 재고를 보유하고 설명서를 제공해서 사용자가 원하면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명령을 내립니다. 아이폰 기준으로는 10년 전 제품이면 아이폰 4s, 갤럭시는 갤럭시 S II까지인데요. 굉장히 좋은 신호죠. 만약 갤럭시 S2가, 아이폰 4s가 내 인생 폰이야. 그러니까 계속 쓰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10년동안은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옴니아 2라면?
이렇게 수리할 권리는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재정 중입니다. 미국식 자유주의에 입각해서 고치고 싶으면 고치게 해 줘. 소비자가 왕이잖아. 뭐 이런 거죠.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두유 노우 후 아이엠? 이런 겁니다.
기술기업들은 나름대로 이 방법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우선 애플은 일반 수리점도 자격요건만 갖추면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죠. IRP(Independent Repair Program)이라고 부르고요. 한국에서도 이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이제 영어를 못해도 수리받을 수 있겠네요. 삼성전자는 독일에서 배터리 탈착식에 수리가 쉬운 스마트폰을 도이치텔레콤과 함께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모토로라는 아예 ifixit과 함께 자가 수리 키트를 출시하기도 했죠. 디스플레이나 배터리 등을 직접 교체할 수 있습니다.
김밥도 천국이고 AS도 천국인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수리할 권리에 대한 관심이 크진 않지만, 이 논의가 조금 더 진행되면 여러분은 집 앞 김씨네 수리점에서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아이폰 디스플레이 신발보다 싸다! 이런 가게가 등장할 수도 있고요. 원한다면 직접 디스플레이 교체도 할 수 있겠죠. 자 그러면 일자리도 지금보다는 조금 늘어나고, 기술 제품도 더 오래 쓸 수 있을 겁니다. 첨단 기술이 없어도 카카오톡하고, 전화하고 페이스북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면 좋겠습니다.
자, 수리할 권리, 우리나라 여러분도 관심 가지시고요. 기억하세요. 소비자가 왕입니다. 킹갓이죠.
자,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제가 다른 채널에 속해있을 때 여러분꼐 아무리 구독하라고 해도 구독을 안 하셨죠. 어차피 안 하실 거,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하지마세요. 벗, 두 유 노우 후 아이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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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