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특수고용직 14개 직종 중 보험설계사, 방문교사 등 11개 직종이 7월부터 고용보험 의무적용 대상이 됩니다. 퀵서비스 같은 플랫폼 기반 직종 또한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데요. 이에 앞서 경기도는 음식 배달기사들을 위한 산재보험 지원 사업을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기반 배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달기사 또한 점차 정식 직종으로서 안착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도로 위 이들에 대한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과속, 곡예주행의 상징과도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데요. 이들이 도로 위에서도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 차도와 인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속도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이들의 수익창출 구조를 살펴봅시다.

오토바이 배달기사의 수익창출 형태

1) 퀵서비스 기사

퀵서비스 기사는 우리가 ‘퀵’을 부르면 찾아오는 오토바이 라이더들입니다. 간단한 서류부터 중·대형 화물까지 다양한 형태의 짐들을 2~3시간 내 배송한다는 점에서 택배와는 다른 수요를 가지고 있는데요. 요금 또한 택배보다는 비싸 보통 1만원 이상으로 시작해 거리에 따라 더 비싸집니다. 퀵기사는 프리랜서이며, 소속 퀵 사무실은 퀵 주문 건(콜)을 원활히 할당받기 위함이지 별도의 계약서를 쓰지 않고, 당연히 보험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퀵기사는 벌어들이는 수익 중 사무실 수수료와 중개 플랫폼 사용료로 각각 20% 내외를 지불합니다. 중개 플랫폼은 인성데이타의 공유망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에 총 2개로 구성된 공유망을 사용하며 각각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서 추가로 ‘지지기’라는 사설 프로그램 사용료를 별도로 지출해야 하는데요. 지지기란 콜을 자동으로, 빠르게 잡아주는 프로그램으로 중개 플랫폼 내 공유망에 올라온 콜들을 재빨리 낚아채는 용도입니다.

오토바이 운전대 주변으로 여러 대의 스마트폰들을 나열해 놓고서 운행하는 퀵기사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퀵기사들은 기본적으로 여러 건의 주문을 묶어서 받은 뒤 루트에 따라 한 번에 배송하는 ‘탕뛰기’ 형태로 운행하는데요. 때문에 근거리에 있는 콜 여러 개를 빠르게 수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자동으로 수락해 주는 프로그램이 지지기고, 이 지지기 없이는 사실상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죠. 플랫폼에서는 지지기 사용을 묵인하고 있고요. 때문에 다수의 스마트폰마다 지지기를 설치해 운행 중에도 콜 잡기 경쟁을 해야 합니다.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달린 다수의 스마트폰을 본 적 있을 것(출처: 스카이PDA박스)


결국 퀵기사에게 떨어지는 운임은 전체 운행비의 30% 정도. 만약 여기서 ‘칼질’이라도 당했다 치면 사실 퀵기사의 수익성은 더욱 열악해집니다. 칼질이란 퀵 사무실에서 고객에게 요구하는 비용과, 퀵기사에게 제공하는 보수를 서로 다르게 알리는 업계 수법인데요. 예를 들어 고객에게는 3만원을 요구하고, 퀵기사에게는 1만5000원짜리 콜이라 알리면 이를 퀵기사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독점 플랫폼 내 정보 비대칭이 퀵기사를 목숨 건 속도경쟁으로 내모는 구조입니다.

2) 음식 배달기사

음식 배달기사도 프리랜서이지만 사무실 소속으로 일합니다. 배달대행사에 속해 배대사로 들어오는 콜을 맡아 처리하는데, 이 배대사는 지역마다 분포해 해당 지역 내 음식점 영업을 통해 주문을 따오기도 하고요.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 플랫폼을 사용하며 프랜차이즈와 같은 기업 물량을 함께 처리하기도 합니다. 아예 해당 플랫폼과 계약해 상호를 달고 운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음식 배달기사의 묶음 배달은 퀵기사의 탕뛰기처럼 여러 콜을 모아 한 번에 배송하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퀵기사처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단건 배달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거리별 할증 수수료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쉽고 가까운 거리의 좋은 콜을 빠르게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 음식 배달의 경우 수익구조가 비교적 심플하고 투명한 편입니다. 3000원의 배달대행비를 소비자가 지불하면 약 2500원 내외를 배달기사가 가져가고, 나머지를 배대사 수수료로 지출합니다.

그렇다고 음식 배달 시장이 지지기 같은 사설 프로그램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아직 모릅니다. 최근 관련 의혹들이 있었고, 저 또한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설 프로그램은 규정 위반이며, 적발 시 플랫폼 영구 사용중지인 것은 확실합니다.

라이더 시장은 진화 중

최근 오토바이 배달 시장 전체가 기존 사업 구조에서 새롭게 재편될 조짐을 보입니다. ‘오픈 플랫폼’의 등장 때문인데요. 오픈 플랫폼은 기존 전문 배달기사에게만 주문 건을 모아 제공했던 플랫폼들과 달리, 누구나 다운로드 해 여건에 따라 배송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개 플랫폼입니다. 과거 우버이츠가 그러했고, 현재 성장세를 보이는 쿠팡이츠, 배민커넥트가 대표적인데요. 기존 배달은 <고객 – 주문대행사 – 배달대행사 – 배달기사>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면 쿠팡이츠는 <고객 – 쿠팡이츠 – 배달기사>로 이어지는, 한 단계 축소된 구조입니다. 퀵서비스나 기존 배달대행에 존재했던 사무실이 생략된 것이죠.

이는 6월 말 출시 예정인 ‘카카오T 퀵’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퀵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을 예고한 카카오는 쿠팡이츠처럼 누구나 플랫폼을 통해 퀵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오픈합니다. 기존의 퀵 정보망, 퀵 사무실이 모두 생략되는 것이죠. 그만큼 기사가 지불해야 했던 수수료는 사라질 것이고, 여러 장비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퀵기사들 역시 “기본보다 수수료도 적을 것이고,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될 것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라는 반응입니다.

카카오T 퀵 기사 모집 광고(출처: 카카오T 홈페이지)

 

직고용 형태도 가능할까?

<전면전 쿠팡이츠 vs 배민1, 하지만 ‘우면산 라이더스’가 출동하면 어떨까?> 지난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쿠팡이츠는 기존 일반인 배달기사 외에 별도의 배달대행사 형태의 라이더 조직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쿠팡라이더 소속 기사는 과연 어떤 형태로 일하게 될까요? 혹시 콜 수와 관계없는 월급제 직고용 형태가 될 수는 없을까요?

관련해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배민의 직고용 배달기사 조직 ‘배민 라이더스’가 점차 축소되고 있음을 근거로 들었는데요. 배민 기사들은 통상 계약직과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으로 구분되며, 각각 3개월과 1개월마다 본사와 계약을 갱신해 왔습니다. 가운데 배민으로부터 계약 만료 통보를 받는 기사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합니다.

스스로 배민 라이더스를 떠나는 기사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배민의 오픈 플랫폼 배민커넥트가 강세를 보이며 단거리 좋은 콜들이 모두 배민커넥트 기사에게로 우선 배정된다는 심증 때문입니다. 단건 배달을 위해 반드시 모셔야 하는 일반인 배달기사를 우대하고, 기존 배민 라이더스 기사들에게는 장거리 위주의 콜만 배정하는 등 홀대 의혹인데요. 우아한형제들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쿠팡친구(구 쿠팡맨)와 같은 형태의 운영은 어떨까요? 쿠팡친구는 고정급 월급제로 운영되며, 캠프마다 기사들이 일정한 할당량을 가지고 배송을 진행합니다. 만약 시간 내 특정 기사의 배송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셰어’를 통해 함께 배송을 도와야 하는데요. 캠프 내 기사들이 실적제가 아닌 연대제로 일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를 오토바이 배달기사에게도 적용한다면?

관련해 오토바이 배달업 종사자는 “불가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배달기사들은 각자의 운행과 수익창출에 있어 다른 기사들과의 접점이 전혀 없다. 때문에 연대의식이 생길 수 없고, 그 결과 고정급을 받으며 운행을 거듭할수록 ‘내가 다른 데서 이 정도 일하면 훨씬 더 벌 수 있지 않겠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많은 배달기사들이 배달대행사 이곳저곳, 프로모션에 따라 플랫폼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이유는 위와 같은 심리 때문”이라 말했습니다.

‘택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면

한편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 택배 대리점을 통해 택배사(한진택배, CJ대한통운 등)의 물량을 위탁 운영 형태로 계약해 배송합니다. 기사마다 정해진 권역이 있으며, 이 권역 내에서 발생한 배송 건들을 처리하고서 택배비 2500원 중 건당 약 800원 내외를 가져갑니다. 택배기사들은 권역 배송이기 때문에 일정량 고정된 물량을 처리하고, 요령이 늘거나 시간을 더 투자해 더 많은 물량을 감당하게 되면 그만큼 수익을 더 가져갑니다.

이러한 권역별 배송을 오토바이 배달에도 적용해본다면 어떨까요? 빠른 콜 잡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구조보다 훨씬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실제 ‘두발히어로’라는 오토바이 기반 당일 배송 업체는 택배와 같은 권역별 배송을 진행 중입니다. 하루 3번의 배송을 진행하며, 제품은 주로 화장품, 의류와 같이 오토바이에 여러 개를 싣기 편리한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사들은 하루 평균 60~70건의 물량을 배송하며, 월 평균 350에서 최대 60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는 설명입니다. 보험혜택도 제공하고 말이죠.

택배배송과 흡사한 ‘권역 할당 배송’을 시도한 당일배송업체 두발히어로

두발히어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장단점이 명확한 배송 방식”이라고 자사 배송 형태를 소개하며 “기사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업무량에 따라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단점은 권역에서 발생하는 물량 자체가 적으면 이에 따라 수익도 떨어진다는 점이지만, 이는 당일 배송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향후 충분히 보완 가능한 부분”이라 설명했습니다.

권역 배송을 수행하고 있는 기사는 “사실 비수기와 성수기는 물론 하루하루 수익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평균치를 내보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과거 이리저리 사무실과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수익이 많은 곳을 쫓아다녔지만 결국 단기에 높은 수익을 올리기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적 운행이 가능한 곳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토바이 배달기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기사들이 다양한 업무 형태 가운데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운데 위와 같은 배송 환경 또한 기사들에게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 배달에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견에는 고민이 되겠지만 못할 건 없다는 생각이고, ‘택배기사 과로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의견에는 해당 이슈가 택배업계의 수익구조, 백마진 등 택배기사에게 불리한 관행 때문이라 말하고 싶네요.

2021년, 오토바이 배송의 역사가 뒤바뀐다

디지털을 무기로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플랫폼들은 기존 오토바이 배달시장을 재편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때맞춰 법률도 수정 및 추가되고 있고, 택배기사가 그러했듯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기준이 세워지고, 이에 따라 배달기사들의 근로 환경도 변화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다행히 이들 기업들은 물류업계의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 백마진, 전 소속 임직원을 중간 사업자로 예우한 뒤 수수료 배분 등에 관심 없어 보이고, 실제 그러하길 바랍니다. 끝없는 단가경쟁 아래 마지막 현장에서 일하는 기사들의 생계만 위협받는 것이 기존 행태였다면, 앞으로 배달기사 역시 전체 공급망 중 라스트마일 물류를 담당하는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보다 다양한 선택지 아래 투명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랍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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