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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의 마이데이터는 조금 다르다

[마이데이터 릴레이인터뷰] 임선일 핀테크 대표

핀테크라는 이름의 회사가 있다. 검색엔진 최적화가 매우 어려울 것 같은 이 회사는 이름처럼 핀테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를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핀테크는 마이데이터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경쟁 기업들이 금융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핀테크는 일상생활 데이터에 집중한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 데이터는 자동차 시세, 연봉, 가족 기념일, 교육시설, 아파트 시세 등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모든 데이터를 아우른다. 결국 일상 영역은 금융과 뗄 수 없다는 생각에서 고안한 사업 전략이다.

핀테크가 주목한 또 한 가지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권한 중 이용자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정보제공을 하는 것이다. 핀테크가 이용자의 좋은 정보만 골라내 금융사에게 전달하고, 금융사는 이 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해 이용자에게 금리 등의 우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시각이 철저히 이용자 위주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핀테크는 궁극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하고 싶은 것일까. 임선일 핀테크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임선일 핀테크 대표와의 일문일답.

임선일 핀테크 대표

뜬금없을 수 있지만 인터뷰에 앞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기업명을 핀테크로 한 이유가 있나?

핀테크를 2014년 12월 설립했다. 그때만 해도 핀테크가 지금처럼 보통명사가 아니었다. 원래 이름을 파이낸스테크놀로지로 하려고 했으나, 길어서 핀테크로 줄였다. 지금 약간 후회스러운(?) 것이, 전화를 받을 때 “핀테크의 OO입니다”라고 하면 금융사에 있는 핀테크 팀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이름을 바꾸기엔 시장에 이미 포지셔닝을 한 만큼 쉽지 않다.

핀테크, 어떤 기업인지 소개해달라.

6년 전, 이용자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신용평가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마이데이터, 비금융 신용평가(CB)업 신청을 받고 있으나, 당시 만해도 관련 법이 마련되기 전이었다. 데이터 분석 사업을 직접 영위할 수 없어 하게 된 것이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금융당국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주로 금융기관과 제휴를 맺고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공급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종류가 많을 텐데, 대표 솔루션은 무엇인가?

스크랩된 데이터를 금융사 서버에서 자동으로 분석해준다. 예를 들어, 금융사에서 대출이 필요한 이용자 소득 데이터를 가져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연간 소득은 얼마고, 이전 직장에서의 근무 기간은 얼마나 됐는지 등 소득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값을 금융사의 계정계와 정보계에 보내 자동심사 대출을 돕는다.

솔루션 사업을 하던 중에 B2C 서비스를 선보인 이유가 있나?

당초 회사의 목표 사업은 B2C 서비스였다. 그러나 당시 관련 제도와 지침이 없어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던 것뿐이다. 이제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시행됐으며, 비금융CB업 또한 8월부터 허용되면서 정부정책과 회사의 사업방향이 일치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를 필두로 이용자의 새로운 신용평가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회사의 사업방향이다.

궁극적인 목표가 마이데이터와 비금융CB업의 연계인 만큼,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대고객 서비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서비스가 ‘모니’다. 모니는 자동차 시세 정보, 직장 연봉 등 커리어 관리, 부양가족 기념일, 거주지 인근 교육시설 정보, 아파트 시세 등 일상적인 데이터를 아우른 서비스다.

마이데이터 허가 사업자들과 서비스는 앞으로 늘어날텐데, 모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타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정보에 국한되어 있다면, 모니는 이용자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재 13만명의 이용자들이 모니를 이용하고 있다. 모니는 가입자 수가 많진 않지만, 액티브 이용자가 많다. 금융은 필요할 때만 보지만, 일상이 개입되면 서비스를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일상정보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일상생활은 결국 금융과 밀접하다. 단적으로, 우리나라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여기에 금융이 빠질 수 없다. 금융 데이터만 가지고 컨설팅을 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고 하면 거기에 맞는 보험, 적금 등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또, 60세 이상의 부모님을 모시고 살 경우 60세 이상 치아보험 안내 등이 가능하다.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가족 구성원들의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컨설팅을 할 수 있다.

B2B와 B2C 서비스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오히려 좋다. 그동안 여러 금융사에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충분히 테스트하고 니즈 등을 파악했다. 이 결과물이 고스란히 B2C 서비스에 녹아들면서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다.

게다가 솔루션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다보니, 제휴 금융사가 늘어날 때마다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지난해 기준으로 회사의 매출액은 약 22억원, 영업이익은 5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아마 국내 핀테크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꾸준히 흑자를 내는 곳이 아닐까 싶다. 회사가 투자금을 유치해서 B2C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의 목표가 이윤추구인 만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핀테크가 다르게 바라고 있는 것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허용된 권한 중 이용자 동의하에 제3자에게 정보제공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분석된 데이터를 특정 금융기관에 보내달라고 하면 우리가 데이터를 직접 보낼 수 있다. 이 데이터로 금융기관, CB사는 새로운 기준으로 이용자 신용평가를 할 수 있다.

이때 핀테크의 역할은 이용자의 전체 데이터 중 긍정적 데이터만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카드값 상환을 잘 하고 있으며 은행 잔고가 충분하다는 등 다양한 정보를 동의 하에 금융기관에 제공하면, 금융기관은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더 좋은 한도와 금리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의 좋은 데이터를 골라 금융기관에 보내, 이용자에게 유리한 금융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서비스 사례를 들 수 있는지?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3000만원을 대출 받으려고 한다. 이때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당 이용자의 계좌 잔액이 평균 약 5000만원 정도라는 것을 금융사에게 알려, 더 좋은 한도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모니에서 얻은 일상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가 자차를 보유하고 있고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안전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 데이터 분석 결과값을 보험사에 전달해 보험료 할인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핀테크는 철저히 이용자 위주의 서비스와 이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1~2년 내 마이데이터 산업을 전망한다면?

지금까지 정보 비대칭으로 이용자가 손해를 본 산업군이 있다. 먼저, 전자기기다. 과거에는 같은 기기더라도 용산 전자랜드의 상점마다 가격이 달랐다면, 오늘 날에는 가격비교 사이트로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보험이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유리한 시장구조였다면, 이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앞으로 1~2년 후에는 이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많아질 것 같다. 이용자가 직접 마이데이터를 주도하고, 핀테크는 보조자 역할로 도움을 주는 이용자 주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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