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데이터 전쟁…”살을 주고 뼈를 취하라”

전통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 간 치열한 데이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내 정보는 내주지 않으면서 타사의 더 정보는 많이 얻어오려 하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플랫폼 성공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등 데이터 공유를 촉진하는 제도들이 등장하면서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전통 금융사는 1차적으로는 수비수 입장이다. 그동안 쌓은 데이터를 최대한 내주지 않으려 한다.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가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다.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전통 금융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받아와야 한다.  이들은 데이터가 최대한 공유되어야 금융산업의 혁신된다고 주장한다.

전통 금융사가 공격적 포지션을 취할 때도 있다. 핀테크 기업이 보유한 선불충전금 데이터와 주문내역 데이터 등은 전통 금융권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최근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 새로운 금융 정보제공 범위를 발표했다. 금융위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사가 쟁취한 데이터

이제 금융사들은 OO페이의 선불충전금 내역을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핀테크 기업들은 오픈뱅킹 서비스의 이용기관으로만 참여했으나 이제는  참여기관이 됐다.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도 개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23개 핀테크 기업의 선불충전금 내역이 공유된다. 선불충전금 목록, 연계된 계좌 정보, 충전잔액, 포인트 적립 잔액, 거래일시, 거래금액, 거래 후 잔액 등의 데이터가 공유대상이다.

7월 30일부터 사용자는 주요 은행, 우체국 앱에서 핀테크 기업 서비스에서 보유한 선불충전금 목록과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선불충전금 데이터를 자산관리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MZ세대들이 핀테크 서비스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에서도 핀테크를 통해 소비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며 “최근 은행들이 뱅킹 앱 내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는데, 핀테크의 선불충전금 내역도 여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핀테크가 쟁취한 데이터

핀테크 업계도 얻은 것이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적요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적요정보는 수취, 송금인 성명, 메모 등이 기록된 정보를 말한다. 다만, 금융위는 적요정보가 민감정보인 만큼 사용자의 본인조회, 분석 서비스 제공 목적에 한해 제공하도록 제한했다. 적요정보를 마케팅 등 목적 외로 활용하거나 외부에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거래 상대방이 특정되거나 식별될 수 있는 계좌번호를 제공할 수 없도록 했다. 은행 앱 내에서도 거래내역조회 화면에 계좌번호는 표기되지 않는다.

적요정보가 마이데이터 제공 범위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핀테크 업계에서는 격렬하게 반기는 분위기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핀테크 업계에서 요구해 온 핵심 정보인 적요가 공유대상에 포함 된 것은 굉장히 전향적인 변화”라고 밝혔다.

또 사용자들이 핀테크 앱에서 은행계좌 연동을 쉽게 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결제원이 운영하고 있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인 어카운트인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사용자들은 핀테크 앱에서 일일이 계좌를 입력해 등록할 필요 없이 전 금융회사의 계좌를 자동으로 조회하고 일괄 등록할 수 있다.

앞으로 논의될 사안

다만, 인슈어테크 업계에서 요구해 온 ‘보장내역’과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피상이’ 부문은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인슈어테크 업계에서는 보험사가 제공해야 하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범위에 구체적인 보장내역이 빠져 있어 보장분석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부모님이나 자녀 등이 보험에 가입해 준 사례 역시, 보험분석 서비스가 어렵다며 당국에 계피상이 부문을 확실하게 정의하고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공개되는 가이드라인 개정에 해당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인슈어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련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8월 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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