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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영어회화, 채팅으로 배워도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회화’를 ‘글’로 배울 수 있을까? 연애도 글로 배우면 망하는데 하물며 귀와 입을 써야하는 회화를 눈과 손으로 익히면, 그걸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2014년 창업한 텔라는 카카오톡 채팅으로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심지어 선생님은 아프리카에서 산다. 현지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원어민급 영어 실력자들을 한국의 학생들과 채팅으로 연결한다. 생소한 선생님에, 생소한 방식으로 배우는 이 영어 학습은 과연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스파크랩의 데모데이에서 “인터넷 강의나 전화 영어를 자꾸만 빼먹는 학생들도 채팅 영어는 부담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출석률 94%를 낸다”는  진유하 텔라 대표의 발표를 들었을 때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과연 나같은 작심일일형 인간도 영어회화 성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인공지능(AI) 챗봇의 대화수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AI가 영어회화 시장에도 빠르게 침투하지는 않을까? 이들은 과연 어떤 비전을 갖고 채팅으로 영어회화라는 바위를 치려는 것일까.

진유하 텔라 대표

카톡으로 회화공부를 한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내 짧은 상상력으로는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채팅으로 회화한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함께 창업하게 된 팀의 친구 중 한명이 대학 때 동아프리카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에서 채팅 아이디어가 나왔다. 동아프리카에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는 대졸자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맞는 일자리가 현지에 별로 없더라는 것이다. 높은 영어 실력을 가진 현지 대졸자들을 한국의 영어 교육 시장과 매칭해서 동아프리카에는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나라에도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에 생각했다.

필리핀에 있는 원어민들이 한국의 전화영어 교육 서비스에 고용이 됐는데, 그 대상이 동아프리카로 확대됐다. 현지에 직업을 구하는 고학력자들이 많은가?

맞다. 대졸자 실업률이 80% 이상된다는 통계도 있다. 고정적 수입이 없는 사람의 수가 그렇다. 처음에는 우리도 단순히 전화영어를 생각했는데 시장에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많았다. 영어공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다가 미국 어학연수 시절, 친구들과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면서 더 정확하게 영어를 배웠다는 경험담에서 채팅 영어 서비스가 시작됐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미국인 친구를 사귀게 돼서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말들에 대해서 페이스북 메신저로 물었더니 그 뜻을 알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되더란 이야기였다. 서로 나눈 대화가 채팅 메시지로 남아 눈으로 보이니까, 사실상 채팅으로 더 많이 회화를 배운 것 같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채팅 영어를 파일럿처럼 테스트를 해보다가 이걸 사업화를 시키자고 해서 나온 것이 ‘텔라’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회화를 배웠다고 하는데, 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말하고 듣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나?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들한테서 공통적으로 “채팅을 하다보니까 회화가 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채팅이 회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찾았다. 미국 대학에서 같은 수준의 회화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에 ▲채팅영어 ▲말하기 수업 ▲일방향 교실 수업 등 다른 방법으로 같은 내용을 12주간 교육을 시켰더니, 결과적으로 채팅영어로 수업했던 그룹이 가장 많이 말하기가 늘었다는 것이다. 말하기 수업을 했던 그룹보다는 무려 67% 더 빠르게 회화 실력이 향상이 됐다.

그 연구는 어디에서 진행된 것인가

미국 ‘리 유니버시티(Lee University)’ 대학의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가 2009년 께 진행한 연구를 발견한 것이다. 그 내용이 우리 서비스 모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가 됐다.

크리스 블레이크 교수가 텔라의 유튜브에도 나온다

그 논문을 찾고, 교수를 찾아 연락을 해봤더니 너무 반가워하더라. 실제로 채팅 영어로 서비스하는 곳을 못봤는데, 자신의 연구 내용과 유사한 것이 서비스로 나와 있으니 흥미로워 했다.

텔라 외에, 채팅으로 영어 교육 서비스를 하는 곳이 없나

언어 교환 앱들이 있지만 경쟁자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 서비스의 경우에는 교육 보다는 데이팅 자체에 목적이 있다보니 상대편의 영어 실력 등이 보장이 안 된다. 우리에게는 기존에 전화영어를 하다가 불만족했거나 포기했던 분들이 주로 많이 온다.

동아프리카라는 지역적 특성이 전화보다는 채팅에 더 적합했던 부분도 있나

그것 역시 채팅을 선택한데 영향을 준 요소다. 한국에서는 미국식 발음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영국식 억양이 있는 현지인들에게 교육을 받는 것이 생소하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그래서 말로 하는 기존 교육보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구상하다 나온 것이 채팅형이다.

채팅으로 영어회화를 배웠더니 실력이 개선됐더라는 실제 사례가 있나

학습 효과를 말하기 이전에, 저희 타깃 고객들이 겪는 특별한 문제는 “학습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안다. 전화영어를 하면서 선생님의 전화를 피해본 경험이 있다(웃음)

(웃음) 인터넷 강의 같은 경우는 더 심하다. 완주율이 보통 10%가 안 된다. 전화영어도 50% 에 못 미친다. 저희는 70% 이상이 나오고, 출석률이 95% 정도다. 유튜브에 저희 고객들이 올려놓은 영상들이 있는데 이분의 이야기가, “영어 유목민을 탈출했다”는 것이다. 유명 영어학원도 다녀봤고 전화영어나 화상영어도 해봤지만 항상 끝까지 하지는 못했는데, 채팅은 가능했다고 하더라. 전화영어는 수업을 할 장소 문제도 크고,

남들이 듣는게 두렵긴 하다

그런 것이 크고, 부담스럽고. 그래서 일년을 끊었어도 절반을 못했는데 이분이 지금 텔라에서는 벌써 500번 넘게 수업을 했다. 채팅으로 배우다가 실력 향상을 확인해보고 싶을 때는 전화영어 서비스도 지원을 한다. 전화영어는 필리핀의 원어민 교사와 연결이 된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어 통번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영어회화 사업에도 미래에는 도전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투자자분들도 많이 하는 이야기이다.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술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더 방대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이라든가, 사람이 100% 하고 있는 튜터들의 업무 일부를 기계들이 보조할 수도 이을 것 같다. 그렇지만 통번역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본인이 외국어로 말을 하고 싶어하는 수요 자체가 없어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직접 말을 해서 소통하고 싶어하는 욕구 말인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수준의 것은 기술이 많이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업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본인 스스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수요가 줄어들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선생님이 챗봇으로 바뀌는 경우는?

챗봇을 도입해 학습하는 서비스들도 있다. 그러나 저희처럼 대화를 실제로 하는 것은 아니고, 문제은행이나 정해진 답을 도출하는 작문 서비스 정도이다. 빠른 시일내에 챗봇이 사람을 대체하기는 어려운 것이, 학습자들은 ‘브로큰 잉글리시(어법에 맞지 않는 영어)’를 쓰는데 거기에 맞춰서 대화하고 첨삭하는 것에는 사실상 이와 같은 대화의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국어 브로큰 잉글리시, 일본어 브로큰 잉글리시 등 언어별로 데이터를 쌓아서 개발해야 하는 것도 어려움이다. 그걸 교육 회사가 실제로 만들어내려고 할지도 의문이다.

AI가 학습을 하려면, 실제로 회화 초보자가 어떤 부분에서 영어가 막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런 데이터들은 회화를 학습시키는 회사들에서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교육회사들이 굳이 그런 기술을 개발할 의지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그렇게 까지 개발하는데는 비용도 많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학습자들이 사람 선생님을 원한다. 체험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 중 하나가 “봇이냐, 사람이냐”다. 사람이 퀄리티가 높기도 하지만, 관계형성도 중요하다. 학습을 100% 재미(Fun)로 하지는 않는다. 본인의 동기부여를 만드는데 선생님이 주는 피드백, 격려, 소소한 일상공유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이 영어 공부를 하는 동기가 되기 때문에, 기술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들에서도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 직업으로 교육자를 꼽는 이유다.

그렇지만 기술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활용해서 사람이 주는 가치를 잘 전달하도록 도울 수는 있다. 우리도 데이터가 쌓이면 기계학습 등을 활용해서 튜터들이 풍성하게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은 있다. 그러나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기술은 어떤 부분에서 선생님을 보조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선생님이 머릿속에서 바로 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에 활용을 한다거나, 첨삭을 할 때 1차적으로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 등을 걸러내는 데 쓸 수 있다. 튜터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조금더 창의성을 보태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AI가 조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 텔라의 지금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

누적 사용자는 9만명이다. 무료 체험에서 유료로 전환하는 비율도 15~20% 정도인데 이것도 타사 대비 두배가 넘는다. 완주율이 70%가 넘기 때문에 나올수 있는 수치다.

그간 쌓인 데이터도 꽤 될 것 같다.

채팅 데이터는 2000만건 이상이다. 완료된 수업도 20만개가 넘는다. 학생들이 한달에 500개 이상의 문장을 직접 작성하고 첨삭받을 수 있는데, 석달 이상 수업하면 원어민이 사용하는 단어의 80%인 1000개 정도를 직접 사용하게 보게 된다. 채팅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수업을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성취감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이 텔라가 주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 있는 원어민 교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너무 좋아한다. 그들에게 직업을 만들어주겠다는 미션도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다. 그들의 영어실력은 상당한 수준급인데 현지에서 직장을 찾기 어렵다. 그리고 튜터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현지 사람들이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들이 사극을 이야기해서 깜짝 놀란 경험도 있다(웃음).

앞으로의 비전은 어떻게 되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다. 1차적으로는, 지금도 하고 있는 부분인데, 채팅 데이터를 분석해서 학습자 맞춤형으로 고도화하려 한다. 글로벌로는 영어회화 수업 부분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올 하반기에는 일본 진출도 한다.

  글로벌 경쟁력은?

한국만큼 언어 교육이 발달한 곳이 없다. 너무 치열하니까, 서비스들이 거의 10년 이상 앞서 있는 것 같다. 퀄리티 부분에서 자신이 있으므로, 글로벌로 나아가서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또, 60여개국의 해외 교민들이 텔라 서비스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특히 캐나다, 호주 쪽 반응이 좋다. 그분들의 고민은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바이벌만 되는 경우가 많다. 말을 좀 더 잘하고 싶은데 외국인 친구나 동료가 있더라도 피드백을 주지는 않으니까, 그런 분들이 텔라 서비스를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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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영혼에 이끌리듯이 눌렀습니다

    영어에 한맺힌 1인으로서 요즘 전화영어라도 해야하나 계속 알아보고 있습니다 ㅠㅠ

    텔라도 들어는 봤는데 이참에 한번 해볼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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