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하려다 ‘지입 사기’ 당할 수도 있다

  1. ※ 해당 기사는 CJ대한통운, 마켓컬리가 지입 사기와 관련해 동조 또는 방조하고 있다는 내용이 아님을 밝힙니다.

‘지입 사기’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웹 검색을 해보면 그 뜻과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겠으나 짧게 설명하자면, 지입은 화주로부터 물량을 계약한 운수회사가 운전기사를 모집한 뒤 회사 소속 차량을 기사에게 분양해 운행하는 형태의 업무계약 방식입니다.

즉 ‘지입차’라 하면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기사 개인 소유 차량을 의미합니다. 화물차 유상운송을 위해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영업용 번호판이 필요한데 그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합니다. 하여 운전기사는 운수회사로부터 영업용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과 고정물량을 받고서 번호판 사용료, 차량할부금, 기타 보험 등 행정비용을 ‘지입료’로 매달 지불하는 형태로 계약합니다.

지입 사기는 이 계약 가운데 허점을 악용해 일어나는데요. 기사를 모집해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거나, 충분한 물량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나 몰라라 하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냉동탑차를 판매하거나 등의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는 새벽배송 시장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충정지역에 등장한 마켓컬리 채용 공고

알바몬 등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새벽배송, 마켓컬리를 검색하다 위와 같은 문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남들 꿈꿀 시간에 꿈을 이루세요’, ‘대기업 연봉 가능합니다’, ‘대세 마켓컬리 새벽배송 기사가 되세요’ 등인데요. 업무 장소는 최근 마켓컬리가 새롭게 진출한 대전·세종·충청지역이며, 마켓컬리 로고 및 상징 컬러인 보라색을 적극 활용해 채용 공고 페이지를 꾸며놨기에 마치 마켓컬리 측에서 직접 배송 기사를 모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충청권 샛별배송 기사 채용 공고

그러나 마켓컬리의 대전·충정지역 새벽배송 파트너는 CJ대한통운입니다. 양사는 ‘샛별배송 전국 확대 물류 협력 MOU’를 체결하고, 그 첫 번째 진출 지역으로 충청지역을 선택한 바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와 배송망을 활용해 새벽배송을 진행하기로 협의했기에, 만약 기사를 채용한다고 해도 CJ대한통운 또는 협력 대리점이 진행해야 할 것을 왜 마켓컬리가 직접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채용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세종시에 거주 중인 취재원의 도움을 받아 해당 채용 공고에 기록된 전화번호로 연락해 직접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아래는 취재원과 채용담당자가 나눈 대화를 문답 형태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나이와 사는 지역이 어떻게 되시나요?

32세, 세종시입니다.

그전에 어떤 일 하셨나요?

사무직입니다.

배송 관련 경험은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이번에 차량 등을 구해서 새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차량 및 번호판 등은 계약 통해서 지원 가능합니다. 그럼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도 없으시죠?

네, 없습니다. 꼭 필요한가요?

경력이 없으시긴 하지만 친구나 지인 통해 대신 등록하셔도 됩니다. 업무도 여성분들도 쉽게 하실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고요. 차량은 냉동탑차만 가능한 것 아시죠?

일반 차량은 안 되고, 냉동차만 가능한가요? 그게 더 비싸지 않나요?

채소 같은 식품들 배송하는 업무라 꼭 탑차가 필요합니다. 대신에 물량이 확실히 보장됩니다. 마켓컬리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마켓컬리가 서울에서는 엄청 유명하고, 주문도 많아서 물량이 쏟아지는데, 이번에 충청지역에도 진출하면서 저희가 기사님들 신규 채용하고 있거든요. 이런 자리는 지금 계약 안 하시면 나중에 그만두시는 분들이 없어서 새로 들어오시기 정말 힘드세요.

그렇군요. 그럼 제가 마켓컬리와 계약해서 물량을 처리하는 건가요?

아니요, 저희가 마켓컬리 ‘직영 운송사’기 때문에, 저희 통해서 계약을 하시는 겁니다. 직영이기 때문에 저희는 ‘물대비’ 같은 추가적인 비용 같은 것도 안 내셔도 됩니다.

추가 비용이 어떤 건가요?

보통 물량을 보장해주면서 운송사가 센터이용료, 보관료 같은 것들을 청구하는데 저희는 그런 것 없이 운행 가능하세요.

그렇군요. 그럼 면접 장소는 어디인가요?

저희가 마켓컬리 직영이다 보니 서울로 올라오셔서 면접 보셔야 합니다.

그럼 제가 조금 더 생각해보고 연락드려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전화 주신 연락처로 명함 보내드릴 테니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채용 담당자로부터 마켓컬리 명함(?)을 받을 수 있었다.

 

마켓컬리도 CJ대한통운도 몰랐다?

위 채용 공고 및 상담 내용과 관련해 마켓컬리 관계자는 “본사와 관계없는 채용”이라 밝혔습니다. “사용한 명함도 가짜며, 명함에 기록된 사무실 또한 처음 보는 곳이다. 해당 지역 배송 등 물류 전반은 CJ대한통운에 위탁했기에 본사 차원의 채용은 전혀 이뤄진 적 없다”라는 답변입니다.

채용 공고 속 ‘마켓컬리 세종센터’라 명시된 곳을 방문해보니 CJ대한통운 세종지점 택배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CJ대한통운 측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지역 대리점들을 통해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마켓컬리 로고를 넣은 명함을 제작해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라는 반응입니다.

자나 깨나 ‘지입 사기’ 조심

모 운송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채용을 위해 화주인 마켓컬리를 표기하는 등 활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마켓컬리 로고를 내세워 가짜 명함까지 만들며 ‘화물운송종사자 자격증은 대리 등록하면 된다’, ‘지금 아니면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다’라는 식으로 유혹하는 행위는 분명 도용이며 잘못된 일”이라 말했습니다.

이어 “위와 같은 행위가 혹여나 지입 사기로까지 이어질 경우, 엄연히 합법인 지입이라는 계약 형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 업계 전체가 예의 주시하여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지입 사기 예방으로 흔히 언급되는 방법이 바로 ‘높은 연봉, 쉬운 업무’라는 표현과 ‘대기업 등 잘 알려진 기업을 내세우는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새벽배송은 반드시 냉동탑차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및 차량 활용에 있어 거듭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입 사기 방지를 위해 차량 기사 입장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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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중요하며 언론으로서 꼭 필요한 내용으로 보입니다. 바이라인 구독하는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 당근마켓에 마켓컬리 새벽배송기사 모집광고에 월급이 500만원 가까이 나오기에 솔깃했는데 덕분에 사기 안 당하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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