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 가장 완벽한 VR, 오큘러스 퀘스트 2

과거 VR 기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완전한 신문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PC에 묶여서 어디도 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더불어 당시의 VR은 80만원짜리라도 80만원이 아니었다. 고오급 PC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오급 PC가 없다며 예산은 200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당시 고오급 VR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가 있었는데, 두 제품 모두 기둥을 세워 가상의 울타리를 만들고 동작을 트래킹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그 기둥을 세울만한 공간이 자취생의 집에는 있지 않았다. 애초에 오큘러스나 바이브, 그걸 구동할 좋은 PC를 살 돈도 없었다. 그러니까 초창기의 VR은 그냥 한번 언젠가 구경해보고 싶은 기기였을 뿐이다.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VR의 대중화를 이끈 제품들은 사실 오큘러스나 HTC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VR 대열풍이 불었던 시점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을 넣어서 쓰는 중국산 HMD 폭풍마경이었다. 어떤 스마트폰을 넣어도 되고 별도의 하드웨어도 필요 없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VR로 나눠주는 역할을 하고, 스마트폰에는 가속도 센서 등 VR에 필요한 대부분의 센서가 이미 들어가 있다.

이 제품들의 장점은 저렴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것인데, 단점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나눠서 사용하므로 해상도가 좋지 않았던 문제가 있다. 또한, 당시 스마트폰의 화면 재생률은 60Hz로 뛰어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영화를 보는 용도 정도로는 큰 무리가 없었다.

윈도우 MR 기기들도 대중화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라고 생각은 했다. 윈도우는 당시 OS 안에 VR 레디 기능을 넣어놓고 HP, 델, 레노버 등 윈도우와 친한 회사들과 함께 MR 기기를 내놓았는데, 이 기기들은 해상도도 사용성도 괜찮았다. PC와의 연결도 HTC나 오큘러스와 달리 선 하나로만 충분했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대중화됐다고 보기엔 조금 어려웠다. 여전히 가격이 조금 있고 윈도우 안에서 VR 생태계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새로운 폼팩터 기기는 생태계가 없으면 전시품이 된다.

https://youtu.be/1nlcdDNOdm8

그 외 스마트폰 전용 VR이라면 삼성전자의 기어 VR이 꾸준하게 인기가 있었다. 기어 VR은 애초에 오큘러스에서 설계하므로 오큘러스의 생태계를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고, 스마트폰이 아닌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도 매력이다. 그러나 이 제품의 프로세싱 능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다만 염가에 구매할 수 있는 VR 기기 중 영화나 유튜브 보기에는 가장 뛰어난 제품이었던 건 사실이다.

기어 VR

그러다 오큘러스 GO가 나왔다. 오큘러스 최초의 스탠드얼론 제품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821을 사용했으니 스마트폰과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춘 제품이다. 가격도 23만8000원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부족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화면을 LCD로 썼고 컨트롤러도 하나밖에 없었다. 기어 VR이 또다시 출시됐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오큘러스 고

2년 뒤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는 6자유도를 제공하면서 트래킹 센서도 필요 없는 제품이었다. OLED를 썼고 재생률도 72Hz로 뛰어났다. 가장 놀라운 점이 가상의 울타리를 카메라로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일반적인 카메라로 울타리를 넘었는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VR처럼 기둥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기둥은 이제 블루투스 스피커만해졌다). 이 울타리를 지나면 카메라 화상이 눈에 보인다. 따라서 밖을 넘어서 다칠 우려는 전혀 없어졌다. 기능 이름은 패스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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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메라로는 핸드 트래킹도 할 수 있다. 카메라가 손을 인식해 손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 외에는 손을 쓰는 것이 확실히 편리하다. 단점은 아직까지 재생률이 약간 부족하다는 것 정도뿐이었다.

오큘러스 퀘스트 1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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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 2는 아마 최초로 게임용 VR 대중화를 이끌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 아닐까 싶은 물건이다. 패스스루+, 핸드 트래킹은 기본이고 가격까지 충격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스냅드래곤 XR2로 구동된다. 퀄컴의 AR·VR용 프로세선데, 전작(XR) 대비 두배 정도의 성능을 낸다. 디스플레이는 전작보다 픽셀 수 50% 증가(3664 x 1920)했고 재생률도 120Hz까지 지원한다. 다만 현재는 게임에서 90Hz까지 지원하고 2분기부터 120Hz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갤럭시S나 아이패드 프로 등을 사용한 이들은 알겠지만 재생률이 60에서 120으로 변하면 화면 부드러움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인간이 인식하는 범위 차이도 60->120Hz가 제일 크다. 요약하자면 4K/120Hz 모니터를 단 이동형 PC인 셈이다.

가장 뛰어난 점은 가격이었다. 퀘스트 2는 64GB 제품부터 출시되는데, 41만4000원으로 전작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다. 용돈을 조금 아끼면 한번? 싶은 생각이 드는 가격이다.

이 제품을 체험하는 동안 한 것은 유튜브, 넷플릭스, 게임, 소셜 미디어 등이다.

오큘러스 넷플릭스 앱
유튜브 앱에 들어가면 VR용 영상을 탭에서 선택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그냥 그렇다 치고 유튜브에는 기본적으로 VR용 영상이 여러 개 존재한다. 오큘러스는 유튜브 앱에서 이 영상들을 쉽게 선택하도록 탭으로 구분해놓았다. 360도 영상, 180도 영상을 선택하면 된다. 이중 360도 영상 몇 개는 정말이지 가슴 떨린다. 주로 스포츠를 하거나 여행을 가는 영상이다. 뉴욕 밤길 걷기 같은 것들인데, 어디선가 스타벅스와 셱쉑버거 냄새가 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적이다. 웃긴 점은 저 브랜드들 모두 한국에 있다는 것.

게임에 한해서는 아마 현존 제품 중 퀘스트 2를 이길만한 VR 제품은 없을 것이다. 선이 필요 없고 기둥도 필요 없으며 컨트롤러도 두개를 준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탁구, 테니스, 스키, 칼싸움, 활쏘기 등의 게임이 대부분 가능하다. 최근에는 VR로 하는 배틀로열 게임도 등장한 상태다.

이중 가장 오래 즐겁게 했던 것은 활 쏘는 게임 ‘In Death: Unchained’인데, 활을 쏘면서 앞으로 나아가 적을 물리치고 어딘가로 가는 게임이다. 끝까지 깨지 못했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는 아직 모른다. 활을 쏘는 방법이 현실과 매우 비슷하다. 적은 궁수, 검사, 좀비 세종륜데 좀비가 무자비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게임을 하면서 자주 쪼는 사람은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없다. 본지 기자들 중에서도 체험을 시켜줬더니 좀비에게 둘려쌓여 VR 기기를 내던진 사람이 있었다. 해당 기자의 별명은 파괴신인데, 남의 기기도 파괴할뻔했다. 이런 사람에게는 게임을 시켜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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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좀비가 사방에서 등장하는데 정말 무섭다

배틀로열 게임인 ‘Papulation: One’은 최근 뜨고 있는 게임이다. 다른 배틀로열 게임처럼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하는데, 적과 싸울 때보다 이때가 더 무섭다. 진짜로 스카이다이빙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적과 싸우면 죽고 새로 시작하면 그만인데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땐 그냥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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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다양한 현실 같은 스포츠 게임이 있지만 운동은 힘들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는 메타버스 붐을 타고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로 노는 것과 생산성으로 나뉜다. 페이스북이 직접 만들 호라이즌은 아직까지 정식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고, 다른 비슷한 것들을 찾아봤다. Big Screen으로 부르는 서비스는 홀에서 대화를 하고 함께 큰 화면으로 TV를 보는 서비스인데,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자꾸 옆에 앉아서 말을 건다. 좀비보다 더 무섭다. 특히 옆에 앉으면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해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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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셜(Spatial)은 내부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일하는 서비스로, 슬랙의 메타버스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함께 디자인을 하고 미팅을 하며,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토론을 한다. 앞으로 사용자가 많이 늘어날 서비스로 보인다. 스페이셜에 관해서는 추후에 다루기로 한다.

퀘스트 2는 여전히 단점도 있다. 500g에 달하는 기기는 여전히 무겁고 불편하다. 또한, 다른 VR 기기와 마찬가지로 썼을 때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광대뼈 위가 욱신해 장시간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이다.

VR 하고 난 이종철(Photo by Fidel Fernando on Unsplash )

이경우 헤드레스트 부분 액세서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호환 액세서리를 팔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화면이 LCD라 검은 화면에서의 흰 글자가 붕 뜬 느낌도 있다.

어쨌든 이 제품은 정말로 뛰어나다. 게임 쪽에서는 다른 기기들을 압도하며, 영상이나 소셜 미디어 면에서도 마이크, 스피커, 화면이 일체화돼 있어 간편하다. 이렇게 기기가 간편하니 새로운 앱들도 쏟아지고 있다. 정확히 어떤 느낌이냐면, 뭔가모르게 부족한 아이폰 3G 시절을 지나 아이폰 4가 등장했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다.

오큘러스 퀘스트는 해외에서도 100만대 이상, 국내에서는 SKT가 판매 중인데 3차까지 모두 완판된 상태다. 구하기 어려운 것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가격은 41만4000원부터 시작하며, 이미 구매한 주변 사람에게 체험을 요청한 뒤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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