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사이, 자유와 규제 사이 어딘가에 있는, 증권 트레이딩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업체 #로빈후드(Robinhood Markets Inc.).

로빈후드는 지난해 말까지 약 2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로빈후드는 이미 ‘수수료 무료’라 앱을 통해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는 것만큼이나 쉽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한 점으로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부양책은 로빈후드를 더 크게 성장하게 한 배경이 됩니다. 감염 우려에 집에 틀어박힌 사람들의 상당수가 부양책으로 늘어난 현금을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에 투자하고 나선 것이죠.

그리고 이른바 ‘#게임스톱 사태‘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로빈후드. 결과적으로 지명도는 더 높아졌습니다. 로빈후드에게는 성장통이었던 셈이죠. 물론 규제 등에 대한 숱한 고민거리를 파생시켰지만요.

◇ 게임스톱 사태와 로빈후드

오프라인 게임 유통사, 체인점 사업을 하는 게임스톱은 사실 온라인, 모바일 시대로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그럭저럭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돈 되는 것에 눈이 매서운 #헤지펀드들은 상장사인 게임스톱을 먹잇감으로 노렸습니다. #공매도 공격을 시작한 것이죠. 시트론리서치, 멜빈캐피털 등이 대표 주자였습니다. 시트론 리서치는 공격 대상으로 삼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마구 뿌리고 주가를 내리게 해 공매도에서 승리하는 장난(?)으로 원래부터 유명한 곳이예요.

개미들, 화가 났습니다. 기관 투자가들의 이런 장난에 주식 시장이 놀아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인터넷 토론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있는 #월스트리트베츠(WSB)란 게시판에서 모인 사람들은 분노했고 그 분노의 힘을 주식 매수로 옮겼습니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이 손들게 만드는 #숏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빈후드에서 열심히 ‘매수'(Buy) 버튼을 눌렀고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공매도에 나섰던 세력들이 다 손들게 생긴 상황이었죠. 그런데 2021년 1월28일(현지시간)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들을 매수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이예요.

난리가 났죠. 헤지펀드와 ‘더러운 거래’를 하고 있는 건 아니냐, 어떻게 당국도 아니고 일개 업체가 매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판단을 함부로 내리느냐 등 큰 소리가 났습니다. 그 결과 로빈후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게 됐는가 하면 정치권에서까지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2월엔 의회 청문회가 열립니다.

처음엔 과열이 이유라고 했지만 로빈후드는 곧 #증거금 부족이란 이유를 댔습니다. 주식거래가 이뤄지려면 청산소에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는데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으로 이를 해소한거든요. 그러나 ‘신예’이자 어쩌면 앱 스타트업에 불과한 로빈후드는 이렇게 거래가 빗발치면서 늘어난 증거금을 다 부담할 수 없는 마진콜에 맞닥뜨리게 된 거죠. 로빈후드 측은 그래서 #거래 제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기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서게 됩니다.


◇ 기술로 ‘금융 민주화’ 이루겠다는 로빈후드

로빈후드의 시작은 지난 2013년이니 8년쯤 된 회사입니다.

창업자 #블래드 테네브(Vlad Tenev)는 불가리아 출신으로 5세 때 미국으로 건너와 자랐구요, 스탠퍼드대 수학과에서 향후 로빈후드를 같이 설립하게 될 #바이주 바트(Baiju Bhatt)를 만나게 됩니다. 졸업 후 UCLA에서 수학 박사 과정을 밟던 테네브는 창업을 위해 중퇴합니다.

처음 이들은 두 개의 스타트업을 세웠는데 그 중 한 곳이 알고리즘 트레이딩과 관련된 곳이었습니다. 두 회사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은 2011년 전개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부자들로부터 훔친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의적 로빈후드에서 이름을 따 회사를 세웠고 월가 대형 투자은행,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에 부과한 수수료를 폐지하며 ‘#금융 민주화‘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민주화’는 로빈후드가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는 그들의 행동 지침이자 목표입니다.

누구나 쉽게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는 좋습니다. 그러나 너무 쉽게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고, 옵션 거래 같은 복잡한 거래에도 나설 수 있다는 건 문제가 됩니다. 지난해 자신이 옵션 투자로 73억달러의 부채를 지게 됐다고 여기게 된 한 20대 로빈후드 사용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실제 로빈후드의 돈 버는 방식에서 윤리 문제가 지적되기도 합니다. 무료 수수료를 외칠 수 있는 배경엔 그렇게 로빈후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보를 파는 #PFOF(Payment For Order Flow)란 사업 모델이 있거든요.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로빈후드에 혹평을 했습니다. “로빈후드는 지난 1년간 증시를 카지노로 만드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주식 도박을 부추기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돈 버는 더러운 방법”이라고까지 했어요.

최근엔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로빈후드 크립토에도 많은 사용자가 몰려들었는데, 도지코인의 급락에 따라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거래에 사람들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연 책임있는 민주화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로빈후드가 약한 건 정작 기존의 금융사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등 각종 서비스,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이예요. 게임스톱 사태 때도 봤듯 자기자본도 충분치 않구요.

로빈후드는 최근 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을 했습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나 향후 전망 등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의 #S-1 보고서를 냈어요. 에어비앤비, 슬랙, 팔란티어 등이 이런 방식의 일종의 #비밀 IPO를 했죠. 원래 연간 매출액 10억달러 미만인 신흥 성장기업들만 가능했는데 2017년부터 모든 기업들이 신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익 모델이나 재정 상황을 알리지 않고 나스닥에서 게임을 해보겠다는 건데, 논란될 것들을 피하고 IPO를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로이터통신은 또 로빈후드가 IPO도 민주화하겠다는 생각으로 IPO 과정에 개인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는데요 첫 번째 대상은 아마도 로빈후드 스스로가 될 것 같네요.

세콰이어 캐피탈과 안드레센 호로위츠, 클라이너 퍼킨스, GV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를 117억달러로 인정받은 로빈후드.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과연 파괴적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 될 것인가, 그것이 윤리 논란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윤경 선임기자> s914@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