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도 메타버스가 온다 – 오큘러스와 스페이셜

VR을 사용하면 대부분 흥미 위주의 것들이 먼저 눈에 띄게 된다. 오큘러스 내에서는 비트세이버, 인 데스 등의 게임이 가장 인기가 많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도 VR 내에서 사용하기 좋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게임뿐만은 아니다.

스페이셜 내부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퀘스트 2 플랫폼 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생산성 앱인 스페이셜(Spatial)의 이진호 CPO와 함께 대담을 진행했다.

발표자가 페이스북 코리아 정기현 대표다

우선 오큘러스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컴퓨팅의 미래가 스마트폰 이후에는 VR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내부에 제품 로드맵을 통해 현재는 전체가 접근 가능한 소셜 미디어 성향의 서비스(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와츠앱)을 선보이다가, 이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미래에는 AR이나 VR이 서비스의 주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미래 기술들은 주로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FRL)이 준비 중이다.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접근을 위해 VR 대중화를 이룰 제품이다. PC가 필요 없는 스탠드얼론 제품인데도 비교적 가볍고 저렴하게 출시됐다. 앞으로는 더 큰 대중화를 이루도록 오큘러스와 레이밴이 함께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페이스북 코리아 정기현 대표가 발표했다. 출시 일정은 하반기다.

페이스북은 앞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는 컨트롤러 등도 개발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은 현재 ‘호라이즌’을 북미에서 베타테스트 중이다. 오프라인처럼 함께 모여 대화·업무·게임·운동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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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업무 면에서 페이스북은 ‘인피니트 오피스’로 부르는 서비스를 제작 중인데, 이미 VR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업무 툴인 스페이셜과 같은 서비스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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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셜은 트랜스포트(Transport, 이동)가 아닌 텔레포트를 통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VR 앱이다. 기존에는 홀로렌즈 등 기업용 AR 기기에 맞춰 서비스를 하고 있었으나, 오큘러스 퀘스트 2에 맞춰 개발했다.

원래 우리가 생각하는 업무는 사무실에서 함께 벽 등을 바라보며 일하는 것이다. 각자 업무가 다르다고 해도 자신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 함께 근무하는 것은 주로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하게 되는데, 이것은 피로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엔비디아 등의 업체는 눈동자의 위치를 바꿔주거나, 스마트폰 업체들은 AR 캐릭터를 대신 보여주는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따라서 스페이셜은 가상의 환경에서 근처에 사람의 상을 띄워 서비스하자는 목적으로 설립됐고, VR 시대에 맞춰 가상의 환경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협업하도록 설정했다. 코로나19 이후 퀘스트 2가 출시되고 나서는 사용자가 130배가 됐고, 총사용 시간은 미국 내에서만 900만분에 달한다.

스페이셜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자신을 찍어 실제와 가까운 아바타(토르소 형태)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페이셜 내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여러 가지다. 기본적으로는 회의, 포스트잇을 붙이는 브레인스토밍, 협업 디자인, 프로덕트 리뷰, NFT 갤러리, 프레젠테이션 등의 툴을 제공한다. 특히 그림을 그리거나 메모지를 붙이는 등 사무실에서 협업할 때 사용하는 툴들을 제공하므로 사무직은 어렵지 않게 회의나 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3D 상을 띄울 수 있으므로 디자인 쪽도 일부분의 협업이 가능하다. 스페이셜 제작 의도는 이 정도까지였지만 실제로는 컨퍼런스, 워크숍, 병원, 데이터 시각화, 연극, 대학 수업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패널 토의를 스페이셜 내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아바타가 이렇게까지 현실적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별히 오큘러스 퀘스트 2로는 VR이지만 패스스루+ 기능을 활용해 AR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패스스루+는 가상의 울타리를 넘었을 때 센서로 활용되던 카메라가 사용자가 위치한 현실 장면을 눈에 보여주는 퀘스트만의 기능이다.

퀘스트 2가 스페이셜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진하 CPO는 “아이폰이 100만대 팔리는 데 74일, 퀘스트 2는 79일 걸렸다”며 “앞으로 많은 사용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 1000만대가 팔리면 개발자들이 유입된다는 통설이 있는데, 퀘스트 2가 많이 팔릴 경우 스페이셜과 같은 많은 앱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이진하 CPO는 예상했다.

이진하 CPO가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업체는 Real VR Fishing을 만든 미라지소프트다. 보통 VR은 아주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린백 성향의 서비스를 만드는데, 그 중간을 정확히 파고든 것을 보고 감명깊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 이진하 CPO는 앞으로 VR은 더 발전의 여지가 있으며, 더 가벼워진다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폰은 데스크톱과 달리 바로 켜고 끌 수 있는 것이 매력이므로 지금보다 VR 기기가 더욱 쉽게 쓰고 벗을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컨슈머가 많이 유입돼야 B2B 서비스도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자가 스페이셜을 통해 1시간동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후의 소감은 얼굴의 굉장한 피로도다. 퀘스트 2는 약 500g 무게의 제품으로, VR 기기중에서는 가벼운 편이지만 여전히 무거운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시간쯤 사용하면 광대뼈에 통증이 발생하고 붉은 자국이 남는다. 이에 대해 정기현 대표는 “앞으로 더 라이트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페이셜의 인터페이스가 아주 편리하지는 않다. 컨트롤러 조작은 아주 편리하다고 볼 수 없고, 메뉴를 불러오는 것도 허공에 손을 휘어저야 하므로 실수가 잦다. 슬랙 등의 사례에서 볼 때 업무용 툴은 팀 내에서 가장 기기를 못 다루는 사람에 맞춰야 할 때가 많다. 이진하 CPO는 이런 점에 대해 “아이폰이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정의했듯 스페이셜이 업무용 인터페이스를 정의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진하 CPO가 기자간담회에서 셀피를 찍고 있다. 중간쯤 어색하게 팔을 흔드는 기자가 보인다

그러나 사실 정말이지 마음만은 편하다. 원래의 업무용 툴은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시놉티콘 (Synopticon)과 같다.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보여줘야 하고 무엇을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각자 자신의 모니터를 보거나, 함께 화이트보드를 보는 오프라인의 업무 방식과 다르다. 그러나 스페이셜은 가상의 캐릭터로 실제 사람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상세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기기 무게와 인터페이스만 조금 더 발전한다면 시공간 제약을 말끔하게 뛰어넘는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 메타버스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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