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있는 애플 헤리티지 – 물방울 디자인

애플 아이맥이 두꺼운 철판으로 변경됨으로써 애플 제품에 10년 이상 적용돼 오던 물방울 디자인 시대가 지고 있다. 물방울 디자인은 ‘눈물방울 디자인’으로도 부르는 비대칭 디자인으로, 아이폰 출시 이후 줄곧 애플을 대표하는 디자인 언어로 작용했다.

물방울 디자인 혹은 눈물방울 디자인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휴대용 기기가 등장하기 이전인 초창기 아이맥 때부터다. 본디 블루 컬러의 아이맥 G3의 유선형 디자인을 눈물방울 디자인으로 부른다. 그러나 이 정의는 LCD 스크린을 쓰기 시작한 휴대용 기기 적용 물방울 디자인과는 약간 다르다. 아이폰 이전에도 아이팟 나노 등을 통해 유선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지만, 아이팟 나노는 세대별로 디자인 유사성이 떨어진다.

아이폰 – 물방울 디자인의 서막

한 컬러를 사용해 불룩한 부분이 더 티나는 아이폰 3G. 2세대 아이폰이다

아이폰 1세대 제품은 눈물방울 디자인 혹은 물방울 디자인의 최초 적용 제품으로 볼 수 있다. 평평한 화면을 적용했지만 후면에는 둥글고 부드러운 곡선을 적용해 그립감을 보장했다. 결정적으로 이 디자인은 측면에서 봤을 때 전체 두께가 다 보이지 않으므로 얇아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아이폰 4
아이폰 4
아이폰 6, 물방울 디자인을 재사용하자마자 측면으로 광고 이미지를 배치해 얇아 보이는 효과를 광고했다

이러한 디자인은 충분히 얇아진 아이폰 4부터 사라졌지만 아이폰 6부터 다시 부활했다가 아이폰 12부터는 다시 사라졌다. 아이폰은 이미 충분히 얇아져 물방울 디자인을 적용할 필요는 없는데, 신제품 소구 전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

맥북 에어

아이폰의 존재도 충격적이었지만, 다음 해에 나온 맥북 에어도 충격적이었다. 맥북 에어 이전까지 노트북은 무조건 두꺼운 것에 해당했으나, 측면이 칼처럼 생긴 맥북 에어가 등장함에 따라 현대 슬림 노트북의 원형이 세워졌다. 윈텔 진영에서는 씬앤라이트로 부르는 노트북 계열이다. 인텔은 이에 울트라씬, 울트라북 등의 가이드를 제시하며 맥북 에어 같은 제품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맥북 에어는 다른 제품 대비 충분히 얇지만, 현대의 노트북만큼 얇지는 않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현대 노트북만큼 얇아 보이는데, 그것이 얇은 부분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물방울 디자인 때문이다.

맥북에어는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편의성을 포기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다섯번째와 아홉번째 사진을 보자.

2021년의 맥북 에어 역시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사용하지만, 그 불룩한 부분이 점차 얇아지고 있다.

아이패드

맥북 에어와 더불어 현존 제품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물방울 디자인 적용 제품이 아이패드다. 현재 아이패드의 고급형 이상 라인업은 모두 평평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아이패드 에어와 프로는 측면에서 봤을 때 카메라가 아니라면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평평한 디자인을 사용한다. 물방울 디자인이 남아있는 이유는, 애플이 교육용으로 여전히 과거의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패드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디자인은 아이패드 에어가 몇세대를 거치고 나서 충분히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을 때가 되면 아이패드 에어 형태로 대치될 가능성이 높다.

1세대 아이패드
2세대에 이르러 강한 물방울 디자인을 적용하자 광고를 바꾸었다
초창기의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의 디자인 언어는 항상 맥북 에어와 아이폰의 중간에 있었다. 메탈 소재도 아이폰보다는 덜 반짝이고, 맥북보다는 더 반짝이는 소재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완전 평면으로 거듭나며 ‘고급 아이패드 스타일’이 생겼고 이것은 애플의 새로운 유산이 되고 있다. 이 형태의 유일한 문제라면 디자인에서 다른 제조사 제품과 차별성을 두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아이패드 프로
아이패드 에어
갤럭시탭 S7은 이제 비율을 제외하면 아이패드와 구분하기 어렵다

아이맥

아이맥 G3

물방울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보려면 아이맥을 보면 된다. 초창기 모델부터 물방울 디자인과 유사한 형태를 사용해왔다.

아이맥 G4

그러다 PC 시장 역사에서 다시 나올 수 없는 전위적인 디자인을 갖춘 아이맥 G4가 등장했다. 당시의 애플은 예술가 집단이었다. 호빵맥, 해바라기맥, 텐트 맥 등으로 불렸다. 이렇게 파격적인 디자인은 유산으로 남지 못했다. 이 시기에는 이미 조니 아이브가 일하고 있을 때였다. 젊은 시절 아이브의 과감성을 엿볼 수 있는 디자인이다.

파워맥 G4 큐브

아이맥 G4 등장 이전엔 2002년에는 PC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제품으로 꼽히는 파워맥 G4가 출시되기도 했다. 발열 문제로 사용성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PC로 남아있다.

아이맥 G5(2004)
아이맥 알루미늄(2007)

2004년부터의 아이맥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아이맥의 형태와 점차 유사해졌다. 평평한 화면인 것 같지만 후면이 약간 불룩한 디자인은 적용돼 있다. 2007년부터 아이맥은 더 얇아졌다. 이때의 아이맥은 알루미늄 아이맥으로 부른다.

아이맥 유니바디(2009)

2009년에는 유니바디 아이맥이 등장했다.

뉴 아이맥(2012)

우리가 기억하는 칼같이 얇은 아이맥은 2012년 공개된 것으로, 이 형태가 9년 동안 유지됐다. 측면에서 보면 아이맥은 2009년 제품보다 훨씬 더 얇아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물방울 디자인을 적용해 끝부분을 얇게 만듦으로써 대부분의 각도에서 얇아 보이는 효과를 획득했다.

현재의 아이맥은 충분히 얇아져 물방울 디자인 따위는 필요 없다는 식의 외관을 갖고 있다. 이 형태 역시 애플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유산에서 온 것이다.

프로 디스플레이 XDR(2019)
맥 프로(2019)

애플은 2019년부터 심플하고, 얇고, 복잡한 천공을 가진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냈다. 제품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프로 디스플레이 XDR에 적용된 디자인 언어가 점차 아이맥에 적용되는 것이다. 물성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이유는 맥 프로와 프로 디스플레이 XDR의 천공이 알루미늄판 두개를 덧대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알루미늄을 장인처럼 깎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아이맥에는 천공 디자인은 적용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금속 염색 기술과 소재 강성을 최대한 살리는 특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계승하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잘 만든 디자인은 20년을 간다

애플은 제품을 두껍게 만들 수밖에 없을 때는 물방울 디자인 같은 형태로 얇아보이게 만들고, 충분히 얇게 만들 수 있을 때가 되면 평평한 디자인을 적용해오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이 모든 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초기 제품부터 만들어온 디자인 유산에 따라 만들어진다.

물방울 디자인은 약 12년 전, 소재 강성을 사용해 평평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디자인은 약 15년 전 등장했다. 애플은 이렇게 잘 만든 디자인 언어를 계속해서 계승해 제품 디자인의 통일성을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디자인 요소도 계속해서 추가해왔다. 하드웨어를 가장 잘 만드는 기업이 애플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합리성이나 첨단기술 도입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뛰어날 때도 더 많다. 그러나 디자인 헤리티지를 만들고, 이를 계승해 ‘척 보면 그 회사 제품 같은’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곳은 애플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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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주관적인 판단으로 디자인 사조를 정의하고, 정통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시다뇨. 현 세대 애플 디자인에는 애플이 오랜 시간 쌓아 온 디자인 해리티지가 없다고 하시는 건, 애플 혁신은 없었다 류의 기사를 똑같아 보이네요. 공감이 하나도 안 가는데, 디자인 글을 쓰실 거면 디자인 전문가를 모시고 글을 써 주시거나, 디자인 관련 학습을 조금이라도 진행한 이후에 써 주세요. 애플의 디자인을 규명하는 건 제품 끝 모서리의 형상을 물방울로 형상하냐 마냐가 아니라(이것도 진짜 작의적이네요), 바우하우스에서 출발한 모더니즘을 기조로 한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조너선 아이브와 디터 람스 얘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구요 그래서. 디자인은 누구나 평가할 수 있는 거고 판단의 기준도 다양할 수 있지만, 기사 형태로 전문가인 척 객관적 근거 없이 인상 평가 위주의 글을 쓰는 건 다소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2. 윗 분은 저랑 다른 기사를 읽으신건가 당황스러워서 다시 읽고왔는데, 제목을 잘못 정하신 기자님 탓인 것 같습니다(…) 저도 애플 제품을 잘 사용하기만 하는 소비자일 뿐이라 디자인 관련 이론은 전혀 모르겠지만, 딱히 기사가 전문가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제목에 “[비전문가의 입장]” 이라고 달아주시면 좀 더 의미가 명확해질까요?

  3. …….. 라고생각했더니 비전문가의 입장이라고 되어 있군요.

    물방울 디자인이 애플 헤리티지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보고 깜짝 놀라서 봤더니 그냥 비전문가의 의견일 뿐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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