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려 하는 넷플릭스와 펠로톤
OTT는 글로벌 기업들의 피 튀기는 전장 중 하나다. 넷플릭스 외에도 HBO max, 프라임 비디오, 훌루에 이어 IP 강자 디즈니까지 OTT에 가세하며 국경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OTT이자 월 정액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개념을 글로벌에서 최초로 성공시킨 넷플릭스가 가장 큰 도전을 받는 중이다.
넷플릭스 최초의 해법은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 공식에 맞춰 넷플릭스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넷플릭스 사용자 수를 늘리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자 디즈니 만화, 마블 스튜디오 등을 보유한 디즈니와, 미드 왕국 HBO 등은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방편을 택했다. 따라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를 성공시킨 비결이기도 하지만 다른 OTT가 등장하게 만든 단초가 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세계 최대의 OTT다. 2021년 1분기 400만명을 늘려 전 세계에서 2억 8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또한,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가 공격적으로 전 세계로 확장할 경우 사용자 증가세는 더욱 둔화될 가능성도 높다.
넷플릭스의 해법은 비디오 게임인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의 형태가 아닐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우선 넷플릭스는 게임 전문가를 영입했다.
넷플릭스가 영입한 마이크 버두(Mike Verdu)는 EA와 페이스북 출신이다. EA에서는 모바일 수석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페이스북에서는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에서 AR 콘텐츠 제작을 감독했다. 즉, 게임과 연관이 깊은 인물이다.
넷플릭스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직원을 모집하고 있기도 하다. 구인 사이트에서 인터랙티브 제품 혁신 담당자(Director of Product Innovation, Interactive)를 뽑고 있다. 상세 항목에는 “게임 개발에서의 창의적인 경험(creative experience in game development)”이 명시돼 있다. 물론 해당 직군은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인터랙티브 영상 담당자를 뽑는 것일 가능성은 있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영상의 결과가 어느 정도 바뀌는 인터랙티브형 콘텐츠였다. 일종의 게임적 요소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게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 버두의 영입을 통해 게임 개발 팀을 꾸리고 비디오 게임을 넷플릭스 서비스 안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넷플릭스는 분기별 보고에서 넷플릭스 COO이자 CPO인 그레고리 K. 피터스(Gregory K. Peters)는 “(넷플릭스 팬덤을 늘리기 위해) 게임은 흥미로운 구성 요소다(we can deepen that fandom. And certainly, games is a really interesting component of that)“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MS, 아마존, 구글은 넷플릭스처럼 월 정액을 받고 게임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 제작만큼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구글은 2년 만에 게임 제작을 접었고, 아마존은 포트나이트와 같은 배틀로얄 게임 크루서블(Crucible)을 아마존 루나에서 제공했으나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초에 게임 제작 스튜디오를 여럿 보유하고 최근 베데스다 게임즈까지 인수한 MS만이 성공적으로 게임 제작과 스트리밍을 연동시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과거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게임을 핀란드 제작사 넥스트 게임즈와 함께 제작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단순 모바일 게임으로 스트리밍 안에서 서비스되진 않았다. 게임 스트리밍에 대해 넷플릭스는 현재 특별한 논평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넷플릭스에는 돌파구가 필요하고, 넷플릭스가 쏟는 영상 제작비를 게임 쪽으로 일부 돌리면 게임 제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입장문을 통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콘텐츠의 재미를 경험하고 계신 점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도로 게임 스트리밍설에 대해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콘텐츠의 품질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회원분들을 위해 넷플릭스는 드라마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리얼리티 TV쇼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여러 국가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작품으로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과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 그리고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의 작품을 소재로 한 게임 등을 통해 많은 분들이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콘텐츠의 재미를 경험하고 계신 점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외에도 비디오 게임을 제공하려는 업체가 있다. 운동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이다. 펠로톤은 소울 사이클의 온라인 버전으로, 소울 사이클은 미드에 자주 등장하는 실내에서 단체로 자전거를 타는 스포츠다. 펠로톤은 이 바이크에 기록 측정을 위한 IoT 기능과 강사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태블릿을 붙여 집에서 소울 사이클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펠로톤은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고, 코로나19로 인해 큰 수요를 맞고 있다. 문제는 펠로톤 역시 다수의 경쟁자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가 아닌 거울로 헬스케어 코칭을 받는 미러(룰루레몬이 인수했다), 아이폰, 아이패드나 워치로 사용하는 애플 피트니스+, 무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삼성 헬스 등 다양한 도전자와 싸워야 한다.
그리고 애초에 비디오 게임으로 설계된 자전거 서비스인 즈위프트(Zwift)도 있다.
펠로톤은 이에 레인브레이크(Lanebreak)로 부르는 비디오 게임을 계획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펠로톤 자전거에 달린 태블릿에서 실행되는 게임으로, 음악을 들으며 구간마다 다르게 지정된 저항으로 페달을 밟도록 하는 일종의 리듬 게임이다. 다른 리듬 게임과 마찬가지로 자전거 바퀴의 템포를 화면과 일치시킬 때 점수를 얻으며, 제한 시간 안에 특정 출력에 도전하는 모드도 있다. 즈위프트는 전 세계 사람들과 기록으로 싸우는 MMORPG에 가까운 게임 모드를 제공하므로 즈위프트와는 다르다. 그러나 레인브레이크의 출시로 인해 언젠가 펠로톤도 즈위프트와 같은 경쟁 모드를 추가할지도 모르는 일이긴 하다.
넷플릭스와 펠로톤은 각각의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 업체임과 동시에 시장을 리딩하는 업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성공 때문에 많은 경쟁자들이 발생하자, 또 다른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경쟁자들을 물리치려 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좋은 전략이지만 월 정액 요금은 오르지 않기를 소비자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