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1: 전화기의 의미를 재정의하다

WWDC 21에서 iOS, iPadOS, macOS가 업데이트되며 소셜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메신저 및 소셜 미디어

iOS 15, iPadOS 15, macOS Monterey에서 선보인 메시지 기능은 사실상 별도의 메신저 서비스 혹은 작은 소셜 미디어로 봐도 될 정도로 발전한 상태다.

iOS 15에서의 아이메시지 핵심 기능은 멀티미디어 전송이다. 뉴스, 음원, 사진, TV 프로그램, 팟캐스트, 링크 등을 공유하고 이것을 메시지 창을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사용자를 태그하거나 답장을 하고, 메시지에 이모지를 통한 반응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기존에도 제공한 기능이지만 각 앱에 ‘사용자와 공유됨’ 항목을 제공해 사용자끼리 공유한 항목들을 각 앱에서 정리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TV 프로그램 링크를 받으면 애플tv 앱에서 ‘사용자와 공유됨’ 항목에서 그 항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 항목은 누가 보낸지 알 수 있게 처리되며, 보낸 사람 이름을 누르면 다시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도록 설정됐다. 단체 대화방이라면 핀 처리(카카오톡의 공지사항을 떠올리면 된다)해서 해당 주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사진을 공유받았을 때는 자동으로 자신의 사진첩에 이 이미지들이 공유되며, 사진첩에서 메시지 아이콘이 표시돼 공유받은 이미지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도합해보면 왓츠앱, 카카오톡의 채팅방 서랍, 링크 저장 앱인 포켓(pocket), 카카오톡이나 라인의 공지사항, 각 클라우드의 공유 앨범 등과 비슷한 기능들이 들어갔다.

페이스타임의 업데이트 또한 소셜 미디어의 성향이 있다. SharePlay 기능이 페이스타임에 도입됨에 따라 스마트폰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여지가 많아졌다.

SharePlay는 함께 애플tv 프로그램, 팟캐스트, 애플뮤직, 화면 공유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미디어를 함께 소비하며 PIP를 통해 화상통화 역시 여전히 실행할 수 있다. 주로 애플 서비스에 치우친 메시지 사용자와 공유됨 기능과 달리 SharePlay는 API를 개방해 서드파티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디즈니 플러스, 훌루, HBO max 등의 OTT, NBA나 ESPN+ 등의 스포츠 채널은 물론이고 숏폼 소셜 미디어인 틱톡도 파트너에 포함된 상태다. API가 공개됐으므로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도 SharePlay 기능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SharePlay는 메시지와 결합돼 있기도 하다. 영상을 함께 볼 때 음성으로 대화하기 어렵다면 메시지로 대화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사실상 메시지에 영상보기 기능을 넣은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메시지가 소셜 미디어로 역할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이 되기도 한다.

화상회의 툴

페이스타임은 영상통화 툴로서, 원한다면 화상회의 툴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 iOS 업데이트에서는 더욱 화상회의에 근접한 기능이 포함됐다. 바로 외부 기기에서의 접속이다.

페이스타임 회의 주최자들은 링크를 생성해 타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이 링크를 받은 다른 사용자들은 윈도우 혹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어도 접속이 가능하다. 이 링크는 캘린더와 함께 작동해 미팅을 잊어버리지 않게 도와주기도 한다.

화상회의와는 무관하지만 화상회의 품질을 높여줄 기능들도 존재하는데, 그리드 뷰를 통해 다중 사용자 접속 시 편리하게 볼 수 있게 하며, 마이크 설정을 세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스탠다드는 일반, 음성 분리는 음성만, 와이드 스펙트럼은 잡을을 제외한 음성과 다른 소리까지 들려주는 기능이다. 또한, 에어팟 사용자에게는 공간 음향을 사용해 화상 회의 참여자의 방향에 따라 소리를 들려주는 기능도 포함된다.

페이스타임이 웹 앱으로 구동되며 줌, 팀즈 등 화상회의에 필수로 여겨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페이스타임이 대체할 여지가 생겼다.

협업 툴

포커스 모드와 메모(Notes)는 협업 툴의 기능을 떠오르게 한다. 우선 메모는 협업이 가능하도록 태그(멘션) 기능을 넣었다. 멘션을 받은 사용자는 해당 문서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며, 이들은 함께 문서를 수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히스토리는 우측의 액티비티 항목에서 타임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글 문서, 슬랙 등에서 사용하는 협업 문서와 동일한 방식이다.

메모는 해시태그로 구분된다. 메모 내에 해시태그를 넣어놓으면 좌측에서 해시태그 브라우저 기반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토픽별로 협업하는 슬랙이나 트렐로와 비슷한 형태다.

메시지 안에서도 협업 툴과 비슷한 기능을 찾을 수 있는데, 포커스 모드로 설정했을 때다. 포커스 모드는 방해 금지 모드의 새로운 이름으로, 운전, 운동, 게이밍, 독서 등의 여러 모드가 있으며, 커스텀 모드로 설정할 수도 있다. 포커스 모드로 설정했을 때는 해당 모드에 진입해 있다고 메시지에서 상태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슬랙에 도입된 상태 메시지 기능과 유사하다.

현재 아이클라우드 지원 가능한 여러 앱들, 페이지, 넘버 등에도 협업 가능한 기능이 있는데, 추후 이러한 앱들로까지 멘션과 해시태그 기능이 확장될 경우 협업 툴로 충분히 사용할만한 여지가 생긴다.

다양한 공유 기능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을 수 있는 기능이 ‘나의 찾기’ 기능에 추가됐다. 또한, 해당 기능의 위젯까지 제공함으로써 실시간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의 위치를 별다른 조작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계정 복구 모드나 디지털 레거시 프로그램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쓰기 좋은 기능이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을 때 사전 설정해둔 가족이나 친구에게 핀 번호를 대신 전송해 계정을 복구하고, 사용자가 사망했을 때 기록을 사진 지정자가 대신 지우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또한, 건강 기록 트렌드를 가족끼리 공유함(Health Sharing)으로써 서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 OS의 로열티를 높이고 소셜 기능 사용을 독려한다.

통합 소프트웨어 경험

비슷한 계열의 칩셋을 사용함에 따라 맥 OS와 iOS·iPadOS 간의 경험이 통합되고 있다. 우선, 맥용 사파리의 확장 프로그램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반도체 계열을 맞춤으로써 같은 코드로 작성하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도 개발하기 쉽게 되었다.

맥 사파리 브라우저의 탭 바, 탭 그룹 역시 iOS·iPadOS에서 동일하게 작동하며, 기존에는 아이폰 앱이었던 단축어(Shorcuts)를 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기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맥을 통한 에어플레이 역시 좋은 통합 경험이다. 애플의 에어플레이 2는 외부 모니터로만 연결되는 기능이었으나 아이폰에서 맥으로, 맥에서 또 다른 맥으로 화면을 띄울 수 있도록 함에 따라 맥과 아이폰을 함께 쓰면 좋은 소프트웨어 경험이 조금 더 늘어났다.

이외에 포커스 모드 설정 시 자신이 사용 중인 모든 애플 기기에 자동으로 설정이 적용되고, 라이브 텍스트와 스포트라이트 검색, 공간 음향 등이 모두 제공되는 등 OS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모든 업데이트들이 인상적이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서도 통합 시도가 있었는데, 맥과 아이패드를 별다른 설정 없이 커서를 옮겨 다니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콘트롤 기능이 있다. 총 세대의 맥과 아이패드를 옆에 놓는 것만으로 함께 콘트롤할 수 있으므로 복잡한 연결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다른 외장 모니터 대비 아이패드 구매 요인의 강점이 뚜렷해진다.

애플은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 기능을 내놓고 난 다음 해인 현재 윈도우에서도 아이클라우드 패스워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윈도우용 아이클라우드 설치를 통해 아이클라우드 패스워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 패스워드와 페이스타임 웹 앱 역시 통합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애플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총평

이번 OS 업데이트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기능을 대폭 늘리고, 심지어 다른 OS 사용자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결국은 애플 기기를 사용해야 이 모든 경험이 완성된다는 점에서, 애플이 얼마나 똑똑한 회사인지를 깨닫게 된다.

전화기는 원래부터 타인과 연락하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기기다. 그러나 애플은 소셜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이 기능들을 대부분 자동으로 동기화되도록 했다.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전화기는 ‘전화를 하는 기기’에서, ‘함께 사용하는 기기’로 재정의됐다. 커뮤니케이션은 자동으로 이뤄지고, 함께 해야만 가치가 생기는 기능들이 추가됐다. 애플이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모습은 iOS 15에 이르러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새 OS의 개발자 베타는 현재 시작된 상태이며, 모든 OS는 가을에 정식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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