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미국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 파운드리(Global Foundries)’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월가에서 전해졌다. 아직 인수합병 여부나 자세한 사항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 금액이 약 300억달러(한화 약 34조원)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번 인수 소식을 접한 업계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현재 인텔의 경쟁사 AMD와의 계약 기간을 아직 남겨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협업하기 위한 계약을 갱신한 바 있다. AMD는 에픽 시리즈 I/O 다이 등 14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는 반도체는 글로벌 파운드리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가 아직 AMD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파운드리가 미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의 손에 넘어가고, 이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자체 사업을 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이번 인수합병 소식이 갑작스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외의 소식임에도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고 분석한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와 손잡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을 전망이다. 물론 글로벌 파운드리는 첨단 공정으로 여겨지는 7나노 이하 공정 돌입에 실패한 바 있기 때문에, 인텔의 7나노 이하 공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파운드리는 UMC와 함께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고, 10년 이상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해 왔기 때문에 파운드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는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해 온 기업으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이라며 “따라서 인텔의 기술력과 글로벌 파운드리의 사업모델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가 AMD의 눈치를 보면서 인수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계약기간 문제도 있지만 글로벌 파운드리는 본래 AMD의 자회사였기 때문이다. 2012년 AMD의 자금난으로 인해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금처럼 양사는 지분상으로 관계 없는 회사가 됐다.

하지만 AMD도 인텔의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를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AMD 측에서는 자회사였던 만큼 아까워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AMD의 첨단 공정을 TSMC 등이 담당하고 있는 데다가 글로벌 파운드리와의 계약이 AMD 사업에 발목을 잡는 경향도 있었다”며 “때문에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와 손잡는 방향성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파운드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인 반면, 인텔은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나의 기업에서 진행하는 종합 반도체기업(IDM)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만을 취급하는 팹리스 기업은 대부분 IDM보다 파운드리 전문기업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것을 선호한다. IDM에 위탁생산을 맡긴다는 것은 결국 경쟁사에 자사 설계도를 공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생산만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전문업체에 맡길 때 기술 유출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만큼, AMD를 포함해 고객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가 확보하고 있던 고객사도 모두 인텔에게 넘어가는 것인데, 이렇게 될 시 고객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인수합병 대신 협업 체제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분명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와 손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만, 위험요소도 존재한다”며 “따라서 인수합병보다는 협업을 하는 방향이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 더버지 등 외신은 “이번 인수 건에 대해 글로벌 파운드리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지만, 인텔은 ‘답변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을 뿐, 부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 youm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