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까지 넘보는 네이버웹툰, 어디로 가나?

네이버웹툰을 둘러싼 소식이 뜨겁습니다. 어제(21일)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죠.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 말입니다. 달러화채권 추가 발행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세계로 가기 위해선 더 많은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는 뜻이면서, 또 그만큼 글로벌로 인정받을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며칠전에는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도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이야기했죠. 웹툰, 웹소설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먹힌다는 말은 새롭지 않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차트를 씹어먹었고,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미디어 그룹을 통째로 인수했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오스카에서 6관왕을 했고,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배우 ‘윤여정’은 마흔개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싹쓸이했죠. ‘문화’는 가장 획득하기 어려운 자본이므로, 요즘 한국인들 어깨에 뽕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웹툰’은 조금 다른 위상을 가집니다. 아예, 국내에서 만들어진 단어에 국내에서 먼저 성장한 산업 분야라서죠. 웹툰은 웹브라우저, 모바일에서 보기 최적화한 형태의 만화입니다.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얻어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이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있죠. 선두주자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입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미국에서 선전하고 있는데요, 어느정도냐면 네이버웹툰의 미국 서비스의 정식 명칭은 ‘웹툰’입니다. 내가 웹툰이고 웹툰이 곧 나라는 이 자신감. 쩔죠. 참고로 네이버는 지난달 ‘웹툰’이라는 이름을 상표권 출원을 했습니다.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플랫폼 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더 많이 확보한 자가 1등이 되기 마련이죠. 네이버웹툰은 태생이 국내 최대 포털인지라 독자 트래픽이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그리고 김준구 대표를 위시해 내부 직원들이 작가 모시기에도 꽤 공을 들여온 회사입니다. 그랬던 것이, 최근에는 더 많은 콘텐츠 공급(=작품 IP 확보)을 위해 다른 플랫폼과 출판사, 에이전시를 계속해 투자하고 인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라 불리는 ‘왓패드’가 있죠.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연재하는 공간인데, 매달 9000만명이 이용하는 곳이라더군요. 글로벌 IP 확보가 최우선이겠지만, 인수에 6600억원이나 쓴 데는 네이버웹툰과의 시너지가 제일 중요한 이유였을 겁니다. 왓패드에서 인기 있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어 네이버웹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면 ‘웹소설 -> 웹툰 -> 영상 등 2, 3차 IP’로 이어지는 선순환 그림이 그려질테니까요.

최근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네이버의 문피아 인수설’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문피아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웹소설 플랫폼입니다.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전지적독자시점’ 같은 콘텐츠가 대표적으로 문피아에서 선독점된 웹소설이죠. 문피아를 만든 김환철 대표 자신이 금강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연재했고, 또 여기에서 웹소설 작가가 많이 배출되기도 했습니다. 문피아는 무협과 판타지에 강점이 큰데, 바로 이 분야가 네이버웹소설의 비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만약 문피아를 네이버가 인수한다면, 문피아의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들어 연재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수월해지겠죠. 전지적독자시점이 그런 케이스잖아요? 문피아 인기 웹소설이 네이버웹툰으로도 잘 나가고 있고, 이 웹툰 독자가 다시 웹소설로 유입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문피아 인수전에 뛰어든 건 사실입니다. 다만, 실제 계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외부에 공개되진 않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의 소식을 종합해본다면, 지난해부터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이 모두 문피아 인수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 접촉해 논의가 이뤄진 걸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인수가를 놓고 문피아와 이견이 생겼고, 이후 인수의 대상이 네이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문피아 인수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모두 아직 ‘카더라’입니다. 네이버와 문피아 쪽은 인수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소문이 무성해지고 보도가 많이 나오자 네이버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인수 안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네요.

웹툰? 웹소설? 더 많은 IP를 확보하라

문피아가 인수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문피아는 문피아대로 네이버웹툰은 네이버웹툰대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두 플랫폼을 합치는 것보다는 지금 문피아가 갖고 있는 트래픽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당분간은 더 이득일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했다고 네이버웹툰에 섞어 버리는 게 아니라, 왓패드의 콘텐츠를 네이버웹툰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처럼요.

문피아 인수와는 별개로 네이버웹툰 역시 계속해 작품수를 늘려간다는 방침입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별 연재되는 웹툰의 꼭지 수가 지금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콘텐츠 제공업체들에 도는 소문도 그렇고, 실제 네이버의 전략 역시 편수를 늘려가는 것에 있죠.

네이버웹툰은 계속해 유사한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알렌 라우 왓패드 CEO는 최근 열린 북미 테크 컨퍼런스 ‘콜리전 컨퍼런스’에 참여, “TV쇼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천 콘텐츠를 찾을 때, 원작 콘텐츠에 검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소수가 아니라 전세계의 사용자들이 검증한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2차 저작물들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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