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건 배달이 대세입니다. 진짜로요. 닐슨코리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경기지역의 3대 배달 앱 순방문자 비율은 쿠팡이츠가 20%, 배달의민족이 53%, 요기요가 27%입니다. ‘여전히 배민이 1등이구만’이라 하실 수도 있으나, 작년 1월만 해도 쿠팡이츠는 단 2%만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배민은 작년 59%에서 6% 떨어진 수치이고요. 요기요는 작년 39%에서 무려 11%나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지각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치타 배달 서비스)입니다.

배달업계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쿠팡이 일냈다고 말합니다. 위 작년 2월 수치보다도 훨씬 더 많은 주문 건이 쿠팡이츠를 통해 들어온다고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내 공유 주방 주문 건은 쿠팡이츠가 압도적으로 많다고들 하네요. 이로써 절대 강자였던 배민이 새로운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one)’을 출시하게까지 만들었으니 정말 일낸 것 맞습니다. 물론 배달 라이더들의 ‘일냈다’는 표현에는 또 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만요.

쿠팡이츠 vs 배민, 전황(戰況)은 어찌되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역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역별 창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조금만 살펴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 콜이 쏟아진다’, ‘배민 콜이 반타작 났다’는 게시글과 댓글들을 찾아볼 수 있어요. 쿠팡이츠의 공격적 프로모션들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는 ‘로켓배송’처럼 30분도 안 돼 음식을 가져다준다는 단건 배달이 그만큼 매력적인 것이죠.

이처럼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험에 눈을 뜨는 사이, 배민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번쩍배달’이란 이름으로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오는 6월 배민1이라는 이름으로 단건 배달 전용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배민1 공지사항(출처: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가운데 요식업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실 배민1은 이미 서비스 중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벌써 가맹점주들에게 단건 배달 서비스 관련 사전 모집을 진행해 중개 이용료 할인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별 배민1 서비스 오픈 일 이전에는 배민라이더스 카테고리에 가게가 노출되며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함’이라고 공지했으며, 프로모션 가격 또한 선 적용되고 있습니다. 단건 배달 전쟁 정말 치열합니다.

쿠팡은 ‘쿠팡라이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지역별 전투 가운데 왜 쿠팡은 ‘쿠팡라이더’ 카드를 꺼내들었을까요? 직접 오토바이 렌털을 제공하고, 유상보험가입자를 모집하는 등 행보로 보아 일반인 배송자와 차별된 전문 라이더를 모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업이 곧 생업인 라이더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쿠팡맨 & 쿠팡플렉스 / 쿠팡라이더 & 쿠팡이츠배달파트너> 요렇게 짝을 맞출 수 있겠네요. 소속 직원, 그리고 플랫폼을 드나드는 일반인 긱 노동자 이렇게 두 가지 방식으로 쿠팡이츠 배달을 수행할 모양새입니다.


<쿠팡,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아닌 ‘쿠팡라이더’ 모집> 기사 속 채용 문자는 최근에야 공유된 내용인데요. 사실 몇몇 라이더들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최초의 발단은 지난 4월 쿠팡이츠가 개정한 ‘쿠팡이츠 서비스 이용약관 – 판매자용’에 있습니다. 배달대행사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인데요. ‘배달대행사에 대한 정의’를 추가하고, ‘배달대행사가 배정한 배달파트너를 통한 배달’로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쿠팡이츠가 자체적인 배달대행사로서 라이더 그룹을 운영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고, 그것이 맞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용형태의 라이더가 필요할까요?

  1. 똥콜 처리반 ‘우면산 라이더스’가 필요해서

‘똥콜’이 뭘까요? 느낌 오시죠? 돈 버는데 1도 도움 안 되는 배달 건을 라이더들은 똥콜이라 칭합니다. 그리고 라이더들은 쿠팡라이더 공지를 보고서 ‘똥콜 처리반 모은다’, ‘우면산만 다니는 우면산 라이더스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단건 배달과 달리 기존 ‘묶음 배달’은 라이더가 여러 배달 건을 한 번에 잡고, 배달 또한 루트를 돌며 한 번에 처리하는 형식입니다. 픽픽픽배배배(픽: 픽업 / 배: 배송) 형태가 되겠죠. 반면 단건 배달은 말 그대로 하나의 배달 건을 완료해야 다음 배달 건을 잡을 수 있어요. 픽배픽배픽배 형태로 운영됩니다. 즉 그만큼 이동 거리와 동선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라이더의 현 위치에서 너무 먼 곳으로 픽업 또는 배달을 가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짐은 당연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쿠팡이츠는 물론 배민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단건 배달에 대하여 라이더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콜 거부 또는 앱 삭제 인증까지 하는 실정인데요. 쿠팡이츠의 단건 배달 건당 단가가 2500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배달 거리가 늘어날수록 추가 수익을 주던 할증 수수료마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라이더가 똥콜에 당첨될 경우 이를 몇 차례 거부하면 일정 시간 앱 사용 정지, 정지가 누적되면 영구차단되는 삼진아웃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해요. 콜을 받을 때마다 똥인지 된장인지 긴장하는 스릴러가 반복됩니다.

그래, 그럼 ‘우면산 라이더스’는 뭔데? 라이더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우면산(실제로는 매우 아름답다. 내가 가봐서 앎)은 단건 배달의 주된 격전지인 강남 3구 중 서초구 사이에 떡하니 박혀 있습니다. 때문에 픽배픽배픽배 사이에 계속해서 우면산-우면산-우면산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날 장사는 망한 겁니다. 단가는 같은데 산을 돌고 거치며 시간을 계속 허비하면, 결국 길 위에다 오토바이 기름만 뿌리는 셈이니까요.

서초를 가로지르는 우면산의 위엄.jpg

이처럼 우면산발 똥콜이 아주 무시무시한데, 쿠팡라이더들에게 이러한 기피 배달 건들을 몰아줘 처리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습니다. 결국 똥콜에 지친 라이더들이 하나둘 떠나게 되면 쿠팡이츠 입장에서도 큰 손해이기 때문에, <쿠팡라이더 : 우면산 위주 / 쿠팡이츠배달파트너 : 똥콜 말고 꿀콜 위주>의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이는 절대적으로 추측에 불과합니다.^^

  1. C마트가 혹시라도 생기면 배송을 해야될 거 아냐

배민 ‘B마트’ 잘나가는 것 다들 아시죠? 마트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등을 위주로 지역별 거점마다 직접 상품을 구비 해둔 뒤 판매합니다. 오토바이를 활용해 매우 신속하게 말이죠. 그런데 쿠팡이 어떤 곳입니까? 상품 미리 가져다 쌓아놓고서 24시간도 안 돼서 로켓처럼 쏴주잖아요. 게다가 도심지 내 거점들을 꾸준히 확보해 놓은 쿠팡이기에 ‘C마트’(그냥 내가 지어봄) 못할 것 없지 않을까요?

최근 배민은 유명맛집 메뉴들을 가정간편식으로 만들어 B마트 통해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플랫폼 특성을 살려 PB상품까지 판매하겠다는 전략인데요. 쿠팡은 이미 ‘곰곰’, ‘탐사’ 등 시리즈 PB상품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농수산물과 같은 지역 특산물을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기에, 이를 도심 거점 마트를 활용해 제공할 수도 있겠죠.

배민 맛집을 간편식으로 만든 ‘배민의발견’은 배민라이브와 B마트에서 독점 판매된다.


배송은? 쿠팡라이더가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 소속 라이더들이 기본적인 물량을 감당해주고, 만약 C마트가 대박나서 물량이 폭발한다면 일반인 기반의 배달파트너들이 투입될 수도 있고요. 또 마트 상품은 음식과 달리 30분 이내 단건 배달일 필요가 없으니 묶음 배송을 허용해 라이더들의 갈증을 일부 해소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간당 수익선 개선 차원에서 말이죠.

결국 라이더 유치가 승패 좌우할 것

단건 배달이 치타처럼 달리고, 번개처럼 번쩍이기 위해서는 결국 라이더 유치가 핵심입니다. 주문이 아무리 많이 들어온다 한들 라이더 수가 부족하면 단건 배달의 픽배픽배픽배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라이더 부족은 곧 배송지연이자 품질저하. 이를 알고 있기에 라이더들을 대상으로도 공격적 프로모션들이 난무하는 것이겠죠.

쿠팡이츠와 배민1은 단건 배달이라는 새로운 대유행 아래 균형점을 찾아내기 위한 실험을 거듭할 것입니다. 음식점 사장님도, 고객도, 라이더도, 본사도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 물론 이 균형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서비스의 운영과 발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을 찾아내야 합니다. 오는 여름에는 장마철 배달 성수기, 7월 특수고용노동자 대상 산재보험 & 고용보험 적용 확대 정책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어쩌면 쿠팡맨이 홀연히 등장해 시장 내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듯이, 이륜차 기반 배달시장에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찾아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쿠팡라이더에 이어 또 어떤 전략들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