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 있는 조계사 교육문화센터 1층에 가면 사찰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려보이지 않는 물건이 하나 있다. ‘키오스크 보시함’이다. 보시란, 교회의 헌금처럼 스님이나 신도들이 자신의 재물을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키오스크 보시함을 통해 신도들은 마치 카페나 햄버거 매장에서 주문과 결제하는 것처럼 보시를 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종교계도 예외는 아님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법회나 예배, 미사 등의 종교행사가 일상화 되었기 때문에 보시나 헌금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키오스크 보시함이라는 낯설고도 신박한(?) 물건을 만든 회사는 KG이니시스다.  1998년 설립된 KG이니시스는 PG시장 업체 선두주자 중 한 곳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약 8102억원, 영업이익은 약 980억원을 보였다. 회사의 매출액 90% 이상이 PG사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PG회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KG이니시스는 다양한 신사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키오스크 보시함은 이런 시도의 일환이다. KG이니시스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기독교 등 여러 종교계와 키오스크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풍경이 다소 어색하고 의문스럽기만 하다. KG이니시스에서는 왜 키오스크를 공급하는 것이며, 종교계에서는 왜 키오스크를 들인 것일까.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KG이니시스의 밴(VAN) 사업실 장용진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용진 KG이니시스 밴(VAN) 사업실 상무

‘키오스크 보시함’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나?

현금이 없는 캐시리스 사회가 대두되면서, 키오스크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KG이니시스가 오프라인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로, 키오스크는 계열사인 KFC에만 공급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종교의 보시와 헌금을 떠올리게 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교회나 절 등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대면을 꺼리는 경향이 사회적으로 생겼다. 이 점을 주목해 조계사에 제안을 하게 됐다.

제안을 받은 곳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제안한 시점부터 도입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가장 처음 조계사를 만나 이야기했을 때에는 잘 모르셨다. 보통 키오스크라고하면 기계로만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그 안에 보시뿐만 아니라 디자인, 콘텐츠 등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드렸다. 가장 설득력과 공감을 얻었던 것은 도난 문제다. 보시함의 도난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신용카드로 보시를 할 경우 도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키오스크 하단에 있는 현금 보시함의 경우 잠금장치가 있고, 기계를 통째로 가져갈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설득 요인이 됐다.

첫 고객사로 조계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불교에는 종과 사가 있다. 그룹으로 비유를 하자면, 종이 그룹사고 사가 계열사다. 국내에서 조계종이 유일하게 종과 사의 주지스님이 같은 곳이다. 조계종을 만나면 조계사 전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조계사 세 곳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화성시 항하사에 도입,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에도 키오스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키오스크, 어떻게 이용하는 것인가?

조계사로 예를 들면, 키오스크를 통한 보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키오스크를 사용하듯 신용카드나 간편 결제로 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키오스크 하단에 기존 보시 방식처럼 현금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추가로 도입하려는 기능이 휴대폰 QR방식이다. 키오스크 디스플레이에 뜨는 QR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스마트폰 화면에서 보시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각 절, 혹은 종교마다 키오스크가 다르다고 들었다.

키오스크의 디자인을 도입한 곳의 특색에 맞게 바꿨다. 조계사는 귀여운 동자스님 모형을 키오스크 상단에 부착했다. 해인사는 키오스크를 팔만대장경을 세로로 펼쳐놓은 것처럼 디자인했다. 소프트웨어(SW)도 저희가 개발하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석가탄신일에 맞춰 디지털 연등을 띄울 수 있도록 제공하는가 하면, 해인사의 경우 팔만대장경 모형 구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원할 경우 키오스크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연동도 가능하다.

해인사에 도입된 팔만대장경 디자인의 키오스크

가장 인상 깊었던 커스터마이징 사례가 있는지?

조계사에서는 환경 특성 상, 키오스크가 먼지와 습기에 잘 견딜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해인사에서는 휠체어를 탄 분들이 키오스크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주셨다. 해인사의 키오스크는 휠체어 버튼을 누르면, 전체 기능 버튼이 화면 하단으로 내려온다.

종고계로부터 어떤 피드백을 받았나?

절에 있는 키오스크의 경우, 두 번만 누르면 보시가 끝난다. 그리고 보시-금액선택 두 단계의 버튼 위치가 같다. 손이 움직여야 하는 반경 범위가 넓을수록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절에서 요청한 기능으로, 절에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으니 복잡하거나 여러번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쉽고 편리하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UX, UI를 고민했다.

키오스크 서비스를 위한 KG이니시스만의 기술력이 있는지?

키오스크는 화려한 기술력보다 얼마나 지원을 빨리 해주고 사용자들이 쉽고 편하게 잘 쓰도록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겉으로 봤을 때 단순한 화면 구성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제 기능을 다하고 버그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키오스크 사업을 통한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키오스크가 VAN 사업인 만큼, 수익모델은 중계 수수료다. 키오스크 디바이스 비용은 사실상 수익을 많이 내진 않는다. 최근 업계에서 키오스크 사업 확장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디바이스를 굳이 비싸게 판매할 필요가 없다. 저희도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키오스크 사업, 종교계 외에도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산업군이 있는지?

키오스크를 활용한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최근 월드비전에 공급하기로 했는데. 월드비전의 경우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한 야외행사를 많이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키오스크 도입을 결정하게 됐다. 키오스크를 통한 후원 기능 외에도, 카메라를 부착해 아이들이 촬영을 하면 비슷한 외모의 후원대상을 찾아준다. 또 그 자리에서 키오스크로 후원을 할 경우 스티커나 카드 등을 출력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슈퍼마켓, 골프 연습장, 빨래방 등 무인 매장 진출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무인 매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