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올해 6월 30일 새로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을 임명한 바 있다. 아몬 CEO는 1995년부터 엔지니어로 퀄컴에서 일했고 CEO 이전에는 사장으로 퀄컴의 5G 전략 등을 담당했다. 아몬 CEO는 취임하자마자 로이터 통신에서 “M1 칩 성능을 넘는 노트북 SoC를 만들 수 있다”는 과감한 인터뷰를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

그동안 퀄컴은 ARM의 코어 설계를 사용해왔다. 직접 코어 프로세서 설계를 할 때도 있었지만 ARM의 코어를 활용하고 그래픽과 5G 품질을 높이는 것으로 개발 비용을 줄이고 퀄컴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온 것이다. 예를 들어 스냅드래곤 855의 경우 코어를 퀄컴 Kyro 485를 고성능 프로세서로 사용했지만, 스냅드래곤 865에서는 다시 ARM의 Cortex-A77을 사용했다. GPU와 5G 모뎀의 경우 퀄컴이 직접 설계한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노트북용 AP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퀄컴의 코어 설계인 Kyro 아키텍처를 사용하고 있었다. 스냅드래곤 8CX는 퀄컴 카이로 495를 고성능 코어로, 스냅드래곤 8C는 퀄컴 카이로 490을 고성능 코어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퀄컴이 직접 설계한 노트북용 칩셋의 성능은 저전력이긴 하지만 M1의 충격적인 성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퀄컴의 칩셋을 기반으로 GPU 업데이트를 한 MS의 SQ2 역시 스냅드래곤 8cx 2세대보단 낫지만 M1의 성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몬 CEO는 “M1 칩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Nuvia)가 있다.

누비아는 2019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퀄컴은 이 신생 기업을 14억달러(약 1조5800억원)의 금액으로 인수했다. 이유는 누비아의 창업자들이 칩 설계의 올스타들이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존 브루노, 제럴드 윌리엄스 3세, 마누 굴라티

세명의 창업자는 제럴드 윌리엄스 3세(Gerard Williams III), 존 브루노(John Bruno), 마누 굴라티(Manu Gulati) 3인이다. 이들은 AMD, 애플, 브로드컴, 구글 등에서 일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들이다. 특히 제럴드 윌리엄스 3세는 애플에서 A7~A12X 코어 프로세서 설계를 리드한 인물이다. A7은 애플 안에서도 기념비적인 모바일 AP에 해당한다. A4까지 애플은 삼성전자의 허밍버드 코어 설계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고, A5부터는 ARM의 코어 설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A6부터 애플은 직접 코어 설계를 하기 시작했으며, A7은 모바일 최초로 64비트를 지원하고 코어 설계 독립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ARM 출신의 윌리엄스 3세가 코어 설계에 많은 역할을 담당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면 윌리엄스 3세는 A10 퓨전~A11 바이오닉 설계에서 여러 기종에 대응하는 혼합 CPU 코어 클러스터에 관여한 바 있다.


존 브루노는 ATI, AMD, 애플, 구글 출신의 엔지니어로, 애플 제품의 플랫폼 아키텍처를 담당했다. 마누 굴라티는 이전에는 구글, 애플과 브로드컴, AMD 등에서 SoC 설계를 담당했다. 이들은 A13 바이오닉 설계 이후 퇴사해 누비아를 창업했다. 누비아는 또한 인텔, 페이스북, 퀄컴, AMD 등에서 일한 존 카빌(Jon Carvill)과 히서 레넌(Heather Lennon)을 인텔에서부터 영입해 마케팅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누비아는 원래 데이터센터용 ARM 기반 CPU 코어를 설계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창업 이후 ‘오리온(Orion)’과 ‘피닉스(Phoenix)’로 부르는 설계를 선보였으며, 클라우드 워크로드에서 최고의 성능을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누비아의 사이트는 퀄컴 사이트로 통합돼 링크는 작동하지 않지만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누비아는 당시 AMD와 인텔보다 ARM 기반 CPU가 훨씬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고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누비아는 (그들의 주장대로라면)ARM 기반으로 코어 재설계를 해서 x86보다 높은 성능을 내는 동시에 낮은 열 설계 전력을 내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다. 퀄컴은 이 누비아를 인수한 후 노트북용 SoC를 설계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이 계획이 아몬 CEO 취임 후 밝혀진 것이다.

아몬 CEO는 2022년, 누비아 설계 기반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한, 만약 ARM의 코어 성능이 충분히 뛰어날 경우 ARM 기반 코어를 지금처럼 라이선스해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방식이 됐든 M1 수준 이상의 ARM 기반 노트북 프로세서를 내놓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아몬 CEO는 또한 퀄컴은 데이터센터용 SoC를 만들지 않지만 누비아의 설계를 라이선스하는 것에는 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퀄컴도 데이터센터용 칩셋 라이선스를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모바일 AP와 OS 간 관계는 흥미롭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윈도우 11에서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데스크톱에서 모바일 앱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인텔의 브릿지 기술을 활용하지만 독점 기술은 아니므로 AMD도 비슷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PC 부품 제조사인 AMD와 협의해 ARM 기반 스마트폰 AP인 삼성 엑시노스에 AMD의 GPU 설계를 사용한다. 엑시노스는 여전히 ARM의 코어 설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AMD의 GPU 설계로 인해 그래픽 성능이 대폭 상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ARM 기반 칩셋인 스냅드래곤 7C Gen2를 사용한 갤럭시북 고(GO)를 선보이기도 했다. ARM 기반 칩셋을 사용한 모든 제품 역시 윈도우 11을 설치했을 때 안드로이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킬러 앱인 오피스 앱들(마이크로소프트 365)은 ARM 기반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재단장된 상태다.

이 모든 흐름의 시작에는 애플 실리콘 M1의 등장이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맥의 프로세서 계열을 맞춤으로써 맥OS와 iOS·iPadOS를 더욱 쉽게 호환하게 하고, 아이패드 프로에 M1 프로세서를 탑재해 아이패드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기도 했다. 반도체 설계를 맞춤으로써 맥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통합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주요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맥용 소프트웨어를 ARM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흐름보다 먼저 기기간 호환을 해오고 있던 건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크롬북 뿐이다.


이후 ARM 설계 기반 누비아의 AP가 퀄컴에서 등장한다면, 더 많은 윈도우 11 노트북에 ARM 기반 프로세서가 장착될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의 장점은 M1 맥과 동일하다. 저전력, 높은 성능에 안드로이드 앱들과의 높은 호환성을 갖게 될 것이다. x86 윈도우, ARM 기반 윈도우, x86 기반 맥, ARM 기반 맥, AMD GPU 삼성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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